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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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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기가 싫어요

조회수 : 2,736
작성일 : 2025-08-13 21:25:09

50대 후반이예요

성실하지만 자기 일만 너무 열심히 하느라 아내는 그냥 집에 있는 의자처럼 조용히 제자리에 있길 바라는 남편이랑 25년 살았어요. 이제 퇴직 앞두고 한직으로 물러나니 제가 보이는 건지. 아님 제가 아쉬운건지. 눈치를 좀 보긴 하네요. 

두 아이 다 대학생이네요.

오랫만에 친정 형제들 만나고 돌아가는 지하철 인데 집에 가기 싫어요. 동생들을 만나니 내 청춘이 소환되고 그래도 나도 한때 빛나던 때도 있었는데....

애써도 소용 없는 융자투성이 전세집에 낡아가는 몸, 의무만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같나봐요. 

왜 집에 가기 싫고 그냥 이밤 밖을 정처 없이 헤매고싶은지 모르겠어요. 

어릴적에도 지독히 싸우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참 힘들었어요. 오늘 동생이 그러네요.

언니가 대학을 가서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도 집중을 못하고 막 울었다고. 아버지에게 학대당하는 엄마가 너무 불쌍하고 

이렇게 집밖으로 나와있어도 아버지한테 혼나고 있는 기분이 든다고. 

새벽까지 이어지는 주사에 이유없이 맞아야하는 따귀며...

오늘 그 아버지가 약해빠진 몸으로 계신 요양원에 다녀왔어요. 아버지가 지독히도 미워하고 못살게군 엄마는 진작에 돌아가시고. 

전 술도 담배도 안하는 남편을 골랐는데

24년 벽앞에 서 있는것 같다 제 마음이 다 녹아 없어질 때쯤이야 남편이 저를 돌아다 보네요. 이제 저는 다른 방향을 보고 혼자 걸어가려 하는데. 이혼을 의미하는건 아니지만요. 

그냥 집에 가기 싫은 날이네요. 

IP : 118.235.xxx.239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런데
    '25.8.13 9:31 PM (122.34.xxx.60) - 삭제된댓글

    자녀들도 대학생이니 두 시간 정도 거닐다가 11시반쯤 들어가세요.
    그런데 10시 넘으면 까페도 다 닫고 갈만한 데가 있으려나요?

  • 2. ㅇㅇ
    '25.8.13 9:31 PM (175.114.xxx.36)

    가끔씩 일상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것도 좋고, 맘가는대로 살아보세요. 이제는 원망보다 연민으로 주위를 볼 수 있는 나이라 좋은 점도 있어요.

  • 3. ㅇㅇ
    '25.8.13 9:31 PM (211.251.xxx.199)

    비가와서 어디 마땅히 가실곳이 있으실진 모르지만 마음 풀어질때까지 밖에서 바람 좀
    쐬고 들어가세요

  • 4. 자기
    '25.8.13 9:31 PM (118.235.xxx.239) - 삭제된댓글

    연민은 득이 안되는데... 오늘 휴가낸 김에 그냥 맘까지 휴가갔나봐요.

  • 5. 연민
    '25.8.13 9:33 PM (118.235.xxx.239)

    그쵸 자기 연민은 득이 안되고... 이젠 함께 늙어갈 이를 위한 연민이 제 힘이 되겠죠. 휴가낸 김에 마음까지 휴가인가봐요. 그냥 폐업하고 싶나봐요.

  • 6. 위로
    '25.8.13 9:38 PM (211.219.xxx.62)

    저도 오십후반
    텅빈 마음과
    밤만되면 낼 눈 안뜨면 좋겠단 생각 합니다.
    오늘 여동생 46에낳은 초딩 조카 학원
    픽업하다 이모는 무슨요일이 좋아 ?
    자기는 학원 조금가는 수요일이 좋다고!
    제대답은 난 매일매일 시간가는게 숙제를 안한
    고 나이만먹는것 같다고 했어요.

  • 7. 글을 읽는데
    '25.8.13 9:49 PM (118.218.xxx.85)

    제가 '휴'하는 한숨이 나오네요.
    그래도 말이 통하고 추억을 얘기할수있는 형제들이 있어서 다행한일이라 생각합니다.
    형제들이랑 여행 한번 다녀오시죠

  • 8. oo
    '25.8.13 9:52 PM (115.138.xxx.1)

    그럴 때가 있죠. 나름 씩씩하게 잘살아보려고 바둥대다가
    예전 가여웠던 내가 떠오르고, 현실은 크게 뭐 달라진게 없는것 같아 먹구름 잔뜩 끼어있구요

    저도 너무 싫어한 아버지가 늙고 병들어 요양병원 누워계실때
    거기 한번 다녀오면 얼마나 우울하던지요. 그런 아버지같은 사람 만날까봐 재고 재서 착하고 성실해 보여 결혼한 남편이 벽창호같을 때 너무 큰 절망을 느꼈어요.
    근데 제가 너무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그림과 이상적인 그림을 같이 그리고 있던 것 같았어요. 출발은 불행한 내 부모의 결혼생활이 아니라 철저히 나 자신이었어야 하는데... 저런 인생을 살지 말자!!에 집중해서 결국 그런 테두리를 못벗어난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요.
    너무 지친 탓도 있을 테니 좀 더 쉬시고 가시고자 하는 혼자의 방향도 일단 가보세요.
    눈치 보는 남편이 신경쓰인다면 그래도 남은 정이 있는 거 아닌지..ㅎㅎ
    전 감정이 가라앉을 때 억지로 혼자 정신승리합니다.
    적어도 우리 아버지 같은 사람은 안만났고,
    우리 애들은 나같이 우울한 유년기가 없었으니 정말 다행이고 만족한다 이렇게요.

