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이혼 역시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잘못이죠.
제가 보고싶은 모습만 봤던것 같아요.
연애 4년반동안 싸운적이 없어서 잘 맞는다 생각했는데
그게 좋은게 아니었어요. 그 사람이 화가 났을때, 싸웠을때, 갈등이 있을때 어떻게 풀어가는지를 봤어야 하는데..
부자였고, 가정적이고 화목한거.
두가지만 보고 열살차이에 시부모님과 같이 사는집에서
신혼을 꾸렸어요.
그 속안에 들어가서보니 전남편은 결벽증에 분노조절장애였고 화목한건 그 가족들이 원하는 이상이고, 그 이상에 맞추기 위해 온가족이 전남편 성격에 맞추고 있다는걸..
그 안에 들어가서야 알았어요.
그걸 알았을 때 전 이미 임신상태였고, 홀로 외딴섬에 있는것처럼 견디다 견디다 아이 백일 몇일 앞두고 결국 전남편과 누나 사이의 싸움에 제가 따귀를 맞고 발로 밟히는 폭행을 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그 신체적 고통과 정신적 충격을 참으며 아이만 보고 모유수유를 하며 지내다 결국 전남펀이 지 성질에 못이겨 갓난아기에게까지 함부로 하는 모습을 보고서야 이 집을 나가야겠다 판단이 섰어요.
말이 좋아 사업가지 백수처럼 매일 집에 있던 전남편에게 걸릴까봐 걱정돼 타이밍만 보다가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수유복 입은채로 아이만 안고 두려움에 덜덜 떨며 그 집을 탈출했어요. 그렇게 친정으로 건너와 1년이 넘게 소송으로 이혼을 겨우 했습니다.
남들처럼 다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는데 제가 뭘 어떻게 할 수도 없이, 노력해볼 새도 없이 그렇게 된 현실이 서러웠어요.
육아휴직 중에 모든일이 벌어져 복직 후에도 회사에 얘기할 수 없었고, 주말에 아이랑 외출해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보면 움츠러 들었죠.
그러다 몇년 후 저처럼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우고 있는 사람을 알게됐고 서로 품고 있는 작은 소망이 남들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는 거라는 마음이 통해 합치게 되었어요.
남편 딸은 제 아들보다 3살 많은 누나였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어 관심과 손길이 많이 필요한 때였죠. 저는 제가 전에 해보지 못했던 노력까지 더해 빨리 온전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제 아들보다 딸아이를 더 우선으로 챙기며 노력했어요.
가까이 살던 시어머니는 저한테 첨엔 편히 쉬라는 이유로 금요일 오후마다 와서는 딸아이를 데리고 갔고 일요일 저녁에야 데리고 오는일을 매주 반복했어요. 밤에 장사를 하시는 분이라 저녁 8시경 나가면 빨라야 새벽 5시에나 집에 돌아오는데 8살짜리 여자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가는거죠.
저는 이해가 안갔어요. 그런 상황에 아이를 혼자두는게 아이를 위한건지, 저를 위한건지.. 저는 온전한 가족이 되고 싶은데 해가 되는 행위라고 생각을 하던 차에 얼마 지나서 알았어요.
딸아이가 7년을 외동으로 자란 아인데 갑작스레 남동생이 생기면서 혼자 놀던걸 나눠서 놀아야하고, tv를 상의해서 봐야하고, 내가 살던집에 두 명이 갑자기 쳐들어온 사람처럼 느껴졌을 수 있죠. 그런일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왔고 그런 이야기를 할머니한테 하자 할머니는 손녀 스트레스 안받게 한다고 학교 안가는 주말, 휴일만 되면 와서 데려간거였어요.
그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 밤에 방치되면서 과자, 사탕 먹으면서 새벽 1시, 2시까지 tv보다가 자고. 그 결과로 딸아이는 눈이 나빠져 안경을 쓰게 됐고 치아는 매일 다 썩어서 치과 정기검진을 갈 때마다 충치치료하기에 바빴죠.
나중에는 저도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니 그냥 방목으로 지내던 어느날, 아이가 엄마 보고 싶다고 했다고 시어머니가 둘 사이 연락을 하게 하고, 엄마집에 데려다줘서 주말을 몇번 보내고 온걸 알게되었어요.
친엄마의 면접을 못하게 아는건 아니었어요. 오히려 남편은 저를 만나기 전부터 면접을 하라는 입장이었는데 주말에 보냈더니 본인 동거남이랑 같이 사는집에 애를 데리고 가서 같이 자고 하더니 얼마뒤에 본인 재혼하면 더이상 애를 못본다고 엄마가 먼저 선언한 상태였습니다.
저도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해서 제가 직접 통화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아이 친모가 재혼후 아기를 낳은 상황이었고 딸아이 정서를 고려해서 정기적으로 면접하라고 요청했습니다. 다만 한달에 한번을 만나더라도 아이를 최우선으로 해서 만나라, 아이 데리고 당신 남편과 아기가 사는 집에 데려가서 이방인처럼 떠돌게 하지말고 면접 계획을 세워서 얘기해달라고 했더니 면접을 안하겠다고 하고 휴대폰 번호도 바꾼 사람입니다.
