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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서로 상냥하기가 이렇게 힘들까요

에휴 조회수 : 3,999
작성일 : 2025-06-27 23:12:34

저는. 사람은 사람에게 친절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 살기가 얼마나 힘든가요. 

그 힘듦속에 무심코 마주한 상대의 상냥한 말 한마디가 때론 살아갈 힘이 되어주잖아요. 

 

전 마음이 많이 무르고 연약한 사람입니다. 

쉽게 상처받고 많이 힘들어해요. (이건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더욱, 남들에게 상냥하고 다정하고 친절하려 노력해요. (이건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내 속 짚어 남의 속이라... 인간은 본디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니까요. 내가 상처를 잘 입는 사람이라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고 항상 나이스하게 대하려 해요. 가식이라 해도 좋고 위선이라 해도 괜찮습니다. 위선도 선아니겠어요. 이 험난한 세상살이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데 상냥하기라도 해야죠. 

 

남편은 이런 저를두고 사기를 부르는 얼굴이라고 말해요. 압니다. 만만해 보인다는 거. 당하기 쉽다는 거. 그래서 인간관계자체를 축소해요. 사기 당할 껀수 자체를 안만들려 노력하고 표면적인(가식적이라해도 할 말 없구요) 나이스함을 보이는 외에 깊은 교류는 잘 하려하지 않습니다. 제가 저를 보호하는 방법이랄까요. 

 

이런 저도. 사회생활이라는 걸 해야만 하는 때도 있어

지금 저보다 15살 이상 많은 분과 한 사무실에서 2년째 부대끼고 있어요. 저도 낼 모레 쉰인지라 그분은 우리 막내 고모뻘로 나이가 많죠. 

저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몸이 여기저기 고장나기 시작하고(원래도 딱히 건강체도 아니고요) 늙어간다는 것의 서글픔? 같은 걸 느낄 때가 있는데... 게다가 저는 원래도 나이 대접을 잘 해주는 편입니다. 어른 비위를 잘 맞춰요, 제가. 

 

그저 저는. 상냥했을 뿐이고 제 신념대로 최대한 친절했을 뿐인데. 그리고 이분의 인격을 믿었어요. 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을 거라고, 만만하다고 막할 사람은 아닐거라고. 나이 대접을 하는 만큼 나이에 대한 신뢰 같은 게 있었거든요 저는. 

 

근데... 아니더라고요. 

 

근 2년을. 

저는 최선을 다했고. 

아무런 미련도 아쉬움도 없네요. 

 

그래서 이제는 저의 친절한 얼굴을 거둬들였습니다. 

타고나길 전투력 제로인 인간이라

공격은 1도 없고 다만 상냥한 미소만 거둬 버렸습니다. 

말도 안되는 걸로 시비걸 때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 돌리시 시작했어요. 예전같으면 네네 하고 받아줬을 말들에 이제는 대꾸를 잘 안해요. 

저도 사람인지라... 네게 쓸 인내심을 모두 소진했다는 느낌이에요. 

 

그러자... 이제와서. 

몹시도 당황해 하며 제 눈치를 보는 게 느껴집니다. 

이분도 애초에 소심한 분이셨다는 거 알고 있었고 대부분의 경우에 (열에 예닐곱은)상냥 했었고 다만 선을 넘을 땐 좀 많이 쎄게 넘어서. 아마도 그 선을 넘어도 될만큼 제가 만만해 보였나 싶습니다. 저는 만만한게 아니라 그냥 상냥한 사람이었을 뿐인데. 선을 넘을 때 몇번은 저 참 좋게 좋게 말을 했거든요. 그때마다 이분도 수긍하는 거 같았는데(심지어 저 연약한 사람이다 상처 잘 받는단 말까지 그냥 솔직하게 다 했어요) 근데 습관이 되어버린 막대하기는 날로 심해지더라고요. 

 

이제와서. 제 눈치를 보며 언행을 조심하는 이분을 보며

아. 

이 세상을 살면서. 

이 험난한 세상살이에. 

(제가 지금 너무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어 더 험난하게 느껴집니다. 자식문제고, 이분도 제가 어떤 상황인지 압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냥하기가

왜 이리도 힘이드는가

한탄하게 되는 날입니다. 

IP : 140.248.xxx.2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6.27 11:13 PM (59.10.xxx.175)

    사람한테 최선다하지 마세요.. 원글님말씀어떤건지 넘 잘알고 저도 비슷한과고 같은 생걱 가졌는데 사람맘 다 내맘같지않다잖아요.. 걍 편히 내려놓으세요.

