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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 대한 깨달음

.... 조회수 : 2,931
작성일 : 2025-09-09 13:33:43

저는 45세입니다. 이젠 거리를 두고 사니 지금은 엄마때문에 너무 힘든건 없지만 자라면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엄마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늘 화를 내서 기를 못 펴고 살았단 얘기는 흔한 얘기였죠 옛날엔.

저희집은 엄마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험악했어요. 지치지도 않는 잔소리, 매서운 눈초리, 화가 날 만한 일이나 그렇지 않은 일이나 구분 없이 무조건 화. . . 

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가 있으면 거실로 나오지도 않고 투명인간 취급하고, 자식인 저에게도 아무 관심도 없고 그저 이기적이고 본인만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인것처럼, 그렇다고 아빠와 사이를 좋게 해보려는 노력도 전혀 없었고요. 전 그야말로 지옥에 사는듯 했어요. 저랑 동생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존재였고 나이 먹은 지금까지도 동생과 통화하면 엄마 욕을 해요. 엄마한테 너무 기를 못 펴고 살았고 엄마가 성격이 너무 강하니까 그 앞에서는 내 의견을 감히 드러낸 적도 없어요. 필시 엄마때문에 공황 증세도 겼어봤고 한이 너무 쌓여서 서른 즈음까지는 정신과 상담을 고민하기도 했었어요. 근데 강약약강인 사람이라 제가 결혼하고 나서부터는 저한테 함부로는 못 하고 제 눈치도 살피니 그럭저럭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어제 우연히 엄마와 통화하는데 엄마가 놀라운 얘기를 하는거에요. 어쩌다가 얘기가 나왔는데 자기가 아빠 군대 갔을때 아빠를 얼마나 애태웠던지 시엄마,시아빠가 월급 다음날 자기를 꼭꼭 찾아와서 지금돈으로 대략 30만원쯤 용돈을 주고 먹을걸 사주고 하는걸 꽤 오래 했다는거에요. 그러고 나서 군대간 아들에게 누구누구 잘 있으니 염려말라고 편지를 보내고요. 결국 아들이저러니 온갖 패물 안겨 약혼을 시키고 결혼까지 갔다고요. 저희 할머니랑 아빠는 약간 모자른듯하게 착하거든요. 이건 요즘말로 하면 가스라이팅이고 결혼하고 나서도 자기 자존심만 중요하지 가족은 발에 때처럼 취급했으니 천하에 악인이죠. 그리고 자기가 저를 낳을때 친정엄마가 올케를 대신 보냈는데 그 이유가 무서워서였대요. 진통 중에 난리발광원망 들을까 무서워서.

저희엄마도 올해 칠십이니 이제 할머니인데 여태까지 자기 흉 스스로 보는 꼴이라서 이런 얘기는 처음 들었어요.그런데 평생 엄마를 미워하며 살았는데, 막상 엄마라서 그런지 단순하게 나쁜사람이라고는 생각 못 하고 엄마는 대체 왜 이럴까? 왜 불행할까? 왜 슬플까? 왜 만족을 모를까? 이렇게 더 복잡하게 생각을 했어요. 이해해보고 싶었던거겠죠. 그런데 지금은 악인이 따로 있는게 아니고 관계 속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고 더 나아가 조종하고 피해를 주는 사람이 악인인걸 알았는데 그게 엄마더라고요. 자기가 정신적으로 어떤 힘듦이 있었든지간에 어쨌든 가족에게 가스라이팅하고 자기 뜻은 굽힌 적 없이 멋대로 하고. 한마디로 못되쳐먹은 사람이었구나. 이렇게 못되쳐먹었으니 그간 내가 괴로웠던거구나 너무 단순하게 깨달음이 왔어요. 뭔가 홀가분해요. 

 

 

IP : 154.5.xxx.56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9.9 2:11 PM (124.50.xxx.70)

    이해해요.
    저도 비슷했었는데 토닥토닥.
    결국은 내 의지의 문제입니다.

  • 2.
    '25.9.9 2:19 PM (118.235.xxx.128)

    뇌문제 아닐까 싶어요 결혼을 말았어야 하는데 당시는 남자도 여자도 다들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이니 결혼하기도 쉽고(?).... 전 교과서나 광고 같은 데서 엄마면 무조건 좋은 사람인 것처럼 묘사하는거 없애거나 좀 다양한 엄마를 묘사했음 좋겠어요
    전 엄마가 버럭대진 않아서 이상한 사람이고... 인간이니 이기적인건 그렇다 치더라도 자식을 갈아서라도 자기 체면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고 인정하기까지 정말정말 오래 걸렸어요

  • 3.
    '25.9.9 2:20 PM (118.235.xxx.128)

    정말 원글님처럼 우리 엄마는 왜 저럴까 이해하려고 30년은 넘게 골몰한 거 같아요

  • 4. 하푸
    '25.9.9 2:31 PM (121.160.xxx.78)

    저희 가정이랑 정말 비슷하네요
    엄마 하나 때문에 온 가족이 평생 평지풍파 속에서 살았다는.

    무슨 고뇌와 사연때문에 고통스러워한게 아니라
    그냥 못되처먹은 종자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 5. ...
    '25.9.9 4:13 PM (223.38.xxx.7)

    악성 나르시시스트를 엄마로 두셨네요.
    저도 어려서 집안이 지옥이 었습니다. 나르들은 본인 머리속의 지옥을 꺼내서 다른 사람들에게 끝도 없이 퍼붓죠.

    원글 말씀대로 그냥 악인 그 자체에요. 그 누구에게도 교화 받지 못한 그냥 야생동물하고 다를 바가 없어요. 인간으로서 배워야 할 배려나 공감 능력같은게 없죠. 저는 연 끊은지 2년째이고 지난달에 아버지 제 곁으로 모셔왔습니다. 이제 제가 그정도 힘은 있으니까요. 저 자신이 이제 자랑스럽고 엄마 따위 무섭지 않아요.

  • 6. 에효
    '25.9.9 6:36 PM (58.227.xxx.188)

    원글님 아버지는 왜 어머니를 좋아하셨을까요?
    착한사람은 나쁜사람을 못 알아보는거 같아 안타까워요.
    어머니도 문제지만 그렇게 힘이 실리게둔 아버지도 문제죠.
    가장이 집안의 평화를 이끌지 못하고 어머니가 횡포 부리는걸 방관하신거죠.
    할머니도 많이 힘드셨을겁니다.

  • 7. 원글
    '25.9.10 3:40 PM (154.5.xxx.56)

    공감해주신 분들이 계시네요. .
    이 나이 되도록 이런 얘기를 하는게 좀 부끄러웠는데 말이에요.
    저희 아빠는 엄마가 똑똑한걸 좋아하셨을거에요.
    할머니도 엄청 힘드셨죠. 온갖 괄시와 구박을 어떻게.견디셨는지 참을성이 대단하셨죠
    윗분들 모두 엄마든 누구든 휘둘리지 말고 행복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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