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리집 제비

ㄷㄴㄱ 조회수 : 1,194
작성일 : 2025-05-24 17:02:15

우리집 현관위 처마밑에

제비새끼 4~5마리가

수시로 입을 쫙쫙 벌리며 울어댄다

 

그 엄마는 진짜 지극정성

마치 이어달리기  경주를 하듯

한놈 입에 잽싸게 넣어주고는

진짜 잽싸게 다시 둥지서 나와

크게 날면서 먹이를 찾으러다닌다

 

그리고 또 금새먹이를 찾아와

이번에도 또 입을 쫙쫙 벌린 아이 중

가장 요란하게 우는 새끼 제비에게 잽싸게  먹이를 먹인다

 

그리고선 굉장히 스피디하게 또 공중 곡예하듯

어디론가 날아간다

 

무한반복..

이게 하루종일 무한반복이다

 

진짜 제비 몸매가 왜 저리도

날렵하고 차르르한지 알것같다

아마 근육덩어리일 것이다

저러니 군살이 붙을수가 있나?

 

제비에 관심생겨 검색하다 너무 놀랐다

제비 한마리가 일년에 5만여 마리의 곤충을 잡는다는 것

그러면 하루에  130~140마리의  곤충을 잡는다는건데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수긍이 갔다

 

다만 한번에 꼭 한마리만 입에 물고오는지

여러마리를 물고오는지는 모르겠다

여러마리 물고오면 훨씬 수월할텐데..

 

요즘 느리게 산다며 게을러지고있는 나에 비하면

제비는 진짜 부지런함의 끝판왕이다.

조금 부끄러워질뻔 했지만

하지만 제비는 나를 판단하지 않을것이므로

이 판단은 전적으로 내가 나를 판단하는것임에 들림없다

제비 덕분에 내가 나를 좀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다

 

그래 뭐 어때

이럴때도 저럴때도 있는거지..

스스로 다독여본다

 

어릴적 정서가 평생을 지배한다던데

새끼 제비들의 평생 안정된 정서를 위해

아름답고 고요한 피아노음악을 틀어주었다

처마밑 부근의 창문을 살짝 열고

스피커를 그쪽에 위치하였다

 

무심히 컴을 하던 내가 고개를 들던 찰라

오 창문앞 난간에 엄마제비가 걸터앉아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음악을 즐기는 것도 같고..

 

창문가 책상에 앉은 나에게

제비는 내가 일어나 한두걸음 걷고 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현관 앞 난간에   앉아

밖을 보며 음악감상을 하고

숲 풍경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 제비의 모습은

앉아있는 폼으로 보나

이 집을 들락이며 열심히 사는 모습으로 보나

뭐로 보나 그야말로 진짜 이 집 주인 같다

 

가만히 제비를 바라보노라니

고놈은 마치 현관 앞 안락의자에 앉아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는

그런 집주인을 연상시킨다.

 

새끼 다섯을 키우랴

먹이 찾아 입에 넣어주랴

매번 다섯마리가 미친듯 울어대니

진짜  고단한 하루를 보내는 중일 것이다

 

내가 아니라 저쪽의 제비가

집주인 같은 포스를 풍기는게

조금 서운했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 집은 인간의 측면에서는 내집이지만

제비집이기도 하니까

제비 또한 이 집의 주인 맞지 않는가?

 

그리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산다는 점에서

제비는 나보다 더 자격이 있으리라..

 

새끼 제비들이 또 똥 한뭉탱이를 싸놨다

바닥에 화장실(?)을 설치해 주었는데

하얀 키친타월만 갈아주면 된다

 

요즘은 이제 매일하고 있는데

기저귀 갈러간다고.. 표현하고 있다

언능 기저귀 갈면서

아그들 잠시 엿봐야겠다

 

저번에는 아그들이 둥지안에 나란히 모여앉아

눈동자만 반짝반짝 굴리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눈동자가 아니라 크게 벌린 입이었다

 

아래에 있는 내 위치에서는

새끼들의 쫙 벌린 입모양만

나란히 네개가 보인다

요란한 울부짖음과 함께

 

우리 사람 아가들도 마구 울고 똥싸고

그래도 이뻐 죽겠는데

갑자기 이 똥이 더럽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언능 가야겠다

 

지금은 기저귀 타임~~~!

 

 

 

 

 

 

IP : 222.113.xxx.251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5.24 5:06 PM (1.235.xxx.19)

    으앙 너무 재밌게 읽었어요~!

