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여름이 지나가네요

오늘 조회수 : 2,917
작성일 : 2025-09-01 17:12:36

여름이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공기가 눅눅하게 차올라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습기가 가득한데도 여름 한창처럼 숨 막히게 뜨겁진 않다는 거예요. 열기는 빠지고 대신 비 냄새랑 젖은 흙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서, 뭔가 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여운 같은 게 느껴져요.

저는 숲이 보이는 창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근데 이 책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넘기는데, 마음이 푹 빠져드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고구마를 하나 구워 먹었습니다.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는데,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딱 20대 중반쯤 되는 숙녀예요. 제가 먹다 남긴 고구마를 킁킁거리며 조금 맛을 보더니, 기대와는 달랐는지 금세 흥미를 접고는 창밖을 구경합니다. 제 고양이의 눈빛은 참 신비해요. 밝은 데서는 몰디브 바다 같은 옅은 민트빛이 도는 데다 흰빛이 섞여 있는데, 어두운 데서는 녹색으로 빛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몰디브 바다빛 같은 그 옅은 민트색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열린 창으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리도 섞여 들려요. 매미도 아직 울긴 하는데, 한창 더위 속에서 요란하게 울던 그때랑은 달라요. 힘찬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는 조금 서글프게 들리네요. 7년이나 땅속에서 버티다가 나와서 며칠 울고 생을 마감한다니, 그 짧고도 치열한 삶이 떠올라서 더 안쓰럽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의 비 냄새와 습기가 남은 공기 속에서, 열기는 사라졌지만 계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괜히 마음도 나른하고, 이 한적함이 뭐라 말할수없는 충족감을 주네요.

IP : 59.12.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해요
    '25.9.1 5:35 PM (223.39.xxx.186)

    한편의 수필같은 글 잘 읽었어요
    힐링되네요
    가끔 글 남겨주세요 ^^

  • 2. 내일은 사장님
    '25.9.1 5:48 PM (61.79.xxx.182)

    그림같아요.
    언제나 저런 평화로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네요.

  • 3. 현실과마법
    '25.9.1 6:01 PM (112.167.xxx.79)

    제 맘도 편해지는 글이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 4. 체리망고
    '25.9.1 6:06 PM (39.125.xxx.46)

    고양이 눈 묘사가 일품이에요

  • 5. 고양이는
    '25.9.1 6:50 PM (221.146.xxx.9)

    참 신비로운 생명체죠
    신이 정성들여 빚은게 티가 나요
    보고있으면 묘하게 빨려들어요

  • 6. 고양이는
    '25.9.2 10:23 AM (118.218.xxx.85)

    모습뿐 아니라 야옹하는 울음소리도 신비롭답니다.
    어떻게 저런 이쁜 소리를 내는지

  • 7. ...
    '25.9.2 5:02 PM (49.239.xxx.30)

    글 잘 쓰는 것도 재능인거죠?^^
    너무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8. 82
    '25.9.2 5:22 PM (118.221.xxx.11) - 삭제된댓글

    좋아요! 구독! 하트모양 꾹 누르고 싶은 마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8285 나경원이 박은정한테 막말해대고 난리친 이유가 있네요. 16 앙숙 2025/09/02 5,945
1748284 < 입대다 > 라는 표현 어떻게 생각하세요? 46 @@ 2025/09/02 3,091
1748283 강릉 식수난 결국 지역 이기주의때문 9 딴지펌 2025/09/02 4,610
1748282 교통사고 당한후 간병비 2 .. 2025/09/02 1,412
1748281 원형탈모 고민 2 여름 2025/09/02 921
1748280 최교진 끝없는 논란에도, 與·대통령실 “결격 사유 없다” 8 .. 2025/09/02 1,692
1748279 한달 여행후 집에와서 충격 64 쇼크 2025/09/02 38,077
1748278 10월3일 공휴일 당일 여수여행 2 joy 2025/09/02 1,594
1748277 '나경원 간사 선임안' 추미애 거부!!! 23 그라췌! 2025/09/02 4,047
1748276 식당에서 점심먹는데 추워서 1 2025/09/02 2,366
1748275 초등 영어공부 엄마표 교재 추천해주세요 6 aa 2025/09/02 1,027
1748274 갤러리아 광교에 고기나 해산물 좋아하는 어르신 음식점? 갤러리아 광.. 2025/09/02 733
1748273 오랜만에 기사가 났는데... 6 ㅇ선희 2025/09/02 2,310
1748272 상속액이 30억 이하면 걱정 안해도 된대요 12 ㅇㅇ 2025/09/02 7,353
1748271 윤정수, 12살 연하 아내는 '광저우 여신' 원자현 13 111 2025/09/02 7,987
1748270 79세 엄마가 3일동안 한 숨도 못 주무시는데ㅠ 14 ... 2025/09/02 4,853
1748269 애 수학을 제가 가르쳐야 할거 같아요 3 ㄱㄴ 2025/09/02 1,940
1748268 분당 리모델링 단지들 이주민들 2 .. 2025/09/02 2,581
1748267 직장피부양자 시부모님 되어있던데 6 직장 2025/09/02 2,219
1748266 인버터에어컨 절전 방법은 정보오류라네요 15 ... 2025/09/02 4,230
1748265 오늘 아침은... 4 가을 2025/09/02 1,512
1748264 법사위는 전쟁중 추미애 박은정 나경원 15 ... 2025/09/02 3,111
1748263 남편 탈 중고 자전거 1 궁금 2025/09/02 981
1748262 최교진 "성적 떨어졌다고 우는 여학생 따귀 때려&quo.. 7 .. 2025/09/02 2,360
1748261 자식에게 죽고 싶다고 하는 시어머니 33 ㅇㅇ 2025/09/02 6,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