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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너무나 조용한 박물관에서 남편의 작품평 듣고 빵 터졌어요~

사차원의 벽 조회수 : 3,983
작성일 : 2025-07-19 15:09:03

어제 비오는 금요일 

남편이 하루 논다고 해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 같이 갔어요 

혼자서 여러번 갔던 곳인데 복작거리는 서울 안에서 서울답지 않게 조용하고 건물 자체가 매우 멋진 작품이라 제가 아주 좋아하는 곳인데 비까지 오니 운치있더 더 좋더라고요 (제일 좋은건 언제 가도 사람이 없어서 혼자 앉아서 생각하거나 멍때리기 딱 좋아요. 카톨릭 신자분들은 미사도 드리고, 서울 안에 이런 곳이 있나 싶은 하늘 광장, 지하 묘지 같은 카톨릭 박해역사 전시 공간, 곳곳에 적절하게 놓인 작품들은 미술관에 온 듯하고, 어둠 속에 차분한 생각의 시간으로 이끌어주는 위안의 공간, 지상의 푸른 풀밭과 작품들이 어우러진 역사공원,.. 등 양파같이 계속 나오는 공간들이 신기한 곳)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나서 '하늘길'이라는 곳을 보러 갔는데 그곳은 좁고 오르막 경사가 진 언덕길에 커다란 돌 조각들이 늘어져있는 '발아'라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요 

군데군데 하늘이 보이게 높게 오픈된 밝은 색 시멘트 천정에 길이 점점 올라가게 되어있어서 죽어서 하늘에 올라가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 상상이 되는 곳인데 커다랗고 속이 뻥 뚫린 커다란 바윗돌을 식빵 썰듯 5등분한 조각들이 밑에서부터 위까지 놓여있어요 

 

저는 그걸 보며 사람이 죽어서 알맹이인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면서 하나씩 벗어놓은 이승의 옷, 육신의 껍데기 같다고 했어요 

남편은 제목이 부적절하다며 자기라면 '얌체'라고 지었을거라고... 

뜬금없이 뭔 소리냐 했더니 누군가 빵을 잘라서 속 앙금만 파먹고 껍데기를 하나씩 버리며 도망간 것 같다고.. ㅎㅎ

진지하게 듣다가 빵 터져나온 웃음을 입으로 얼른 틀어막았죠 

너무 조용한 곳이라...

 

뻔한 고정관념의 테두리를 못 벗어나는 제 눈에 34년을 살았는데도 매번 처음 접하는 발상과 순발력으로 가득한 남편이 신기방기~

교과서 표준전과같은 사람이 얌전한 얼굴과 목소리로 한번씩 저런 소리를 하니 반전 효과까지.. 

매일 한번 이상은 웃고 살자는 주의인데 덕분에 어제 할당치는 채웠네요 ^^

네 남편 자랑 코딱지만큼에 ㅎㅎ 가실 데 마땅치 않은 분들, 혼자서 어딜갈까 망설이는 분들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강추드리며 이만 물러갑니다 ^^

 

IP : 220.117.xxx.100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궁금하신분들
    '25.7.19 3:11 PM (220.117.xxx.100)

    사진으로 맛보기

    https://mediahub.seoul.go.kr/archives/2000792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건물이예요

  • 2. ㅇㅇ
    '25.7.19 3:14 PM (118.235.xxx.119) - 삭제된댓글

    앞으로 작품평은 밖에 나와서 하시기 바라요…
    진짜 민폐예요

    장소 추천 감사합니다

  • 3. ㅋㅋㅋ
    '25.7.19 3:15 PM (222.100.xxx.51)

    진짜 좋은 곳이네요 덕분에 저도 한 번 가봐야겠어요.
    앙금 보다 껍데기를 좋아하는 저는 하나씩 먹으며 따라올라갈 것 같네요 ㅎㅎ

  • 4. 어휴 저~ 윗댓
    '25.7.19 3:20 PM (112.184.xxx.188)

    진짜 민폐네요. 즐거운 기분 같이 느끼며 읽다 확 불쾌 해지네요. 저리 가세요.

  • 5.
    '25.7.19 3:20 PM (222.100.xxx.51)

    저 정도가 무슨 민폐에요. 작품평이 아니고 그냥 나직한 대화죠

  • 6. 작품평이든대화든
    '25.7.19 3:23 PM (125.132.xxx.178)

    작품평이든 대화든 안에서 못 할 이유가???
    지나친 엄숙주의 싫어요.
    나지막히 도란도란 작품얘기 할 수 없는 공간 더 싫으네요.

