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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나는 5.18때 거기에 있었어.

지독한 두려움 조회수 : 1,861
작성일 : 2025-03-09 07:59:46

나는 5.18때 거기에 있었다. 아니 그곳을 지나만 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부산에서 우리 가족은 겨우 직계가족만으로 아버지의 장례를 치뤘다. 

장례차가 장지인 전라북도로 가기 위해서 부산에서 진주로, 다시

하동을 지나 구례로 들어설 때였다. 군인들이 길을 막았다.

장의차에 올라 타 총부리를 겨누며 우리식구들을 한명 한명 훌 터 나갔다.

대학원 다니던 오빠의 얼굴은 희다 못해 잿빛이 되고 팅팅부은 우리 자식들 눈들은

죄인인양 겁에 질려 크게 뜨지도 못했다. 한마디도 못하고 있던 중에 한 군인이 윽박질렀다.

관 뚜껑을 열으라고 했다. 빨리 열어 보라고 소릴 질렀다.

그 때 고등학교 일학년이었던 나는 그 군인들의 눈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번뜩이던 눈, 악마의 살기가 느껴지던 눈동자, 사탄의 눈이 저럴거라는 생각이

그 절박한 순간에 내 마음에 박혀 아직도 생각하면 섬뜩하다.... 

그 눈동자의 살기는 그때까지 한번도 본 적이 없었고 지금까지도 없었다.

 

그 후로 나는 인간은 선함보다 잔악함이 더 많다고 믿는다.

단지 교육으로 사회성을 배우며 절제하고 감추고 살아 갈 뿐이다.

 

조용하고 조신하신 어머니의 귀를 찌르는 비명과 안된다는 몸부림의 고함에 움찔해진 젊은 군인들은

못이기는 척 우리를 통과시켜 주었었다. 그리고도 우리는 두어번 더 삼엄한 경비를 통과해

장지에 도착했다. 장례 안장을 준비하던 일꾼들도 먼 친척분들도 말이 없었다. 다 쉬쉬하며

말을 아꼈다. 무섭고 흉흉했다.

 

서둘러 장례를 마치고 우리는 빠르게 다음 날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는 식구들 아무도 그 상황들을 한동안 입에 올리지 않았었다.

나중에서야 엄마는 그 때 오빠가 개머리판에 얻어터져 죽거나

내가 겁탈을 당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지금도 떠오르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래서 무조건 계엄은 안된다.

장갑차로 겁만 주려 했어도 계엄은 안된다.

견학 나온 수준의 계엄도 절대 아니된다.

 

우리에게 평생 두려움이라는 죄성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IP : 72.219.xxx.251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3.9 8:07 AM (121.188.xxx.21)

    글로만 읽어도
    소름이 돋고 눈물이 솟네요.
    잔인한 역사가 무지한 대통령으로 인해
    되풀이 되지않아야해요. 기필코

  • 2. ㅠㅠ
    '25.3.9 8:18 AM (112.152.xxx.24)

    너무 무섭습니다..
    2찍들은 왜 저런 세상을 원하는걸까요 ㅠ

  • 3. ...
    '25.3.9 8:25 AM (220.126.xxx.111)

    저는 6학년이었고 광주도청 뒤에 살았어요.
    그 모든걸 다 봤죠.
    계엄의 밤 그 모든일들이 눈앞에 스쳐가며 공포가 밀려왔습니다.
    제 자식에게 그일을 겪게 할 순 없어요.

  • 4. ..
    '25.3.9 8:31 AM (182.221.xxx.146)

    저 계엄을 일으킨 전두환이 자식이 내란옹호세력으로
    참여한다죠.
    개같은 세상입니다

  • 5. ㅇㅇ
    '25.3.9 8:35 AM (220.65.xxx.124)

    아침부터 눈물이 나네요.
    윤석렬보다 그를 지지하는
    무지몽매한 개돼지들 때문에 슬픕니다.

  • 6. 작은부자
    '25.3.9 8:54 AM (121.188.xxx.245)

    정말 이렇게 정보가 많은 세상에 목격자가 수천명인데 저런 놈을 지지하는 인간들이 있다는게 말이 되나요?

  • 7.
    '25.3.9 8:55 AM (183.98.xxx.131)

    아침부터 눈물이 납니다 탄핵 인용 안되면 다시 올 수 있는 지옥입니다 신은 안 믿지만 대한민국을 버리지 마십시요라고 빌어 보는 아침입니다

  • 8. ㅇㅇ
    '25.3.9 9:29 AM (112.152.xxx.24)

    2찍들은 저런 세상이 다시 와도 본인이 무력한 시민이 될거란 생각을 못해요.. 본인은 총든 계엄군이 될거라 굳게 믿더군요

  • 9. ㅇㅇ
    '25.3.9 11:06 AM (106.101.xxx.106)

    소년은 온다의 한강작가님 소설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입니다
    사람은 선함보다는
    작혹함이 더 큰거 아닐까하구요
    518의 잔혹했던 군인들을 떠올리며
    123의 계엄군도
    저럴수 있었겠다라는~~~

  • 10. 전남대
    '25.3.9 5:16 PM (14.4.xxx.170) - 삭제된댓글

    5.18때 저희엄마 전남대학교 학생이라 저 못 태어날 뻔 했어요
    그 날 아침에도 학교 갔다가 군인들이 막고 있어서 집에 돌아갔대요. 그전에도 전두환이 뻑하면 휴교하라 해서 등록금 아까워 죽는줄 알았다고..
    1주일 그 난리 치르고 학교 가니 학우들 안 보이고 합동장례식 치르고 그랬다고 들었어요
    5.18 묘지 가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타지 출신 남편이 5.18묘역 가 보고 그 수에 기함했어요
    계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꼴 당하고 싶은 거죠? 지들은 안당할 줄 아는건가..아닐텐데

  • 11. 전남대
    '25.3.9 5:17 PM (14.4.xxx.170) - 삭제된댓글

    5.18때 저희엄마 전남대학교 학생이라 저 못 태어날 뻔 했어요
    그 날 아침에도 학교 갔다가 군인들이 막고 있어서 집에 돌아갔대요. 그전에도 전두환이 뻑하면 휴교하라 해서 등록금 아까워 죽는줄 알았다고..
    1주일 그 난리 치르고 학교 가니 학우들 안 보이고 합동장례식 치르고 그랬다고 들었어요
    5.18 묘지 가 보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타지 출신 남편이 5.18묘역 가 보고 그 수에 기함했어요
    계엄 찬성하는 사람들은 그 꼴 당하고 싶은 거죠? 지들은 안당할 줄 아는건가..아닐텐데
    80년대니까 언론통제 가능해서 광주만 대표해서 죽었지, 2025년엔 언론통제 안되서 전국에서 죽어나가야 할텐데 지들은 살 거라 생각하는 능지가..뇌가 있는건지 의심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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