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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친구가 8년 만에 우울증에서 걸어 나오고 있어요.

... 조회수 : 5,216
작성일 : 2025-10-03 12:25:31

전에 살던 동네에서 이웃으로 친하게 지내던 부부였어요. 

부인은 유쾌한 사람이었고, 남편은 건장한 소방관이었어요. 

저희 부부까지 네 사람 모두 가볍게 술 마시며 농담하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요.

 

어떤 일이 계기가 되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소방관 친구가 저를 청소년 센터 봉사하는데 데려가기 시작했어요. 4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하는 제가 살고 있는 주에서는 가장 거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는데, 몇 번을 가면서 '아 나는 계속 이곳에 올 수 밖에 없겠구나' 하는 예감이 들었어요. 

 

제가 그렇게 14년 째 이 청소년 센터에 다니는 동안, 이 부부는 많은 고통을 지나와야 했어요. 

소방관 일을 하면서 너무나 많은 자살하는 아이들을 봐야 했는데, 그것이 결국 그 사람을 깊은 우울증으로 이끌었어요. 일을 그만두고도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꽤 오랜 시간동안 그를 돌보던 아내는 결국 이혼을 선택했어요. 그녀도 할 수 있을 만큼의 최대의 노력을 했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이었고, 제게는 청소년 센터에 다니게 된 것이 제 인생방향을 바꾸게 했기에 이 부부 이혼 후에도 저희부부는 남녀 각자와 연락하고 지냈어요. 특히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남자에게는 정기적으로 방문했는데, 지난 주에 연락이 왔어요. 청소년 센터에 가고 싶은데, 같이 가줄 수 있냐고. 그래서 오늘 저희 부부 모두 월차를 내고 기다렸는데, 결국 오후에 아직 준비가 안된 것 같다고 못가겠다고 하네요. 덕분에 저는 오늘 82쿡에 꽤 많이 들락날락 했어요. 

 

그래도 저희 부부는 정말 기뻐요. 

드디어 이 친구가 고통의 늪에서 걸어 나오는게 느껴져요. 

'준비 되지 않았다' 라는 말에서 '준비 하고 싶어. 준비 하고 있어' 가 보였거든요. 

 

 

IP : 71.184.xxx.52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리메이크
    '25.10.3 12:36 PM (125.183.xxx.169)

    저는 이 글에서 소방관이란 직업이 얼마나 숭고한 직업인가를 깨달았어요.
    힘들었을 거예요. 그 친구분

    그래도 원글님 부부같은 좋은 이웃이 옆에 계시니 안심이 됩니다. 저도 응원할게요

  • 2. ***
    '25.10.3 12:37 PM (106.102.xxx.75)

    정말 다행이네요.
    친구분
    언능 준비 마치고 걸어 나오시길 빕니다.
    그리고 잘 살아내시길 빕니다.
    더불어
    전국의 소방관 경찰관
    그리고 간호사 물리치료사님등

    모두 건강과 평안을 빕니다.

  • 3. ....
    '25.10.3 12:37 PM (218.51.xxx.95)

    에휴.. 얼마전 젊은 소방관 분도 생각나네요.
    두 분 다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시길 바랍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던데
    한번 보세요. 고립 우울 겪는 분들 위한 거라 말씀 드려봅니다.
    https://www.mmca.go.kr/educations/educationsDetail.do?flag=&eduId=202509290000...

  • 4. Kl
    '25.10.3 12:38 PM (106.101.xxx.152) - 삭제된댓글

    7년 6년 5년 만에 나온 사람들도 있어요

  • 5. 우리나라도
    '25.10.3 12:41 PM (106.102.xxx.186)

    그렇지만 외국도 자살하는 청소년들이 많더라구요.
    안타까운 현실이예요.
    청소년기에는 누구든 부모든 선생님이든 잘 이끌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원글님이 좋은 역할을 하시나봐요.
    친구 분이 우울증을 잘 이겨내길 바래요.

  • 6. 진진
    '25.10.3 12:42 PM (169.211.xxx.228)

    미국인거 같은데요

  • 7. ...
    '25.10.3 12:47 PM (71.184.xxx.52)

    공감해 주시고, 좋은 말씀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미국에 살고 있어서, 이 두 친구는 미국인이에요. 하지만 사실 이런 사명감 없이는 못할 일들을 하는 것에 미국인, 한국인 무슨 차이가 있겠어요.

    이 친구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많아 저를 센터에 보내서 봉사활동 하게 했는데, 아이들 이라는 존재 자체를 사랑해서 더 괴로웠을 거에요.

    보내주신 링크, 마음 정말 고맙습니다. 사는 나라가 달라 전하지는 못하겠지만, 그 마음은 제가 어떤 방식으로든 전할께요.

  • 8. 포로리2
    '25.10.3 1:26 PM (119.196.xxx.94)

    자기를 던져 타인을 구출하고자 하는 숭고한 마음, 이웃의 고통을 진심으로 아파하는 깊은 공감능력이 그 분을 우울증으로 이끌었군요..
    세상을 직시하면 우리 모두 제정신으로 못살 것 같아요... 다들 어느 정도 눈감고 고개 돌리고 살아서 그렇지....
    그래서 마음이 먹먹합니다. 모두가 잠든 밤 댐 구멍을 온몸으로 막은 네덜란드 소년처럼, 세상의 부서지고 깨어진 부분을 온몸으로 막아서다 얻은 상흔이라서요.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행복은 일정 부분 마비된 양심과, 이런 분들께 떠넘긴 빚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힘든 싸움을 이겨내고 다시 나아가고자 하는 그 분의 앞길에 밝은 빛이 함께 하길 빕니다.
    긴 세월 함께 곁에 있어주셨던 원글님 부부도 너무 귀한 분들입니다.

  • 9. ㅇㅇ
    '25.10.3 1:42 PM (182.212.xxx.174)

    소금과 빛
    귀한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 10. ..
    '25.10.3 2:01 PM (118.44.xxx.51)

    제가 친정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시고 엄마가 돌보던 장애인조카 세명을 돌보다 마음의 병이 생겼어요. 친정 형제들한테 서운한 점, 또 언제까지 돌봐야하는지 끝을 알 수없는 막막함, 돌발적인 상황, 제 체면을 깍아먹는 일들, 사건 해결하러 동분서주하는 일 등등 참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 허우적 거리며 소리없이 혼자 울다보니 어느날 깊은 우울에 빠져있더군요. 요즘 조금씩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고 있어서인지 님의 글이 따뜻하게 느껴지고.. 고맙습니다.
    그동안 참고 기다려준 가족들한테도 고마운 마음이 들고요.
    친구분이 우울에서 잘 빠져나오길 기도드립니다.
    저도 가만히 흘러나오는 눈물을 닦고 잘 빠져나가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1. ..........
    '25.10.3 4:52 PM (121.137.xxx.59)

    평안을 빕니다.

  • 12. ...
    '25.10.3 7:13 PM (125.131.xxx.184)

    깊은 어두움에서 평범한 빛속으로 걸어나오셔서 이전처럼 맛있는거 소소한 재미 이런걸 누리며 사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 13. ...
    '25.10.4 12:18 AM (71.184.xxx.52)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께 정말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포로리2님
    '우리가 누리는 일상의 행복은 일정 부분 마비된 양심과, 이런 분들께 떠넘긴 빚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더할 수 없이 공감합니다.

    그리고 118. 44님
    거의 다 왔어요. 잘 나오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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