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시어머니 좋은 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혈연의 친소관계를 긍정하고 인정합니다.
그래서 어지간 해서는 별로 서운하지않고 짜증 안납니다.
그럼에도 때때로 심술이 날 때가 있는데...
제가 전업이었을 때, 지방 사는 시어머니 서울 병원 수발 제가 했어요. 뭐 간병을 하는 정도는 아니었고
터미널에서 픽업해 하루 주무시고
대학병원모시고가 진료보고 터미널 배웅하기까지.
대학병원 진료라는게 한번에 끝나지 않고(검사 해 두고 이주 뒤 한달 뒤... 다시 결과...) 병원에서 여기가라 저기가라 대기시간... 아시죠?
그래도 뭐 어쩝니까. 그냥 무념무상 머리도 비우고 마음도 비우고 하는 거죠.
그러다 제가 직장을 가진지 올해로 3년차 입니다.
시간이 되면 병원 수발 제가 하는 거고 아니면 휴가 내기가 저보단 쉬운 남편이 병원 수발을 하는 거죠.
여기까지도 저는 별 생각이 없었어요. 하면 하는 거죠 뭘. 거기에 감정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서로 힘드니까요. 저 시모 남편 모두가 다. 안되는 걸 억지로 할 생각도 없구요. 모든 억지스런 일은 꼭 사달이 나는 법. 울 엄마면 억지로라도 하지먼 남의 엄마 잖아요. 억지로 무리를 하고도 감정적으로 가벼울 수 있는 건 내 피붙이 한정이죠. 핏줄의 인력과 척력은 세상 그 무엇보다 강렬합니다.
제가 일을 시작하고,
병원을 가야하면 제가 갈 수도 아들이 갈 수도 있는데, 아들이 갈 확률이 더 높습니다. 휴가 때문에. 했더니
저희 시어머니 꼬박꼬박 가던 정기검진을 미루기 시작했어요. 안아프시답니다. 뭐 상태확인만 하는 거고 의사도 굳이 올 필요는 없다고 했던 지라 그러시냐. 알겠다. 하고 병원 일정을 조절해 드렸죠. 매번 근데 너는 언제 쉰다고?? 확인하시는 거도 괜찮았어요. (제가 일을 좀 징검다리로, 4개월 하고 2주-한달 쉬었다가 6개월 하고 3개월 쉬고 이런, 약간 들쑥날쑥입니다. 근데 그 쉬는 시기도 완전히 쉬는 건 아니고 주 1-2회 출근. 이런식이긴 해요. 한마디로 대중없죠.) 뭐 제가 시간있을 때 병원 모시고 가면 좋죠. 근데 이래저래 날자를 맞추니 의사 스케줄이 안되고(주 2일만 진료를 하는 교수님인데 매번 제가 출근하는 날과 겹친다거나) 날자 맞춰놓으니 본인이 오기 싫다고 안아프다고 또 병원 미루고(이 맘도 이해 합니다. 귀찮을 수 있죠) 그래서 다시 제 쉬는 타이밍을 놓치고.
뭐 그렇게 미루다 미루다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했는데, 본인이 착각하셨던가 봐요.
그때 제가 쉬는 시기인 걸로.
근데 전 안쉬거든요. 그래서 아범이 병원 모시고 갈거다 했더니 급 당황 하면서... 그 뒤 아시죠?
아들이 아까워 본인 통증까지 참아가며 며느리 부릴날만 기다렸는데 그 계산이 안맞은 겁니다. 아유 네, 그럴수 있죠. 내 아들은 아깝고 남의 딸은 안아깝고 원래 사람이 다 그렇죠. 저도 울 엄마면 출근이고 나발이고 사무실에 아쉬운 소리 하고 눈치를 보는 한이 있어도 엄마 스케줄 맞췄을테니까요. 그러니 이번엔 남편이 제 엄마 스케줄 맞출 차례고 우리 부부는 아주 스무스하게 이 일들에 대한 합의가 끝난 상태인데(시간 되면 내가, 안되면 남편이. 전 그때 그때 상황을 좀 봐야하는 업무거든요)
시어머니 그 귀한 아들 부려먹게 될까봐 안절부절 하면서 병원 일정과 제 일정을 말씀하시는 게
으아...
나 착한 사람인데
왜 이렇게 심술나서
시간이 되어도 안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시나요
에혀....;;;;;;;;;
남의 딸이라 안아까우면
나도 남의 엄마라는 생각을 왜 안하는지 못하는지.
바보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