친모를 만나게 해주더라도 저희가 방법을 의논하고 아이의 정서나 안전이 고려된 상태에서 보내야하는데 아이 할머니가 양육자들에게 상의 한마디 없이 마치 배달하듯이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고 했다는 것에 저는 큰 충격을 받았고, 저의 노력에도 가정이 꾸려지지 않고 아이가 겉도는 이유를 그제야 알았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와도 그 일로 언쟁이 있었고. 시어머니는 당신 손녀를 위해서 내가 너네집에 들어가서 같이 살아야겠다고 통보를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건너갑니다. 남편과 저 사이에서도 딸이 태어났구요. 남편도 집을 나와서 안들어가더군요. 아마도 저보다 더 충격이 컸겠지요.. 엄마에 대한, 딸에 대한..
저는 남편의 결정을 기다렸으나 한달 가까이 아무 결정도 못한채 시간만 흘렀고 저 역시 친정에 있는게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친정엄마에게 면목도 없을뿐더러 어떻게 하겠다는 말조차 못하고 저는 왕복 4시간 거리 춡퇴근하면 아이둘 케어는 온전히 엄마 몫이었으니까요.
그러다 제가 집을 구해서 애들이랑 가겠으니 따라올거면 오고 아니면 말라고 남편에게 통보를 하고 진짜 가진돈 하나 없이 대출로 보증금 만들어 월세 아파트를 구했어요. 남편은 따라왔고 결국 한달뒤 학교 개학에 맞춰 첫째 딸아이도 데리고 왔습니다.
저는 딸아이가 제 노력을 배신했다는 생각과 함께 제 결혼생활마저 파탄나게 하려고 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힘들었고, 한편으론 애가 뭘 알겠나 그런 생각을 갖는 제 자신이 나쁘다고 자책하며 그 때는 아무에게 도움도 못받고 회사 출퇴근하며 아이셋 키우며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나간거지 관계회복도 제 마음 회복도 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작년에 또 일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공부에 취미가 없었고, 매년 문제집은 사놓고 풀지 않고 버리기 일쑤였고, 그래도 저는 중학교 올라가는 시점에 공부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교 졸업하고 책상정리를 하면서 이번에는 문제집 버리고 안넘어간다 입학전까지 계획을 세워 풀으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중간 중간 체크를 하며 혼도 내고, 다독여도 보고 했지만 결국 아이는 두달반이란 시간동안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마지막에는 내놓지 않았던 문제집이 더 있는걸 발견했죠.
저는 회초리를 들었습니다. 엉덩이 다섯대쯤 때리고 끝내려고 했는데 안맞겠다고 하니 팔을 네대정도 때리고 엉덩이 세대 때렸습니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아동학대로 신고를 했더라구요.
요즘 메뉴얼이 학교 선생님들이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로 되어있어 체벌 사실을 안 즉시 신고하게 되어있데요.
아이는 신고를 하고 싶어 맞은 다음날 보건실을 찾아갔고, 그 날 보건교사를 못만나자 다음날 또 보건실을 찾아간거였어요.
그렇게 저는 아동학대 피의자가 되어 경찰조사를 받으러 갔습니다. 결론은 불기소 되었지만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결과가 아니기에 그 과정속에서 제 멘탈은 충격과 걱정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그런 상황들 속에서도 저는 아이 얼굴을 매일 마주하며 밥을 차려주고 빨래를 해주고 필요한 물품을 사주고 해야했습니다.
경찰조사와는 별개로 구청에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저희집 가정방문을 시작했고 한달에 한번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하더니 1년넘게 지속이 되었습니다. 큰아이 뿐만 아니라 영문도 모른채 둘째, 셋째까지 상담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그 기관은 위탁기관으로 실적이 있어야 계속해서 사업 위탁이 이루어지니 아마도 문제가 있는 위기 가정인것 처럼 계속 보고를 하는것처럼 보여졌습니다.
그 1년이 넘는 시간동안 저는 회복 안된 멘탈로 아이를 마주하며 아이가 상담시에 또 나에게 불리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지냈습니다. 상담날짜를 잡자고 전화하는 담당자 이름만 휴대전화에 떠도 식은땀이 났습니다. 휴 글을 쓰는 지금도 제가 그 시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모르겠네요.
아이는 그 일이 있고나서 공부하기 싫다며 수학,영어 학원 다니던 것을 끊었고 저도 공부때문에 더이상의 갈등을 만들기 싫었기에 남편에게 일임했습니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자율학기제인 학교라 2학기에 처음 시험을 보았는데 성적은 참담했습니다. 수학이 30점대.. 2학년 1학기 중간고사는 20점대... 그러더니 공부방을 보내달라, 어느학원을 보내달라 친구들 다니는 학원을 다시 보내달라더군요. 남편은 수학학원을 보냈고 다닌지 두달만에 수학 시험에서 95점을 받았어요. 대신 영어가 40점대로 떨어지구요.