  • 2. 거울치료
    '25.6.27 11:17 PM (98.244.xxx.55)

    대접받은대로 대접하기

  • 3. ...
    '25.6.27 11:18 PM (114.200.xxx.129)

    그냥 그런거나 말거나 놔두세요 ..ㅠㅠ원글님 같이 그렇게 생각하면 사회생활하면서 상처 많이 받을것 같아요.ㅠ 회사는 그냥 돈때문에 가는거고 회사 동료는 돈떄문에 어쩔수 없이 만나는 사이이지 그이상 그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 4. 0-0
    '25.6.27 11:21 PM (220.121.xxx.25)

    50대 중반이 되니까 모든 기준이 내 에너지를 나한테 쓰고
    그 외에는 최대한 아끼자 모드예요.
    이제라도 원글님의 친절함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더 신경쓰지 마시고 본인 마음을 더 챙기고 아끼세요

  • 5. ㅇㅇ
    '25.6.27 11:26 PM (222.106.xxx.245)

    님같은 분만 있으면 왜 범죄가 있고 인생사 고통이 있겠어요. 여긴 천국이 아니라 그냥 죽지못해 사는 인간계니까 그냥 그때그때 부침이 있더라도 맘 가다듬고 심지있게 살아나가야 해요. 마음 여린것도 좋은게 아니에요. 따질건 따지고 때론 미움받을 용기를 내고 살아야지요.

  • 6. .....
    '25.6.27 11:33 PM (211.186.xxx.26)

    알베르 까뮈
    원칙은 큰 일에나 적용할 것.
    작은 일엔 연민으로 충분하다.

    이동진 평론가구 이 이야기를 허는데요, 너무 공감했어요. 원글님 말씀과도 통하는 것 같아 쇼츠 링크 올려요
    https://youtube.com/shorts/7-hzX-BtPdg?si=6VJJNUjzteZPe28N

  • 7. ..
    '25.6.27 11:35 PM (211.206.xxx.191)

    님 친절하고 상냥한 것과 선 넘는 것은 다릅니다.
    그러니 이제 선을 알려 줬으면 됐어요.
    다시 그전처럼은 못 돌아 가면 누가 손해일까요?
    대접 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만 잘 하시면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예절이 있어야지요.

  • 8. 돼지목에 진주를
    '25.6.27 11:42 PM (180.227.xxx.173)

    걸지 마세요..
    인간관계할때 항상 생각하는 말이에요.
    나의 친절을 받을 가치가 없는 자에게는 내 기운빼가며 줄 이유가 없는거에요.
    인내심이 제한적인것처럼 (가까운) 타인에 대한 친절도 마찬가지거든요.
    돼지목에 진주를 걸지맙시다.

  • 9. 희안하죠
    '25.6.27 11:52 PM (58.29.xxx.96)

    친절하고 상냥하면 막대하고
    싸늘하면 굽신거리고 어려워하는게 인간이란게

    그래서 저는 싸늘하게 살기로 했어요.
    간혹 아주 간혹 따뜻한 사람을 만나면 저도 따뜻한 사람으로 대합니다.

  • 10. 상냥한것과
    '25.6.27 11:54 PM (1.243.xxx.68)

    호구는 다른겁니다

  • 11. 저도
    '25.6.28 1:26 AM (118.220.xxx.220)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오다 사회에 나오니 그 상냥함과 선의가 호구잡혀 늘 이용 당하고 무시당해서
    내자신을 지키고자 웃지 않고 일부러 싸늘하게 말하는 연습을 하며 사회생활 했어요
    세상은 생각보다 더 동물의 영역이더군요
    특히 자기보다 좀 더 예쁘고 좀 더 컴퓨터를 잘 다루고 일을 잘하면 깎아내리기위해 잔인한 짓도 서슴치 않아요

  • 12. ...
    '25.6.28 6:50 AM (58.140.xxx.145)

    저도 님같은사람이예요
    50대 되니까 사람들 다 똑같아요
    자기밖에 모르고
    저도 아예 사람 안만나요
    만나도 저도 안맞춰줍니다

