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 때, 요즘처럼 무척 더웠던 8월, 알래스카 크루즈를 했어요. 객실 영화리스트에 알래스카에서 찍은 영화들을 따로 뽑아놨더군요. 몇 편 흥미롭게 봤는데 가장 감명깊었던 건 The edge.
앤소니홉킨스, 알렉볼드윈이 나옵니다. 크루즈에서 직관한 빙하계곡 배경이 자주 나와서 흥미롭게 봤어요. 내가 저 대자연에 고립되면 저런 상황이겠구나하고 실감이 났죠. 앤소니홉킨스가 이 대사를 반복해서 써요.
“Most people lost in the wild die of shame.”
영화의 주된 메시지이죠. 아마도 번역은, 야생에서 길을 잃은 사람은 shame(자책감, 심리적 무력감, 결국은 이로인한 좌절) 때문에 죽는다. 이런 것 같아요.
인생에서 우리는 종종 고난에 처하며 길을 잃죠. 그러면, 냉철하게 올바른 돌파구를 모색하기보다는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자책하고 자신과 타인을 비난하고,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무기력해지고, 결국은 절망하게 되죠.
앤소니홉킨스는 알렉볼드윈에게 이 대사를 복창하게도 해요. 태초에 누군가 곰을 죽였다면, 나도 곰을 죽일 수 있다!! 또 이런 대사도 나와요. 헬기를 놓쳤다면, 이 숲을 걸어서 나가면 된다. 앤소니홉킨스는 결국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아내에게 이를 몸짓과 작은 행동으로 냉정하게 알려주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