  • 2. ........
    '25.5.24 5:10 PM (211.195.xxx.189)

    이쁜녀석들
    건강히 무럭무럭 자라길바래요^^

  • 3. 건강
    '25.5.24 5:11 PM (218.49.xxx.9)

    오~좋아요
    눈에 보이는듯~

  • 4. ㅇㅇㅇ
    '25.5.24 5:15 PM (1.228.xxx.91)

    시냇물이 흘러가듯 유연한
    문장력에 감탄사 연발..
    잘 읽었습니다.

  • 5. 오...
    '25.5.24 5:20 PM (121.200.xxx.6) - 삭제된댓글

    제비 못 본 지 수십년이 되어 갑니다.
    저희집 시골인데도...
    그 물 찬듯 날렵한 비행이 마치 눈으로 보는듯 해요.
    제비 아예 없어진 줄 알았는데
    원글님댁은 잊어버리지 않고 찾아오는 모양이에요.

  • 6. 그 집이
    '25.5.24 5:21 PM (218.54.xxx.75)

    서울인가요?
    동물에게 사랑의 마음을 보내주시는 분.

    이 부분이 너무 좋아요.
    ‘이 집을 들락이며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니
    뭐로보나 진짜 이 집의 주인 같다...’
    아무나 이렇게 느끼지 않을텐데~

  • 7. ..
    '25.5.24 5:32 PM (219.248.xxx.37)

    제비 근황 자주 올려주세요^^
    글 너무 잘 쓰시네요

  • 8. ㅎㅎ
    '25.5.24 5:44 PM (123.111.xxx.211)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막국수집 안에 제비집이 있는데
    집 아래 아크릴판을 덧대서 똥을 해결하더군요
    음식점이고 시끄럽고 번거로울텐데도 매년 찾아온다고 식구인냥 인정해주는 곳이라 더 정감가서 좋아해요

  • 9. 원글님
    '25.5.24 6:24 PM (118.218.xxx.85)

    그 집에 좀 놀러갈수 없나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25897 초보운전자인데, 주행이 잘 안되면 운전 안해야 할까요?ㅠㅠ 38 ... 2025/06/15 3,405
1725896 염색하는 법 배우려면 어디서 배울수 있을까요? 7 00 2025/06/15 1,497
1725895 돈을 안 쓰려고 하니 뭔가 더 사고 싶고 장도 보고 싶고 외식도.. 9 절약이뭐니 2025/06/15 2,011
1725894 청량리1호선맛집 2 ... 2025/06/15 882
1725893 룰루레몬, 코오롱, 유니클로에서 8 세일이라 2025/06/15 2,919
1725892 챗지피티가 이렇게 말해요. 3 2025/06/15 2,274
1725891 오늘 저녁..서울에 비가 많이 올까요? 4 비실타 2025/06/15 3,167
1725890 접촉성 피부염 3 아파 2025/06/15 1,114
1725889 젊어선 몰랐는데 자랑만큼 어리석은게 없는 거 같아요 30 ..... 2025/06/15 7,532
1725888 (블로그) '제이드가 사는 집'은 글이 안 올라오는데... 1 그림 2025/06/15 1,267
1725887 미국 반트럼프 시위인데 9 ㅇㅇ 2025/06/15 1,938
1725886 매실 장아찌 설탕양 질문좀 드릴게요 3 ..... 2025/06/15 560
1725885 혹시나 32 인생 2025/06/15 15,408
1725884 이재명 대통령(G7 첫째날,둘째날 일정) 16 2025/06/15 3,209
1725883 정청래,박찬대 당대표 둘다 너무 좋아서 투표할수가 없네요. 22 .. 2025/06/15 3,318
1725882 진빵 장사 어떤가요? 10 창업 2025/06/15 2,182
1725881 아틀란타 NO KING 시위에 수출된 김건희/펌 9 아이고야 2025/06/15 1,702
1725880 명동역 근처 조용한 카페 6 혹시 2025/06/15 1,172
1725879 뉴케어에서 영양죽도 나와요? 3 ㅇㅇ 2025/06/15 722
1725878 미지의 서울요 8 Unwrit.. 2025/06/15 2,894
1725877 트럼프 큰 아들은 미정부에 직책이 있나요? 1 뭔데 2025/06/15 671
1725876 외국도 시골에 뱀많아요? 15 .... 2025/06/15 2,612
1725875 건강검진ㅡ췌장암 검사, 해로울까요? 7 의심 2025/06/15 2,349
1725874 외삼촌 5천 꿔줬다 받고 오빠한테 다달이 200받는데 2 개인사정 2025/06/15 3,489
1725873 이스라엘에 이란 미사일 내리꽂히는 장면 ㅎㄷㄷ 4 …… 2025/06/15 2,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