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내가 생일이란 말에 경기를 일으키게 된 이유

지수 조회수 : 6,168
작성일 : 2025-09-05 00:37:32

어느덧 나이만큼 생일을 세봤죠. 대부분은 별다른 일 없는 무난한 기억이지만…

 

어릴 때 생일날 크게 혼난 적이 있어요. 별다른 사고를 친 것은 아니었어요. 내가 사고칠만한 그릇도 안되고… 하지만 전 공부에 소질이 없고 성적이 늘 안좋았는데, 부모에게는 그거만큼 죽이고 싶은 자식이 없죠. 우리 70년대생들은 다들 기억할거예요. 성적 안 좋고 공부 못 하는 아이는 벌레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걸요.

 

그때도 뭔가 이야기하다 성적으로 옮겨가고 정말 심하게 계속 혼났던 것 같아요. 그렇게 내 생일은 나혼자 '오늘이 내 생일이네'라고 싱글벙글하다 그렇게 하루종일 깨지고 넘어가버렸구요.

 

고등학생때였나에는 생일빵이 유행이었어요.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에게 내 생일 이야기를 했더니, 얘가 다른 애한테 그 얘길 했나봐요. 내 생일이라는 소문이 나더니, 쉬는 시간마다 날 괴롭히러 여러 애들이 오더라구요. 다른 반에서도요. 저는 괴롭히기 만만하고 때리거나 쥐어박거나 해도 아무 대응 못하는 애다보니, 누구나 와서 재미있게 괴롭히고 가도 되는 무료게임기였거든요. 쉬는시간마다 와서 쥐어박고 가고, 때리고 가고, 욕하고 가고, 칠판지우개도 맞고… 그래도 다음날 내 생일을 얘기하고 다닌 애가 미안했나봐요. 자기가 여기저기 얘기한게 이런 일로 돌아올줄은 몰랐나봐요.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을 어떻게 기억했나 이곡 저곡 섞어서 녹음한 테이프를 주면서 "생일축하한다" 하더라구요. 생일은 어제였는데, 아마 생일날 하루종일 당하는거 보고 집에가서 직접 녹음했나봐요.

 

대학가서도 비슷했어요. 그땐 생일이면 케이크를 갖다 머리에 처박아버리는게 유행이었어요. 다들 유쾌하게들 하던데, 나는 정말 싫었어요. 갑자기 가만히 있는 내게 케이크 조각 가져와서 얼굴에 박아버리던 스무살 때의 기억이 지금도 몸서리쳐져요. 애들 둘이서 '하나둘셋' 하기에 뭐하나 했더니 일제히 조각케이크 들고 내 얼굴에 박아버렸어요. 화내면 성격 이상한 사람 될까봐, 심하게 몸이 떨리는데도 참아야만 했어요. 다른 아이들 생일때 보면 케이크 처맞고서도 함께 웃는거보면 내가 유난떨었던거 맞는거 같기도 하고…

 

그뒤로 생일은 잊고살았어요. 생일을 밝히는걸 극도로 꺼리고 생일이란 말만 들어도 싫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누가 생일 축하해주면 좋기는 하더라구요. 애인이 생일축하케이크 준비해서 카페에서 음악틀어주고 할땐 창피해서 고개 계속 숙이고 있었지만 눈물날뻔했구요. 여기서 밝혀봐야 읽을 리가 없지만 HJ아 나 그때 창피해서 고개를 못든 것보다, 눈물 몰래 닦느라고 고개를 들 수가 없었어. 내가 헤어지자고 안했으면 아마 너에게 생일축하 또 받을 수 있었겠지.

 

결혼 이후 생일에는 끔찍했던 것같아요. 싸움이 끊이지 않았고 생일도 비껴가지 못했어요. 그렇게 못견디고 집에서 나와있었는데, 세상 아무도 내 생일인지 알지도 못하더라구요. 그런데 생일축하한다는 문자가 안경점에서 왔어요. 그날 유일하게 내 생일을 축하해준 곳이에요. 프로그램이 보낸거든 뭐든 어때요. 내가 받은 유일한 생일축하인데. 다음날 바로 선글라스 하나 사러 갔어요.

 

이혼후 혼자 고시원에서 살면서 처음 맞이한 생일은 그냥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 아쉬워서, 숙소 주변 시장에 가서 프라이드치킨을 사고 편의점에 가서 초코파이를 사와서 혼자서 배터지게 먹으면서 생일축하노래 부르면서 나 자신에게 축하했던 기억이 나요. 마치 창고에서 혼자 생일축하하던 해리포터가 된것 같았어요.

 

홀로 사회생활을 하고 이런저런 삶의 파고를 겪으면서 내 생일 찾는건 그냥 사치였고, 내가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누가 내 생일 알까봐 카카오톡에도 생일옵션 꺼놨죠. 내 생일 그냥 모르고 넘어가고 싶어도 여기저기 회원가입한 곳에서 보내줘서 내가 알게 되긴 되더라구요.