  • 13. ...
    '25.6.28 7:22 AM (115.22.xxx.169) - 삭제된댓글

    글이 약간 모순인데 이 동료분은 표면적인 나이스함을 뚫고 깊은교류를 하고싶다는 생각이들었다는건가요? 그사람을 잘알지도못하는상태에서 인격을믿고 다른사람들과는 다를거야 이런 기대를 했다는것이 그자체로 사회동료를 넘어서 인간적인 깊은교류를 하기를 내가 먼저 원했다는말이 아닐지.
    그사람은 걍 그사람답게 행동하게 두시고.. 어쩌면 상대방은 님이 최대한 친절히 대하는것도 딱히 안원할수도있어요. 서로 최대한 친절한 관계일때 편안함이 드는것은 님이고...상대방은 오히려 좀 막 대해주고 농담도 편하게 하는관계이길 바랬는데 상대가 너무 나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저자세로 나오면 오히려 선긋는건가? 싶게 더 불편함을 느끼는사람도 있어요.
    괜히 혼자 상대의 선함을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맞춰주다가 실망하지마시고
    어차피 님도 위선적으로 한다고 했잖아요. 거친말이 들려도 응 나도 너한테 친절한거 진심아니야 일이니까 하는거지~ 속으로 이렇게 읊을 여유가 있을정도로 메뉴얼화된 친절 정도만 하세요. 그러다가 정말 좋은사람에게만 최선의 상냥함을 보여주시구요.
    말은 위선이라고 하셨지만..오히려 매순간마다 너무 진심으로 사는분이 아닐지.
    그렇게밖에 사는법말고는 몰라서...다른사람들도 나와같길 기대하면서..
    걍 저랑 비슷한거같아서 써봤어요.

  • 14. ...
    '25.6.28 7:23 AM (115.22.xxx.169)

    글이 약간 모순인데 이 동료분은 표면적인 나이스함을 뚫고 깊은교류를 하고싶다는 생각이들었다는건가요? 그사람을 잘알지도못하는상태에서 인격을믿고 다른사람들과는 다를거야 이런 기대를 했다는것이 그자체로 사회동료를 넘어서 인간적인 깊은교류를 하기를 내가 먼저 원했다는말이 아닐지.
    그사람은 걍 그사람답게 행동하게 두시고.. 어쩌면 상대방은 님이 최대한 친절히 대하는것도 딱히 안원할수도있어요. 서로 최대한 상냥한 관계일때 편안함이 드는것은 님이고...상대방은 오히려 좀 막 대해주고 농담도 편하게 하는관계이길 바랬는데 상대가 너무 나를 높이고 자신을 낮추는 저자세로 나오면 오히려 선긋는건가? 싶게 더 불편함을 느끼는사람도 있어요.
    괜히 혼자 상대의 선함을 기대하고 최선을 다해 맞춰주다가 실망하지마시고
    어차피 님도 위선적으로 한다고 했잖아요. 거친말이 들려도 응 나도 너한테 친절한거 진심아니야 일이니까 하는거지~ 속으로 이렇게 읊을 여유가 있을정도로 메뉴얼화된 친절 정도만 하세요. 그러다가 정말 좋은사람에게만 최선의 상냥함을 보여주시구요.
    말은 위선이라고 하셨지만..오히려 매순간마다 너무 진심으로 사는분이 아닐지.
    그렇게밖에 사는법말고는 몰라서...다른사람들도 나와같길 기대하면서..
    걍 저랑 좀 비슷한거같아서 써봤어요

  • 15. ㅌㅂㄹ
    '25.6.28 8:46 AM (121.136.xxx.229)

    착한 사람들이 종종 잘 모르는게 세상 사람들이 다 나만큼 착하지 않다는 점이더라고요 그래서 나이 들어가면서 뒤늦게서야 아 세상 사람들은 나와 같지 않구나를 느끼게 되고 그때 되어서야 자신을 지키려고 노력하는데 평생을 착하게 살아왔기 때문에 자신을 지키려고 결심해도 그게 실행이 쉽게 되지 않더라고요 그리고 저런 상대방들은 내가 친절을 거둬들이면 당황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시 마음을 풀고 친절을 베풀면 또 예전처럼 그렇게 호의를 권리인 줄 알고 나를 막 대합니다 그냥 끝까지 꿋꿋하게 잘 스스로를 지켜 나가시길 바래요

  • 16. ㅌㅂㄹ
    '25.6.28 8:47 AM (121.136.xxx.229)

    세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강약약강형이에요 강강약약형이 굉장히 귀하죠

  • 17. . .
    '25.6.28 9:24 PM (180.83.xxx.253)

    인간관계 부족한 저 댓글 몇번이나 읽습니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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