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돼지고기 장조림

이모 조회수 : 337
작성일 : 2025-07-18 17:18:30

제가 어릴 때 편식이 심했거든요. 
바싹 구운 삼겹살을 5학년 정도 되어서야 먹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생선, 고기 특유의 냄새에 민감 했던 거 같아요. 
방학 때마다 이모네 집에 며칠씩 있다 오곤 했는데, 
6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아요. 
이모네는 저보다 두살 네살 어린 사촌동생들이 있었고, 이모네 아이들과 동갑 터울인 이모의 시조카 애들도 둘이 와 있었어요.
그 때 이모는 갓 서른을 넘긴 나이였어요. 욕심도 많고 바지런하고 거칠지만 조카들 품어줄 줄도 알았지요.
저는 엄마 음식보다 이모 음식이 좋았어요. 굵은 고추가루가 듬성 묻은 알타리무가 어찌나 아삭하고 달큰하던지요. 

어린 저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같이 있는 시간엔 이모랑 자주 부딪혔어요. 
가내 공장일을 하면서 다섯명의 애들 밥까지 차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였을텐데 이모는 후딱후딱 몇가지 반찬을 내어서 기다란 상이 허전하지 않게 차려주었던 것 같아요.
돼지고기 장조림이 상에 올라왔는데, 물에 빠진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한 점 입에 넣었어요. 단짠하면서도 고소한 참기름의 뒷맛이 너무 환상적인거에요.

순식간에 장조림이 비워지자 이모는 장조림이 담겨진 맥심병을 들고와서 한 번 더 덜어주고는 병에 얼마나 장조림이 남았는지 확인하고는 가져갔어요. 그 남은 장조림, 아직 먹지 않은 남은 장조림이 너무 적게 느껴졌어요. 


엊그제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었거든요. 여전히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진 않기에 자주 만들지는 않지만,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때마다 젊었던 이모 생각이 나요. 맥심병에 들어있던 그 장조림도요. 

그나저나 장조림 고소하게 만드는 비법 있으시면 풀어주세요!!

IP : 61.77.xxx.11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7.18 7:49 PM (1.252.xxx.149)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여기 히트레시피에 돼지고기 장조림 레시피 있어요. 예전에 맛있게 해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한번 해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37981 혜경궁이 검거니가 하던 짓 하는 거 아닐까 14 ... 21:46:33 2,101
1737980 여름에 나고야 가는거 어떨까요? 7 ㅇㅇ 21:45:36 837
1737979 부당한명령에 저항한 군인 포상한다 4 대한민국 21:43:33 559
1737978 저는 상점 유리에 비친 내 모습보고 깜짝깜짝 놀라요 9 ..... 21:37:29 2,269
1737977 아래글보니 생각나는데,상사가 신분증을 빌려달래요 5 21:35:24 1,184
1737976 털 빠지는 니트 버려야하겠죠ㅠ 2 루비 21:30:00 340
1737975 클래식중에 제목에 피아노 단어 3 부탁드려요 21:29:38 722
1737974 비 많이 왔는데도 마당 조차도 나가 보지 않는 남편 4 주택 21:25:18 1,474
1737973 미니쿠퍼 컨트리맨 타시는분?어떤지요? 10 미니쿠퍼 21:25:10 997
1737972 요앙보호사 따둘걸 그랬네요 5 세금 21:25:09 3,654
1737971 여성 드로즈...속옷 패밀리세일 3 choll 21:22:23 1,023
1737970 비트코인 하는 분들 질문 있어요 7 매도 21:19:22 1,326
1737969 순창 강천사 여행 괜찮을까요? 3 비 걱정 21:17:54 612
1737968 엄마가 시험지 가져오면 안볼건가요? 19 ... 21:16:27 2,150
1737967 지금 궁금한 이야기 y 2 발음 21:14:51 2,924
1737966 달러 투자했어요 5 ... 21:14:36 1,954
1737965 재밌는게 없네요 3 .. 21:14:19 991
1737964 급질 수박 냉장고 1 ... 21:14:14 406
1737963 길고양이가 낳은 새끼 데려와도 될까요 15 나들목 21:13:46 1,351
1737962 10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ㅡ 김건희의 출구전략 - 모스탄, 용.. 6 같이봅시다 .. 21:07:05 1,508
1737961 복숭아 드실때 껍질 깎고 드세요? 그냥 드세요~? 27 ... 21:06:34 2,295
1737960 여름에 하는 생리는 진짜 적응 안 되네요. 12 .. . 21:03:51 1,707
1737959 오늘 매불쇼 충격적인부분 23 ㄱㄴ 20:59:49 5,920
1737958 친구가 저한테 통장사본과 신분증을 22 .. 20:57:28 4,839
1737957 지금 지볶행 보시는 분 10 몽골 20:57:04 1,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