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데헌”과 싱어송라이터 이재
뮤지컬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은 한국 작품이 아니라 소니 픽쳐스에서 제작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가장 큰 수혜자가 한국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K팝이라는 문화적 기반을 중심에 두고 세계 시장에 던져진 서사는 곧 한국 문화가 어떤 에너지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지를 증명한다. 제작 주체는 외국 회사지만, 한국에 뿌리를 둔 감독 및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이 이야기의 심장에는 한국 대중문화가 뛰고 있고, 전 세계 관객이 그 리듬에 맞춰 호흡하고 있다.
케데헌은 단순히 흥행 성과만을 말하는 작품이 아니다. 세계 시장에서 K팝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는 점이 더 큰 의미이다. 음악, 안무, 스타일, 세계관 모두가 K팝이 어떻게 만화적 상상력과 결합해 새로운 장르의 즐거움을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K팝을 향한 세계인의 관심을 재점화했고, 한국 콘텐츠 생태계 전체의 이미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국 팬덤과 한국 문화의 확장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 과정은 한국 문화가 이제 국경을 넘어 하나의 세계적 자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한국은 원천 IP를 직접 만들지 않았어도, 이미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문화적 위치에 올라 있다. 케데헌은 그것을 눈으로 확인하게 해 준 사례이다. 세계가 한국을 바라보는 이유가 더 분명해지고, 한국 문화가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새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작품을 통해 한국은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대중문화가 어떤 방식으로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깨닫게 된다.
이제야 뜬 “골든”의 주인공 이재
이재(EJAE: 김은재, 원로 배우 신영균의 외손녀)는 애니메이션 뮤지컬 프로젝트 K-Pop Demon Hunters OST의 주제곡인 Golden의 공동 작곡가이자 보컬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 곡은 2025년 7월 4일 발매되었으며 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Billboard 글로벌 차트 및 UK 싱글차트에서 정상에 오르면서, 애니메이션 및 가상 아이돌 프로젝트가 실체 음악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의 개인적인 위치도 그 흐름 속에서 급격히 부상했다. 이재는 작곡가로서 뛰어난 역량을 인정받았으며, 보컬 참여와 더불어 ‘이야기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로 인해 미국 및 영국 등 해외 음악 시장에서 한국 출신 싱어송라이터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또한 이재가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글로벌 에이전시인 WME(William Morris Endeavor)와 소속 계약을 맺었는데, 이 회사은 유명 배우 안젤리나 졸리, 맷 데이번 등이 속한 회사이다. 이재는 새로이 가수로서의 데뷔곡 “In Another World”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히 작곡·보컬 참여에 머무르지 않고 ‘아티스트 이재’로서의 독립적 행보가 시작되었다는 의미이다.
현재 이재는 다수의 초청 프로그램 및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미국의 지미 팰런쇼와 SNL 출연은 물론 한국에서도 유퀴즈 온 더 블럭이나 YTN 등 다양한 TV 인터뷰, 라디오 프로그램 출연 등의 소식이 알려지고 있다.
