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 들고 다니더라구요.
처음엔 강남이라서 여긴 아가씨들도 돈 많아서 다들 명품 가방은 기본인가 봐 이렇게 생각을 했거든요.
그런데 자주 보다 보니까 뭔가 특이한 점이 보이더라고요. 이를테면 몸이 과도하게 말랐는데 그에 비해
가슴은 크고 일상복인데도 가슴골 보일락말락 상의에
머리는 염색은 기본이고 하도 열이 많이 가해져서 약간 탄 부분도 보이고.
얼굴은 갸름한데 비정상적인 V라인 턱이라든가 이마가 볼록하다거나.
화장은 다들 안 했지만.
화려한 화장과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이미지들.
또 가끔은 몸 좋은 남자와 같이 마트에 오기도 하고요.
의도적으로 볼려고 한 게 아니라.
편의점이나 마트에 뭐 사러 갔다가 내 앞에 줄 서서 서있다 보니까 자꾸 자세히 보게 되잖아요.
그러다가 한 몇 달 뒤에 그 이유를 알았어요. 여기가 원룸이 참 많았는데 여기 원룸에 술집에 나가는 아가씨들이 그리 많이 산다고.
생각해보니까
제가 처음으로 머리를 할려고 미용실을 알아보는데 유동인구에 비해서 미용실이 유독 많은 거예요. 그런데 미용실마다 손님들은 너무 없고요.
그래도 강남이라 월세가 좀 나갈텐데 이렇게 손님이 없는데 감당이 되나 특이하다 싶었어요.
저는 컷만 했기 때문에 미용비용도 그리 비싸지 않았고 또 그 당시에 미용실 비용이 또 그렇게까지 비싸진 않았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후 5시부터 미용실들 앞을 지나가면
미용실이 손님이 꽤 있더라구요. 젊은 아가씨들로요.
그래서 이 동네 미용실들은 오후 장사로만 버티나 봐 했었거든요.
그제서야 모든 퍼즐이 다 맞춰지더라구요.
결국 제가 룸녀들과 이웃사촌하며 살고 있었던 거죠.
제가 왜
이 글을 쓰냐면 그때만 해도 명품을 메고 다니는 아가씨들은 흔하지가 않고 룸녀들이 명품을 메고 다녔는데 지금은
일반 아가씨들도 심지어 여대생들도 명품을 매는 게 유행이 돼 버린 거 같아요.
그리고 젊은 여자 아이돌들이 명품 엠베서더가 되고요.
저는 15년 전 그 룸녀들이 명품 메고 다녔던 좋지 않은 기억이 각인되어선지 요새 젊은 애들이 명품 매고 다니는 게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아요. 물론 15년에 비해서 소득 수준이 좀 높아졌지만 물가도 같이 높아졌기 때문에 사실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리 많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거든요. 거기다가 해외여행도 다니고 쓸 돈도 많을 텐데 명품 살 돈까지 저렇게 척척 있을지 의문도 들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