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사립,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명문 여중 여고를 나왔는데요.
교련시간이 너무 싫었어요. 얼굴만 봐도 화가 가득찬 여선생님들이 남편이 바람 피우면 어떤일이 생기는지 어떻게 대처하는지 어떤 일도 참고 넘겨야 하는지 그런 이상한 얘기만 많이 하고요. 날씨 좋으면 운동장에 나가서 줄 세워서 앞으로 가, 뒤로가 우향우 좌향좌 그런 거 한 시간 내내 시키기도 했고요. 시험은 머리에 붕대감기 그런 걸로 봤어요. 동그란 머리에 붕대를 딴딴하게 묵는 게 참 힘들더라고요. 엄마랑 할머니 놓고 연습하느라 날밤 샌 적도 있어요. 젤 중요한 과제물은, 너무 황당한데, 방석짜기였어요. 그것도 남이 피우고 버린 담배갑을 줏어다가 그걸 꼬아서 네모난 방석을 만드는 거예요. 거기다 끈도 달고요. 용도는 등하교시 버스에 탔을 때 옆에 남자가 앉는다 싶으면 그 방석을 옆에 끼워서 내 몸을 보호하는 거죠. 랜덤 남자와의 신체접촉을 피하기 위해서요.
그 중에 제일 사악했던 선생님 한 분은 이런 말을 자주 했더랬죠. 너희들 지금 이거 힘들다고 하지, 그래도 나중엔 다 추억이 된다. 제일 욕했던 나를 제일 먼저 찾게 될거야. 이런 야만의 시대, 저만 살았나요, 다른 학교에서도 교련 시간 다 있었던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