 

오늘도 여기저기 세군데나 되는 곳을 다녀야해서 늦게 들어왔어요. "집에 언제와?" 딸아이 카톡에 그냥 "지금 지하철 내렸어"라고만 답했죠. 현관문열고 들어와보니 딸아이가 케이크에 초를 밝혀놓고 서있다가 날 보며 노래를 불러주더라구요.

 

정말 내 생애 이렇게 행복한 생일을 맞이할줄 누가 알았겠어요. 이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계속 살아보라고 하나봐요.

IP : 211.62.xxx.48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축하축하
    '25.9.5 12:42 AM (112.146.xxx.207)

    원글님, 생일 축하드려요.
    생일 축하합니다~!

    내년에는 생일이란 단어가 좀더 즐겁게 기억할 수 있는 느낌이었으면 좋겠어요.
    올해의 생일이 있었잖아요.
    원글님이 태어났으니 원글님의 딸도 태어난 것…
    그렇게 예쁜 아이를 만날 수 있게 세상에 나온 날이니까,’좋은 날입니다!

    카톡을 알면 작은 기프티콘이라도 하나 보내 드리고 싶지만…
    마음을 보낼게요, 전달되길요!

    원글님을 괴롭게 한 그 모든 사람들보다
    원글님은 세상이 훨씬 더 원하는 좋은 사람입니다.
    행복한 생일, 행복한 다음 일 년 보내시고
    다음 생일도 행복하시길 바라요!

  • 2. ...
    '25.9.5 12:45 AM (112.187.xxx.181)

    생일 축하드려요.
    꽃다발과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드립니다.
    행복한 날 되세요.

  • 3. 세상에!
    '25.9.5 12:46 AM (112.184.xxx.188)

    딸 잘키우셨습니다! 행복한 생일 보내시길 바랍니다. 앞으로 맞이할 그 모든 생일도요^^

  • 4. 둥이
    '25.9.5 12:47 AM (222.104.xxx.9)

    원글님~
    생일 축하해요^^

  • 5. ..
    '25.9.5 12:47 AM (211.108.xxx.126)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82쿡 언니야(제가 75년생이니 아마도?) 생일 축하해요~~ 내년 생일엔 더 행복하실 거에요.

  • 6. 생일 축하해요
    '25.9.5 12:49 AM (118.221.xxx.13)

    이쁜 따님이 생일 선물이네요!

  • 7. 축하합니다
    '25.9.5 12:51 AM (121.136.xxx.161) - 삭제된댓글

    다가올 당신의 아름다움 날들이 늘 축복과 함께 하길 바랄게요

  • 8. 축하드려요
    '25.9.5 12:52 AM (121.136.xxx.161)

    다가올 당신의 아름다운 날들이 늘 축복과 함께 하길 바랄게요

  • 9. 해피벌스데이투유
    '25.9.5 12:56 AM (39.115.xxx.102) - 삭제된댓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생일 축하합니다^^

  • 10. ....
    '25.9.5 12:58 AM (59.16.xxx.41)

    원글님 생일 축하해요~건강하세요.

  • 11. 추카추카!!
    '25.9.5 1:02 AM (121.162.xxx.152)

    제목보고 봤다가 코끝이 찡하네요
    안경점.....
    하지만 예쁜 따님과 함께라면 온 세상이 아름답지 않겠어요?
    생일 축하합니다
    멋지게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 12. Happy Birthday♡
    '25.9.5 1:10 AM (218.55.xxx.30)

    이제 생일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래요.
    예쁜 따님과 행복이 가득한 나날이 되시길!

  • 13.
    '25.9.5 1:26 AM (118.235.xxx.131)

    글도 너무 잘 쓰시네요
    생일 축하 드립니다

  • 14. ooo
    '25.9.5 1:29 AM (182.228.xxx.177)

    생일 축하드려요!!
    앞으로는 행복하고 신나는 생일만 있을거예요.
    아픈 얘기였지만 덤덤하게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 15. 소망
    '25.9.5 1:37 AM (183.78.xxx.150)

    생일 축하해요!!!!
    내기준 글을 너무 잘써서 몇번이나 다시읽었어요
    눈물이 왜나는지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서인가봐요
    늘 행복하세요

  • 16. 해피
    '25.9.5 1:40 AM (92.40.xxx.178)

    생일 축하드려요 최고의 행복한 시간 보내셨네요

  • 17. ...추카추카
    '25.9.5 2:01 AM (171.98.xxx.138)

    생일 축하해요
    앞으로는 생일이 특별히 더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하시길 바래요

  • 18. ...
    '25.9.5 2:08 AM (222.236.xxx.238)

    앞으로는 생일에 좋은 기억만 남기게 될거에요.
    생일 축하해요~~원글님♡

  • 19.
    '25.9.5 4:22 AM (221.157.xxx.182)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 20. 앞으로는
    '25.9.5 5:06 AM (119.202.xxx.101)

    따님과 함께 쭉 좋은 일들이 있을거예요. 생일 지나갔으려나 ㅎㅎ 그래도 축하합니다

  • 21. ...
    '25.9.5 5:15 AM (118.221.xxx.98)

    원글님 글을 아주 잘쓰시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예쁜 따님과 생일같은 날들로 남은 날들을
    채우시길..

