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하는 길 배가 너무 고파서 고민하다가 아들이 추천한 ‘자매집’에 와서 혼자 순댓국밥을 먹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어서 처음 먹어 본 메뉴예요. 자랄 때 어머니가 해 주시지 않았거든요. 팔천 원짜리 식사지만 참 맛있네요.
아까 면회 때 본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머리를 바짝 깎았더군요.
지금까지 읽은 책이 100권이 넘는 것 같다고 하면서 일본어와 중국어를 공부하겠답니다. 13분의 면회시간 당직자들과 주로 얘기를 했습니다. ‘절대 흔들리지 마라’ ‘긴 호흡으로 가자’ 이렇게 당부하더군요. 최근의 사태에 대해 담담해 보였으나, 정기적인 운동으로 단단해 보였으나 바짝 깎은 구레나룻의 파릇한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았구나 생각했습니다.
막히는 길을 운전하고 돌아오면서 넉넉하게 거리를 두고 차선을 바꿨는데 따라오던 오토바이가 그래도 놀랬는가 봅니다 . 유리창을 난폭하게 두드리길래 내렸더니 새파아란 청년이 다짜고짜 욕을 하네요 . 미안하다고 그 친구 분이 풀일 때까지 사과했어요 . 그래요 . 그럴 수도 있겠다 . 저 친구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 그 친구보다는 기분이 나은 내가 사과해야지 . 그래도 나는 지금 맛있는 순대국밥을 먹고 있잖아 . 사실 매일 매일 기쁨과 슬픔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집에 들어가면 삼청모찬의 엄마맛이 절 기다리고 있겠죠 . 내일은 느지막이 일어나 찰밥과 나물로 축제의 시간을 맞으렵니다 .
정경심 교수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