어제 방학식을 하며 성적표를 받아왔기에 제가 또 하지 말았어야 하는 오지랍을 부렸네요.
수학 기말고사 잘했는데 중간고사 못본것 때문에 평균이 확 내려가니 안타깝다, 내신보다 모의고사 수능은 훨씬 난이도가 높으니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더 열심히 하자.
영어는 확 떨어졌는데 어떻게 할거니, 방학인데 계획을 세워서 해라 라고 했더니 영어도 학원을 보내달라는 겁니다.
근데 남편 자영업이 요즘 경기가 너무 안좋아 몇달간 가계 경제를 제가 혼자 꾸려가고 있습니다. 월말에 400 보내주고, 13일 되면 저한테 500을 달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40만원짜리 학원 늘리는건 무리여서 제가 지금은 가정상황이 좋지 않으니 방학동안 부족한거 채워가고 있어라. 영어단어 하루에 3개씩 외우라는 얘기도 2년째 하고 있는데 너 안하지 않냐.. 학원 다닌다고 단어까지 머릿속에 넣어주는거 아니다, 너의 의지가 중요한거다.. 너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은행 대출을 해서라도 보내주겠다 라고 이야기를 하고 마무리 지었어요.
그리고 그 날 학원 보충수업을 가야해서 간식 먹고 가라는 권유도 마다한채 일찍 가겠다고 나간 아이가 친구랑 편의점을 들렀다 학원 본 수업시간 맞춰서 겨우 들어간 것을 제가 알게 됐고 밤에 이 얘기를 꺼내니 울기 시작하면서 낮에했던 대화 얘기를 하네요. 제가 가정상황을 얘기하면서 한숨을 쉬었는데 그 한숨이 본인한테는 너한테 쓰는 돈이 아까워 라고 이야기 하는것 같았데요.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그 아이가 7살 때부터 그 아이의 말로 인해 일어났던 모든일들이 떠오르면서 작년 아동학대범으로 제가 전과자가 될 뻔한 일까지.. 몸이 부들부들 떨렸어요. 왜 그렇게 말하지도 않은걸 너 생각에 끼워맞추냐고 했더니 제가 끼워맞춘다고 표현했다고 계속 울어요...
답답해서 언성이 높아지니 엄마는 왜 본인 잘못은 인정을 안하고 화를 내냐고 우네요... 아니 제가 뭘 잘못한거죠....
이런식으로 계속 같은 대화가 반복되니 남편이 오더니 그만 좀 하래요. 저보고 오늘 왜 이러녜요..
이게 내가 잘못한 일이냐고 그럼 당신이 중재를 해보라고 했어요. 애 불러서 셋이 식탁에 앉았는데 또 같은 대화의 반복이예요. 중재를 할 생각도 할 방법도 모르구요.
아이 듣는데서 저보고 니가 그렇게 이야기를 했으면 어떨거냐고, 그런 이야기를 하다 한숨을 쉬면 그렇게 느껴질 수 밖에 없을거라네요.
결국 언성 높아지고 끝내기로 했어요.
그렇게 학원 보내고 싶으면 본인이 돈을 더 벌어오면 될 일을... 초등학교 때부터 작년까지도 소위 동네에서 엘리트 학원이라는데만 보냈었는데 그 때는 그렇게 안하더니... 저는 정말 염치도 없는 부녀라는 생각밖에 안들고 제가 뭘 위해서 몇년간의 고통을 감내한건가 너무 허무하고 배신감에 힘든 결말이네요.
어제밤 싸우면서 내일 당장 나간다고 하기에
오전에 아들 데리고 나가서 하루종일 자리 피해주고 저녁에.들어 왔는데.. 나간것 같지 않은 집 환경에 오자마자 숨이 턱 막히더라구요. 좀이따 막내딸까지 셋이 집이 들어와서 아무렇지 않게 있길래 오늘 나간다고 하지 않았냐 왜 안나가냐고 했더니 집을 구해야 나간데요. 그래서 그럼 계획을 말해달라 숨이 막혀서 그 때까지 내가 나가있겠다고 하니 마치 제가 쫓아내는 것처럼 짐을 싸며 온갖 쌍욕을 하면서 면상도 보기 싫으니 꺼지라나... 제가 살면서 생전 듣도 보도 못했던 그런 말을 들으려니 정말 자괴감이 들고 몇년간 나를 희생해가며 무슨짓을 한건가 싶네요.
사실 친정 식구들에게도, 친구들에게도 할 수 없는 얘기라 쓰기 시작한건데 너무 내용이 길어졌네요.
다소 부끄럽지만 지우진 않고 제 기록용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재혼하시려는 마음 있으신 분들...
제발 연애만 하세요.
재혼은 현실입니다.
내가 낳지 않은 아이를 내 자식처럼 키우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