  • 7. ..
    '25.7.19 3:27 PM (221.148.xxx.19)

    뮤지컬 시체관극도 이해못하는데 그림도 시체처럼 감상해야되나보네요

  • 8. ..
    '25.7.19 3:29 PM (218.237.xxx.109)

    남편분의 감상평 마음에 드는데요!
    다음에 꼭 가보고 싶어졌어요

  • 9. ㅋㅋㅋㅋㅋㅋㅋㅋ
    '25.7.19 3:29 PM (118.235.xxx.136)

    저 그 옆에 사는데 한번도 거기 안 가봤어요
    저도 그 '얌체' 감상하러 다녀와야겠네요

    글이 즐거워 그 근처 맛집 리스트 풀어요
    중림장(곰탕), 충정로 수연(안동국시), 드로우 에스프레소(에스프레소), 버거운녀석들(버거), 충남호프(옛날치킨에 생맥주)

    참고로 버거집이랑 국시집 빼고는 가게가 작아 오래 앉아있김 어렵습니다 이 근처는 오래 앉아있으려면 프랜차이즈 가야 해요

    아니면 좀 걸어서 남대문 가셔서 서령에서 냉면 드시고 식후에 남대문 둘러보고 가셔도 좋아요

  • 10. 우와~
    '25.7.19 3:34 PM (1.227.xxx.45)

    이런 곳이 있었군요
    원글님 감사해요
    웃음주신 남편분도 ㅋㅋ

    저 위 민폐라는 분..
    본인이 좋은 분위기 망치는 사람이라는거
    알까요?

  • 11. 나무木
    '25.7.19 3:45 PM (14.32.xxx.34)

    다음 주에 남대문에
    안경 찾으러 가야하는데
    나들이 코스로 정합니다
    서울에 수십년 살아도
    안가본 곳도 많군요
    감사합니다

  • 12. 얌체 좋아요ㅎ
    '25.7.19 3:47 PM (39.125.xxx.100)

    맛집 소개님도 감사합니다

  • 13. 역시 멋진 분들
    '25.7.19 3:51 PM (220.117.xxx.100)

    핵심이 뭔지 아시는 분들! 좋아요 ^^
    저도 82에서 처음 듣고 갔다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칭찬받았어요
    서울인데 그 안에서 하늘을 보면 여기가 서울 한복판에 있다는게 믿기지 않는 특별하고 색다른 곳, 공간과 빛과 하늘이 특별한 역할을 하는 멋진 곳이예요
    게다가 무료이기까지.. (저희는 도네이션을 했어요)
    여길 한번 가본 사람은 나만 알고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하는 곳이지만 그래도 82에서 받은게 많아 돌려드립니다 ^^

  • 14. ㅎㅎ
    '25.7.19 3:55 PM (218.155.xxx.188)

    여기 저도 좋아해요.
    종교 상관없이 나직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공간.
    올려다보는 하늘이 정말 좋죠.
    원글님이 소개해주니 반갑네요.

    저 윗 댓글 118.
    저긴 오픈된 공간이에요
    민폐 어쩌구할 그런 공간 아니니 가보고나서나 댓글 다세요.

  • 15. 좋은 글
    '25.7.19 3:58 PM (1.229.xxx.229)

    감사합니다.
    꼭 가볼게요.

    그리고 민폐라는 분
    님이 댓글 만폐세요. ㅉㅉㅉ

  • 16. 맛집 소개해주신
    '25.7.19 4:00 PM (220.117.xxx.100)

    ㅋㅋㅋㅋㅋ…님 감사합니다
    저는 맛집 쪽은 영 꽝이라 2% 부족한 글에 귀한 정보를 주시다니 서로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군요^^
    사실 나들이 소개글엔 맛집이 진정한 앙꼬인데 말이죠 ㅎㅎ

    2년 전에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갔다가 그 일대를 탐색한 글을 올린 적이 있어요
    주변에 갈 곳들이 꽤 있어서 하루 나들이하기에도 괜찮아요
    댓글에 다른 정보들도 더 많고요


    서울에 이리 멋진 박물관이 있었다니…왜 몰랐을까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bn=15&num=3619776&page=1&searchType=sear...

  • 17. ㅋㅋㅋㅋㅋㅋㅋㅋ
    '25.7.19 4:07 PM (118.235.xxx.64)

    평일에 워낙 복잡하고 공기가 좋진 않아서 저 같은 워커홀릭이나 사는 동네이긴 해요

    그리고 남대문 안 가시고 정동길이 의외로 바로 근처예요. 그쪽으로 쭉 빠져서 카페 루소, 산 다미아노, 르풀 요런 곳 가시고 산책하면서 덕수궁 대한문 옆 와플집 가셔서 와플하나 드시고 와도 좋습니다^^ 정동길로 가는 길목에 있는 음식점들은 회사원 대상이라 맛은 별로 없습니다.. 정동길 쪽까지 나가셔야 해요. 이 근처 음식점들이 주말엔 많이 안 하고 맛도 심하게 없는 곳이 많아 노파심에...

    참 이 근처 약현성당도 예쁘니 교인이신 분들은 둘러보시길(저는 아니지만요)

  • 18.
    '25.7.19 4:07 PM (1.229.xxx.229)

    원글님 고맙습니다!

  • 19. 와오
    '25.7.19 4:27 PM (211.210.xxx.96)

    어제 근처 지나가면서 내비보다가 어딘지 잘 안보여서 다음에 다시 찾아보려고 했는데 후기 감사하고 링크도 감사해요
    저도 빵껍데기 보러가야겠어요^^
    맛집정보도 감사합니다 !!

  • 20. 하늘하늘
    '25.7.19 5:45 PM (59.28.xxx.135)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과 맛집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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