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들아!
지금도 방에 누워있으면 네가 치는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
하루종일 치는 피아노 소리를
시끄럽다고 야단도 많이 쳤는데 이제는 그 모든것이 그립구나!
첫번째 디스크를 만든답시고 밤이고
낮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있던 너의 옆모습이 눈에서는 지워지지 않는다
아들아! 그렇게 모든 것이 빨리 끝날 줄 알았다면 왜 좀 더 일찍 네가 하고싶어하는 음악을 하게 하지 못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네가 처음 대중음악을 하겠다고 했을 때 사실 식구들 걱정이 많았단다.
혹시 너의 삶이 춥고 배고프면 어쩌나 했던 것이지.
우리야 음악에 대해서 알지 못했으니까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너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너의 마음이 어땠는지 모르겠다.
너의 형 말에 의하면 디스크의 반응 때문에 무척이나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
너 혼자 안타까워했을 걸 생각하나 엄마는
아프다
어느 날 모 잡지사의 인터뷰를 했다며 자랑스럽게 와서 얘기하더니 결국은 그 기사도 못 보고 가버렸구나.
날씨가 추워져 무척이나 쓸쓸하겠다.
아버지가 너의 비석에 네 노래 한 귀절을 적어 놓으시겠다는 구나
.네가 용인으로 간 후 아버지는 하루도 빠짐없이 널 만나러 가셨다.
조금 덜 외롭게 말이다.
음악 공부를 더 하겠다고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하더니 너는 영구 유학을 가버렸다 고 한탄이시다.
아버지는 내내 "아들아, 네가 있는 곳에도 음악은 있겠지" 우리는 그곳에서라도 네가 하고 싶었던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 엄마의 생각이 부질없는 짓일까? 아들이면서도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는 편지를 결국은 이제서야 쓰게 되는구나. 아들아, 엄마는 정말 네가 보고 싶다.
편히 잠들거라, 내 아들 재하야...
1987년 11월에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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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하님의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쓴 이글을 보는데 저도 오열을...마음이 아프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