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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성찰_ 나의 말은 대화가 아닌 일방적인 쏟아냄이었음을

프랑 조회수 : 1,559
작성일 : 2025-11-01 10:50:17

나는 어릴 때부터 말하는 걸 좋아했다.
무언가를 느끼고, 생각하고, 떠오르는 감정을 말로 풀어내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그건 내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돌아보면, 나는 ‘말하는 법’은 익숙했어도, ‘대화하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자랐다.

대화란 서로의 말이 오가고, 침묵도 흐르고, 상대를 향한 배려가 담겨야 완성되는 것인데, 나는 그런 흐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마주 앉아도, 침묵을 견디지 못한 채 말을 쏟아냈고, 돌아와선 후회했다.
“왜 그렇게 푼수처럼 굴었을까…”
하지만 그 후회는 오래가지 않았고, 같은 패턴은 계속 반복되었다.

 

나는 상대에게 묻는 법을 몰랐다. 
어릴 적부터 질문은 실례가 될 수 있다고 배웠고, 내 이야기로 공간을 채우는 것이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는 방식이라 믿었다.
그 결과, 나는 항상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되었고, 내 말은 점점 혼잣말에 가까워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어휘와 말투는 종종 터프하고 직선적이었다.
그건 내가 자라온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었지만, 그런 방식은 사람들에게 나를 ‘자아가 강한 사람’, ‘성격이 센 사람’으로 보이게 했던 것 같다.

그들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억울했다.
나는 그저 솔직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말들은 사실,
“당신은 내 이야기를 듣지 않았어요.”
“대화 속에 내가 없었어요.”
라는 정중한 표현이었다는 것을.

 

요즘 가족과 전화통화를 하다 보면, 예전의 내가 들린다. 
혼자 말하고, 상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대화의 흐름을 스스로만 이끄는 모습.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깨닫는다.
‘ 아 , 내가 저랬구나 . 사람들이 왜 조용히 멀어졌는지 이제 알겠구나 .’

사실 나는 늘 외로웠다.
그래서 그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말을 했고,
심지어 누군가 앞에서 혼자 감정을 배설하듯 이야기하며, 마치 그걸로 연결되었다고 착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히 안다.

 

타인에 의해 해결되는 외로움은 일시적이며 즉흥적이다. 
외로움의 근원은 오직 나 스스로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마주함으로써만 풀린다.

말을 통해 얻은 위로는 잠깐의 위안일 뿐이었다.
나는 그것이 해결이라 믿었지만, 오히려 나를 더 깊은 고립으로 밀어넣고 있었던 것이다.

진짜 대화는, 말보다 침묵 속에서 자라고,
질문을 통해 상대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때 시작된다.

 

이제 나는 말로만 연결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머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더 이상 ‘들어주는 척’하며 말로 공간을 채우고 싶지 않다.
진짜 연결은 서로의 여백을 존중하며 함께 있는 것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외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타인을 향해 말을 쏟아냈지만,
이제는 그 외로움을 나 자신과 마주함으로써,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풀어가고 싶다.

IP : 163.225.xxx.4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프랑
    '25.11.1 10:53 AM (163.225.xxx.4)

    그냥 일기 쓴거예요

  • 2. 굿굿
    '25.11.1 10:55 AM (211.234.xxx.26)


    지금 이글을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데
    그 사람은 이 글을 읽어도 자기 말이라는 걸 모를거예요.

    원글님
    이 마음 계속 들여다 보시고 잘 유지해주세요.

    정말 자기는 대화하고 싶다고 하면서
    말을 쏟아 붓는 그 사람 ㅠㅠ

  • 3. 훌륭하세요.
    '25.11.1 10:57 AM (73.31.xxx.4)

    성찰하며 좀 더 나를 만들어 가는 것은 큰 용기이고 지혜로움이죠.
    응원해요.

  • 4. ㆍㆍㆍ
    '25.11.1 10:58 AM (58.230.xxx.243) - 삭제된댓글

    이부분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 5. ㆍㆍㆍ
    '25.11.1 10:59 AM (58.230.xxx.243) - 삭제된댓글

    "외로움의 근원은 오직 나 스스로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마주함으로써만 풀린다."
    이부분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 6. 잘될꺼야!
    '25.11.1 11:02 AM (58.230.xxx.243)

    "외로움의 근원은 오직 나 스스로가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마주함으로써만 풀린다."
    이부분에 깊은 공감을 합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결핍으로 외로움 많이 느끼면서도
    사람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관계 맺는지를 잘 몰라? 오해도 많이 받고 사람들이 많이 떠나가는 경험도 많이 했는데요. 그래서 더 외롭다고 느끼고 힘들어했는데, 지금은 사주8자가 사람이 안 붙는 타고난 게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외롭지가 않고 좋아요.
    내 자신과 사이좋게 지내고 내 자신을 알아가다보니 밖에서 외로움을 갈구하거나 밖에서 정답을 찾지 않게 된 것 같아요
    내 안에 답이 있더라고요

  • 7. 원글님 멋지세요
    '25.11.1 11:05 AM (210.204.xxx.66)

    계속 성찰해 나가시면 더 멋진 분이 되실것 같아요.
    혼자서 말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주위에 너무 많아서 괴로운 1인 입니다:

  • 8. 침묵의향기
    '25.11.1 11:20 AM (114.206.xxx.139)

    이제는 알게 되신 거 같네요.
    침묵도 배워야 되더라고요.
    저는 오감걷기라는 걸 통해서 처음으로 침묵이 얼마나 충만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는 말에 그리 무게를 두지 않고 살게 되었어요.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적게 하고 싶어졌어요.
    숲길을 혼자 조용히 걷는 게 좋고 남편이나 친구나 다른 동행이 있어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말없이 걷는 게 좋아요.
    끝도 없이 입을 쉬지 않는 사람들은 피해가며 살고 있어요.
    친구를 사귀고 싶은데 왜 사람이 안붙나.. 하는 사람들이 원글님 글을 읽어보면 좋겠네요.
    자기 말을 끝도없이 쏟아내고 싶어 하는 사람 옆에서는 사람이 견딜 수가 없어요.

  • 9. 좋은글
    '25.11.1 12:07 PM (212.103.xxx.5)

    감사합니다.

  • 10.
    '25.11.1 12:16 PM (222.233.xxx.219)

    우와 글 너무 좋아용

  • 11. 말..
    '25.11.1 8:44 PM (218.147.xxx.249)

    말..나누기..침묵
    원글님 글에 무릎뼈를 탁~ 칩니다.. :)

  • 12. 78
    '25.11.2 1:15 PM (118.220.xxx.61)

    이런 자아성찰의 글 너무 좋아요

    대부분 사람들이 자기말만 쏟아내지요.
    나이드니 말많은 사람은 참 피곤해요.
    저도 말을 적당히 가려서 하고
    기본적으로 타인을 대할때 따뜻한시선으로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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