  • 22. ...
    '25.9.5 5:52 AM (1.230.xxx.65)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23. ..
    '25.9.5 6:09 AM (110.15.xxx.133)

    생일 축하합니다~~
    누구나 하는 소소한 생일축하에 감동하는 원글님
    참 따뜻한 사람입니다.
    앞으로도 따님과 편안한 일상 이어가시길 응원할게요.

  • 24. 초록꿈
    '25.9.5 6:25 AM (59.19.xxx.16)

    따님이 님 최고의 선물이네요.
    생일 축하드리고
    앞으로의 생일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 25. 정말
    '25.9.5 6:58 AM (211.194.xxx.140)

    글을 잘쓰시네요!!
    생일 축하드려요^^

  • 26. 축하
    '25.9.5 7:24 AM (175.192.xxx.80)

    생일 축하합니다.
    아, 함께 노래 불러 드리고 싶어요.

    글 너무 잘 읽었습니다. 님께는 안타까웠던 기억이 드라마처럼 한 눈에 보여요.

    내내 행복한 시간 되세요.

  • 27. 짝짝
    '25.9.5 8:41 AM (121.168.xxx.239)

    생일 축하드려요.
    올해부터 쭈욱~
    생일을 좋은추억으로
    쌓아 가시길요~~

  • 28. ㅁㅁ
    '25.9.5 9:25 AM (112.153.xxx.225)

    너무 착하셔서 당하고 사셨네요
    생일 챙겨주는 딸이 있었다는거 반전ㅎ
    앞으로 생일날 좋은 추억 쌓으며
    딸과 함께 행복하세요~

  • 29. 생일 축하드려요!!
    '25.9.5 10:26 AM (39.7.xxx.56)

    생일 축하드려요~~ 딸 정말 잘키우셨네요~~
    정말 고생많으셨어요!!! 다시한번 축하드립니다

  • 30. 해피ing
    '25.9.5 1:34 PM (222.100.xxx.130)

    생일 축하드려요.
    따님이 케익까지 준비하고 장면을 상상하니 넘 이뻤을것 같아요.
    이제부터 생일은 행복한 날도 기억되는 나날이길 바랍니다

  • 31. 여름
    '25.9.5 7:11 PM (1.247.xxx.166)

    ♡♡생일 축하드려요.♡♡ 기특한 딸이 있으니 얼마나 좋으실까요.
    참 .. 글에서 진솔함과 풋풋함이 느껴졌구요..마치 소설의 한 장면을 읽는 것 같았어요. 행복하고 따뜻한 결말이였으면 좋겠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0585 지방자치제이후로 4 ..... 2025/09/12 930
1740584 시댁은 시골이고 우리만 서울 사는데요 15 2025/09/12 5,148
1740583 삼성전자 5 고민 2025/09/12 2,617
1740582 전국법원장회의 개회…'사법개혁' 판사들 의견 수렴 4 …. 2025/09/12 1,313
1740581 노현정도 결국 성형전 얼굴 돌아온거네요. 31 2025/09/12 29,502
1740580 남자들 사람 지나갈때 침뱉는거 21 하.. 2025/09/12 2,881
1740579 동네에 오래되고 무난한 수학학원 9 2025/09/12 1,592
1740578 김정숙 여사님 지금이 훨씬 스타일 좋은듯 @@ 7 저요저요 2025/09/12 3,737
1740577 부모님들이 인터넷 심부름 시킬때 어떻게 하세요? 16 ... 2025/09/12 2,283
1740576 ISTJ들이 공감하는 이재명 대통령 언행 9 ㅇㅇ 2025/09/12 3,638
1740575 조국혁신당, 이해민, 대정부 질문,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 2025/09/12 736
1740574 깐 새우장 어디맛있나요? 1 llll 2025/09/12 867
1740573 민주당 지도부 전체가 삐걱대는 느낌 13 ㅇㅇiii 2025/09/12 2,034
1740572 너님이라는말이요 23 Oo 2025/09/12 2,539
1740571 고혈압약 동네내과 에서 처방받아도 되나요? 4 ㄱㄷㄱ 2025/09/12 1,888
1740570 접경지역 강원도에 산다는 것… 1 2025/09/12 1,587
1740569 정승제 하숙집(가제) 5 2025/09/12 3,236
1740568 건성이신 분들 클렌징 어떤 종류쓰세요? 18 skin 2025/09/12 1,841
1740567 밀대걸레 대형 추천해 주세요. 3 ㅇㄴ 2025/09/12 1,351
1740566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읽고 싶네요 6 ㅇㅇ 2025/09/12 1,803
1740565 혹시 이 설문조사도 신천지 인지....? 5 루시아 2025/09/12 1,095
1740564 김병기가 어떤 인간인지 잘 보세요 23 2025/09/12 4,934
1740563 좀 비싼 운동화를 사봤는데 11 ㅓㅗㅗㅛㄱ 2025/09/12 5,143
1740562 눈가 잔주름도 보톡스로 해결되나요? 8 모모 2025/09/12 1,993
1740561 겸공) 김용민과 박은정의 이야기 6 ... 2025/09/12 2,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