“Golden”의 빌보드 및 스포티파이 스트리밍 플랫폼에서의 글로벌 차트 1위 등극 등의 소식은 놀라울 정도의 전무후무할 만한 유의미한 수치를 동반하고 있다. 이재는 이제 세계 무대를 염두에 두고 활동 범위를 넓히는 중이며, 과거 장기 연습생 시절부터 쌓아온 역량이 마침내 큰 무대에서 빛을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의 성과는 단순히 하나의 히트곡으로 끝나지 않는다. “Golden”을 비롯 그녀가 케데헌을 위해 작곡한 노래들은 본인이 작곡가이자 보컬로 참여했다는 점이 특히 의미 있다. 이는 단지 아이돌 가수로서가 아니라, 음악 창작의 주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재는 ‘글로벌 팝 시장 속 한국 싱어송라이터’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앞으로 이재의 과제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 히트곡 뒤에 오는 ‘지속적 활동’이다 한 곡의 성공이 장기적 커리어로 연결될지 여부가 주목된다. 둘째, 글로벌 시장에서 ‘아티스트 브랜드’로서 자리잡는 것이다. 곡 발표, 무대 퍼포먼스, 인터뷰, 이벤트 참여 등 다방면에서 자신만의 색을 확립해야 한다. 셋째, 한국과 해외를 아우르는 활동을 어떻게 균형 있게 이어갈지이다. 한국 팬덤의 지지와 함께 해외 시장에서의 인지도 확대가 조화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재는 지금 ‘커다란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오랜 시간 준비해왔던 역량과 기회가 만나 폭발적인 성과로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순간은 또 다른 선택과 전략이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재의 성공 스토리가 가진 명과 암
케데헌이 뜨면서 싱어송라이터 이재의 상기한 성공 스토리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페이스북에서 자주 보이는 스토리는 이재가 SM에서 12년 동안 연습생으로 지냈지만 데뷔하지 못 하고 결국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이 이야기는 분명 많은 이들에게 감정적 위안을 준다. 뛰어난 아티스트를 알아보지 못 하는 권력으로서의 SM, 재능이 있어도 기회를 얻지 못 하는 현실에 대한 비판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다. 나를 알아봐 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는 마치 잠깐 숨을 돌리게 해주는 카타르시스가 된다.
연예 산업에서 능력과 노력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현실은 부정할 수 없다. 누군가는 실력과 열정을 갖고도 운이 따라주지 않아, 혹은 시장의 판단이 어긋나 데뷔하지 못 한 채 시간을 보낸다. 여기도 운칠기삼(運七技三)의 원리(?)에 지배되는 듯한 감이 있다. 이재의 경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재능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 했다가 어느 순간 기회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대운이 맞아떨어진 사례라 할 수 있다. 성공담은 종종 이런 극적인 재기를 강조해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준다. 그런 서사는 현실에 눌린 감정들을 잠시나마 들어 올리며 희망을 상상하게 해준다.
하지만 여기서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에 감정 이입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럽지만, 그것을 곧바로 “성공한 사람은 능력과 노력이 있었다, 실패한 사람은 능력도 노력도 부족했다”는 식의 이분법으로 연결하면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게 된다. 세상에는 분명히 능력도 있고 노력도 하지만 여전히 기회가 닿지 않아 힘겹게 버티는 이들이 많다. 사회적 조건, 경제적 환경,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인생의 궤도를 크게 바꾼다. 이재의 가족사를 보면 유명인의 외손녀, 좋은 사회 경제적 조건 등이 있었음에도 초기 시도는 좌절을 겪었음을 본다. 그러므로 자신의 어려움을 무조건 세상 탓이라고 자위하는 것도 문제지만, 구조적 문제를 모조리 개인의 탓으로 돌리는 태도 역시 위험하다.
이재의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힘을 주는 이유 중 하나는 누구나 좌절 속에서도 기회는 온다는 메시지가 숨어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위로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위로가 현실의 불평등을 가리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서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 포퓰리즘이 된다. 포퓰리즘이란 대중의 분노와 감정을 부추겨 단순한 해답을 제시하는 전략이다. 이재의 성공에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바로 포퓰리즘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 만연한 박탈감을 단순한 개인 책임론이나 반감 조장으로 연결하려 할 때 포퓰리즘의 위험은 생겨난다.
균형 잡힌 시각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 잡힌 성찰이다. 성공은 능력, 노력, 운, 환경이 얽힌 복합적인 결과이다. 실패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타인의 이야기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을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이재의 서사가 주는 감동을 즐기면서도 세상과 자신의 현실을 함께 바라보는 눈을 잃지 않는 것. 그때 비로소 우리는 단순한 희망 소비가 아니라, 더 깊은 이해와 자각을 얻을 수 있다.
박순백 디지탈크리에이터 페북에서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