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느꼈냐면요
아빠가 돌아가실 때요
그때가 되니,
아빠와 내가 왜 힘들었는지,
내가 왜 아빠를 피했는지,
아빠의 진의가 무엇이었는지,
그런게 비로소 이해가 되고요
신생아처럼 아무 힘도 의욕도 꿈도 미래도 없는 아빠를 보니
그제서야 측은한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죽음, 생명이 다하지 않았다면
생생한 아빠 앞에선 절대로 가질 수 없는 마음이었어요
자식이 무엇인지 부모란 어떤 존재인지도 알게 되고요.
자식은 배반하러 태어났구나 싶고,
나도 내 자식들이 나 섧게 대해도 그게 자연의 이치려니..하고 받아들여야지 하며
애들에 대한 마음도 한층 내려놓게 되고요.
명예, 돈, 학위, 직업 쫓던 것들이 작게 보이면서
있는 동안 가까운 사람과 사랑하고 사는게 위너란 생각 들면서
제 꿈이 바뀌더라고요
사랑 많은 할머니로 늙고 싶다...로요.
그래서 가까운 사람에게 늘 사랑과 평화를 주고,
지혜를 주는 그런 소박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라는
실현 가능해 보이지만 실로 어려운 그런 꿈이 생겼는데
그 꿈이 다른 이상처럼 절 절박하게 하거나 조급, 초조하게 만들지 않아요
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들고
자주 떠올리면서 내가 그렇게 성숙해가고 있나...돌아보게 되고요.
아빠의 생각보다 이른 죽음이 아니었다면,
못만났을 그런 생각이 있어요.
그래서 죽음도 꽤 괜찮은 삶의 선물같아요.
그렇게나 많이 슬퍼할 일이 아니고,
살아생전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아껴주지 못한게
더 슬프더라고요.
죽어야지만 아는 것들이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