  • 9. 플럼스카페
    '25.8.13 10:30 PM (1.240.xxx.197) - 삭제된댓글

    왠지 알 것 같은 느낌.
    오늘 아이가 공부하러 외국에 갔어요. 해외여행 나간 거랑은 또 달라서 기분이 우울하고 눈물도 나고... 혼자 눈물 훔치고 일하고 그랬어요. 애가 속상해 할까봐 웃으며 출국장 보내고 한참 뒤에 서서 울다가 출근해서 일하고 퇴근해보니 남편이 울고 있네요.
    오늘은 그런데 같이 슬퍼하고 달래주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왜 우는지 아는데 나도 위로 받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맨날 위로 받기만 하는 그가 얄미워 모른 척 하고 울면서 설거지 하고 막내 밥 차려줬네요.

  • 10. ..
    '25.8.13 10:31 PM (116.88.xxx.243)

    글이 수필읽듯 잔잔하지만 글쓴이 느낌이 확 전해져와요...그냥 고해하듯, 인생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듯 글을 써보시면 어떨까요... 어린 날 내 인생의 한 페이지 한페이지들을 마음을 눌러담아 적어나가다 보면 그냥 과거의 나도 덜 불쌍하고 지금의 남편도 덜 타인같고 부모도 본인몫 인생사느라 애쓴 영혼같고....조금씩 원글님 마음이 풀어지지 않을까요?

    내 상처를 치유하는 시기를 잘 보내시고 그 다음엔 행복하시기를 기도할게요.

  • 11. 누구나
    '25.8.13 11:00 PM (124.53.xxx.169)

    자기앞의 삶이 팍팍하면 ....
    주변을 돌아봐줄 여유를 잃죠.
    아둥바둥 살아내야 하니...
    부모님은 부모님 나름대로 힘드셔서
    스트레스를 그런식으로 풀지 않았나 싶고
    아마도 남편역시 님을 헤아려줄 여유가
    없었ㅇ을 거라고 믿으세요.
    우린 모두 첫경험으로 우왕좌왕 허겁지겁
    앞만 보고 살면서 놓쳐져 버린 것들이 너무 많고 다시 그시절로 되돌아가 만회할수 없기에
    후회로 가슴 아프고 ...
    쏟아내고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 12. 애고 토닥토닥
    '25.8.14 12:45 AM (116.41.xxx.141)

    그래도 지금쯤이면 집에서 잘쉬고있겠쥬 ...
    원글님 댓글님들 다들 위로드리고 싶으네요

  • 13. 서로
    '25.8.14 9:04 AM (211.206.xxx.191)

    사이 좋게 잘 살다가도 은퇴 후 각자의 시간에 몰입해
    한 집에서도 다른 공간에서 잘 지내며 살기도 해요.
    너무 남편에게 신경 쓰지 말고
    남은 날들은 원글님에게 집중하는 삶을 살아 보시면 어떨까요?
    이것저것 배우는 시간도 갖고, 식물 기르기라던가 취미 생활도 하고.

    예전의 아팠던 기억들은 희미해져서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현재에 집중하셨으면 좋겠어요.

  • 14.
    '25.8.14 10:39 AM (59.6.xxx.119)

    이유없이 따귀를 맞아야 했던 어린시절의 원글님이 너무나 가엾습니다.
    연민 하셔도 되어요. 연민을 받지 못한 어린시절의 자아가 아직도 마음속에서 계속 울고 있는데
    내가 나를 연민해야지 누가 해 주겠습니까.
    불쌍하다 가엾다 여기시고 나한테 잘해주세요.
    제 친구는 집에 가기가 너무 싫어서 한 열흘 아주 멀리 여행을 떠났어요.
    멀리서 지내다보니까 집에 가고 싶더래요.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또 그럭저럭 잘 살아갑니다.
    그러다 또 싫어짐 떠나고요. 내가 지금 당장 원하는걸 충족시켜 주면서 그렇게 사는것도 괜찮습니다. 뭔가 좋은 사람이 되면 삶이 바뀔거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살아오셨을것 같아요.
    그런데 내가 열심히 해도 세상과 남편이 벽처럼 바뀌지 않을때, 그때 더 큰 고통이 오고 점점 더 무기력해지고 결국은 나를 부정하는 지경까지 가게 되죠.
    이제 그냥 아무것도 기대하지 말고 내 안에서 미세하게 들려오는 나의 욕구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그렇게 나 자신과 친해지는 시간을 가지면서 조금씩 회복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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