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돼지고기 장조림

이모 조회수 : 440
작성일 : 2025-07-18 17:18:30

제가 어릴 때 편식이 심했거든요. 
바싹 구운 삼겹살을 5학년 정도 되어서야 먹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생선, 고기 특유의 냄새에 민감 했던 거 같아요. 
방학 때마다 이모네 집에 며칠씩 있다 오곤 했는데, 
6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아요. 
이모네는 저보다 두살 네살 어린 사촌동생들이 있었고, 이모네 아이들과 동갑 터울인 이모의 시조카 애들도 둘이 와 있었어요.
그 때 이모는 갓 서른을 넘긴 나이였어요. 욕심도 많고 바지런하고 거칠지만 조카들 품어줄 줄도 알았지요.
저는 엄마 음식보다 이모 음식이 좋았어요. 굵은 고추가루가 듬성 묻은 알타리무가 어찌나 아삭하고 달큰하던지요. 

어린 저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같이 있는 시간엔 이모랑 자주 부딪혔어요. 
가내 공장일을 하면서 다섯명의 애들 밥까지 차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였을텐데 이모는 후딱후딱 몇가지 반찬을 내어서 기다란 상이 허전하지 않게 차려주었던 것 같아요.
돼지고기 장조림이 상에 올라왔는데, 물에 빠진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한 점 입에 넣었어요. 단짠하면서도 고소한 참기름의 뒷맛이 너무 환상적인거에요.

순식간에 장조림이 비워지자 이모는 장조림이 담겨진 맥심병을 들고와서 한 번 더 덜어주고는 병에 얼마나 장조림이 남았는지 확인하고는 가져갔어요. 그 남은 장조림, 아직 먹지 않은 남은 장조림이 너무 적게 느껴졌어요. 


엊그제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었거든요. 여전히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진 않기에 자주 만들지는 않지만,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때마다 젊었던 이모 생각이 나요. 맥심병에 들어있던 그 장조림도요. 

그나저나 장조림 고소하게 만드는 비법 있으시면 풀어주세요!!

IP : 61.77.xxx.114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7.18 7:49 PM (1.252.xxx.149)

    좋은 글 잘 읽었어요. 여기 히트레시피에 돼지고기 장조림 레시피 있어요. 예전에 맛있게 해서 먹은 기억이 있는데 한번 해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37828 한끼합쇼 하는데 예전 재방송 아닌가요? 2 요즘 2025/07/18 2,052
1737827 비싼 계란을 수십개 왕창 깼는데.. 9 질문 2025/07/18 3,911
1737826 수성구 학군 장난 아닌게 맞네요 29 의대2배많이.. 2025/07/18 6,435
1737825 에어컨 때문에 딸하고 매번 싸워요 24 에어컨 2025/07/18 9,158
1737824 어렸을때 부모가 의사인 친구집가서는 22 ㅓㅓㅗㅎ 2025/07/18 14,737
1737823 70년대생 이신 분들 학교에서 추행 14 추행 2025/07/18 3,325
1737822 이재명 대통령은 배우같아요 41 ... 2025/07/18 5,849
1737821 이 요가복 브랜드 혹시 아시는 분~ 3 뭘까 2025/07/18 1,804
1737820 흉가체험 (심약자 절대 클릭 금지) 18 ㅇㅇ 2025/07/18 4,181
1737819 일본극우는 남의나라 폄하하는데 우리나라 극우는 10 .. 2025/07/18 909
1737818 농사 처음으로 지어보니 뉴스보고 넘 마음 아프네요 8 수해 2025/07/18 2,341
1737817 멸공 기사 죄다 사라졌네요 10 123 2025/07/18 2,686
1737816 K2소총·공포탄 10발 들고 강릉에서 무장 탈영병 발생, 군·경.. 3 ... 2025/07/18 2,638
1737815 조기찌개 끓였는데 비린내 17 2025/07/18 2,563
1737814 20대초부터 사업시작하고 결국 포기하지 않으면 40-50대쯤엔 .. 13 ㅇㅇㅇ 2025/07/18 3,154
1737813 윤썩열 죄수복, 머그샷..나왔나요? 8 궁금 2025/07/18 2,874
1737812 뚜껑닫아야지만 작동되는 유리믹서기 알려주세요 3 ........ 2025/07/18 709
1737811 음식점에서 제가 너무 한가요? 21 Qa 2025/07/18 8,345
1737810 악플 하나 박제 할게요 6 ... 2025/07/18 1,945
1737809 혜경궁이 검거니가 하던 짓 하는 거 아닐까 18 ... 2025/07/18 3,832
1737808 여름에 나고야 가는거 어떨까요? 8 ㅇㅇ 2025/07/18 1,526
1737807 저는 상점 유리에 비친 내 모습보고 깜짝깜짝 놀라요 10 ..... 2025/07/18 3,993
1737806 아래글보니 생각나는데,상사가 신분증을 빌려달래요 3 2025/07/18 2,007
1737805 털 빠지는 니트 버려야하겠죠ㅠ 1 루비 2025/07/18 580
1737804 클래식중에 제목에 피아노 단어 5 부탁드려요 2025/07/18 1,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