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바닷가에 왔더니
어느분이 맨발걷기 하시더라고요
날이 꽤 춥고 쌀쌀한 느낌이어서
겉옷을 챙겨올걸 하며 움츠리며 걷고 있었는데
그분이 바다가 의외로 따뜻하다며 저보고 강추하시길래
예정에 없던 맨발걷기를 했네요
그와중에 비가 내리기 시작
우산쓰고 파도 맞아가며 모래사장을 걷는데
오 밀려드는 바다가 너무 달콤해요
까페오레의 그 우유거품처럼 어찌나 보드랍고 따스한지..
그 느낌에 홀려서(?) 저도 모르게 두시간을 걸었어요
옆 해변까지 왕복으로 걸었네요
파도는 조금 거친편이었는데
뭔가 시원했어요
파도소리가 폭풍 소리같은게 계속되는데
몇시간을 걷다보니 가슴에 맺힌게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해변에 진짜 딱 저밖에 없어서
노래를 아주 크게 불렀어요
요즘 제멋대로 발성 연습 중이거든요
제가 목소리가 작고 목으로 소리내는거 같아서
제 목소리를 찾고 싶었어요 진짜 제 목소리요
그럴려면 뱃심으로 크게 노래하는게 좋다고 하는데
막상 그럴만한 곳이 없어서 못하고 있었거든요
나의 살던 고향은.. 노래부르다가
급기야는 성가 부르고 주기도문 노래로 부르고
주님의기도 성모송.. 등등 노래부르고 외우고..
왕복 두어시간동안 끊이지 않고 소리질렀(?)는데요
무슨 폭포수 아래서 목이 트이는걸 수련하듯
파도소리가 워낙에 크고 사람이 없어서
그냥 고래고함(?)을 질러버렸네요 ㅎㅎ
두어시간 그러고나서 시작점으로 돌아왔는데
왕복 한 5km는 그렇게 걸은듯 해요
진짜 하나도 힘든 줄 모르겠고
기운이 펄펄 나고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세족장서 발 씼는데 수건이 없어 어쩌나 싶었는데
커다란 수건 들고 천사같이 예쁜 분이 나타나질 않나
까페가서 자리잡았더니 그 분이 바로 옆좌석에 있질 않나
(젊은 커플분이었어요)
잠시 대화나누었는데 저 2~30대때의 모습 같기도 하고
넘 이뻐보였어요 그 커플이.
바닷가서 맨발로 걷다보니 그런식으로 모르는분 서너팀과 인사하고 덕담나눈것 같은데요
마치 등산하다보면 꼭 인사하게 되듯이
그렇게 인사하고 기분좋게 잠시 얘기나누고 헤어지면서는
건강하세요 행복하세요 이런 말 주고받았는데요
오늘 생각지도 못하게 행복합니다 ^^
한달이상 죙일 비가 오다가 오늘아침 비가 잠시 멈춘거같길래
급히 바닷가에 그냥와본건데요
바다에 와보니 비도오고 날도 흐리고
진짜 집에 갇혀 있던 날과 별다를바없는 그런 날이었는데도
움직이고 사람들 만나고 잠시지만 소통하고 해서 그런지
기분좋고 행복한 하루를 보내고있네요
가슴에 흘러가지 못하고 고여있는것들
다 바다에 흘려보냈어요
말로 노래도 기도로 성가로..
후련합니다
파도 맞아가며 맨발로 걸으며
주님께 열렬히 기도했더니
벌써 이렇게 제 기도를 들어주셨어요 ㅎㅎ
거대한 바다에서 파도가 몰아치고
눈으로 귀로 그 웅장한 모습과 거센 소리를 듣다보니
영화 라이프오브파이도 생각이 나고
뭔가 몰입이 쫙 되는것이 저절로 기도하게 되더라고요
아까 그게 참 신기했어요
저는 밥먹을때 하루시작할때 잠깐 기도하는 정도거든요
근데 진짜 중얼중얼 기도문도 절로 나오고
외우는 기도문 아니더라도 그냥 아무렇게나 말이되어 제 입에서 기도가 나오더라고요
암튼 특이하고 신기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파도가 우유거품처럼 부드러웠던게 넘 인상적이어서
일부러 까페오레를 마시고 있어요
진짜 보들보들..
하얗고 솜사탕같고 넘 보드라와요
이 우유거품을 파도로 맨발로 느끼면
어찌나 그 느낌이 보드랍고 달콤한지
아마 상상이 되실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