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랐습니다. 어제(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의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 결정을 두고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떼어서내서 의미를 왜곡하는 방식이 너무 극단적이었습니다.
간단한 결정문이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도 아닙니다. 그런데도 정파적 성향이 매우 강한 언론사들은 물론 정파적 성향과 별론으로 기본적 실력은 있는 법률가라고 생각했던 이들까지두 강조하고 싶은 부분만 전달하고 그렇지 않은 대목은 축소 은폐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어제 구속취소 결정은 논리적으로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모두에 의해 구속취소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결정입니다.
첫 번째는 구속기간 계산법에 대해 검찰이 적용한 기준이 잘못됐으니 구속을 취소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여기서 재판부는 지금까지 몇 십년 동안 적용됐건 구속기간 관련 계산법 대신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새로운 계산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재판부의 새로운 기준 제시 논리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왜 하필 이번 사건부터 새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충분히 불거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 설명: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위해 관련 서류와 증거물이 법원에 제출됐다가 검찰청으로 반환될 때가지의 기간을 구속기간 계산에 산입하면 안 되는데, 이 불산입 기간을 ‘날’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 ‘시간’ 기준으로 계산해야 하는지의 문제. 종전까지는 예외 없이 ‘날’ 기준으로 계산해왔지만 재판부는 이번에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시간’ 기준 계산이 타당하다고 새로운 기준 제시)
두 번째는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과 공수처 검사와 중앙지검 검사 사이 ‘구속기간 배분’에 대해 명확한 법률 규정과 대법원 판례가 없어서 수사의 위법성 논란 소지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규정과 판례가 없으니 위법이 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도 없지만, 절차적 위법 논란 소지는 분명히 있으니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구속을 취소한 후 형사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결정문과는 다른 문건이지만 재판부가 직접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설사 첫 번째 부분에서 지적한 구속기간 문제가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두 번째 문제 때문만으로라도 구속을 취소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구속취소에 반대하고, 공수처가 아니라 검찰이 잘못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재판부가 첫 번째 파트인 구속기간 계산법만 문제삼았을 뿐 공수처 수사권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처럼 왜곡합니다. 그러면서 ‘검찰의 초보적 실수’일 뿐이고, 즉시항고하면 구금이 유지될 뿐만 아니라 구속취소 결정도 간단히 뒤집힐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즉시항고하면 현행법상 구금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실제로는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구속기간 계산법이 잘못됐다고 지적했을 뿐 아니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 등도 법률 미비 등으로 인해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까지는 분명히 인정한 것입니다.
반대로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수사 자체가 불법이라고 강조하는 사람들은 재판부가 두 번째 파트에 대한 판단을 통해 공수처 수사가 위법했다고 결론을 내린 것처럼 왜곡합니다. 재판부는 공수처 내란죄 수사권에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 것이지만, 지금 당장 위법하다고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없다고도 명시적으로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 내란죄 사건 본안재판도 담당하는 이번 재판부가 공수처 수사권 문제를 본안재판에서 주요 쟁점으로 삼을 것이라고 예고한 셈이라는 해석은 할 수 있지만, 재판부가 공수처 수사권의 위법성에 대해 결론을 내린 것처럼 전달하는 것도 과장이고 왜곡입니다.
만약 어떤 매체나 법률가가 둘 중 하나에 해당하는 주장을 하고 있다면 앞으로도 그들의 이야기는 걸러들으시는 편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을 어제 SBS 8뉴스에 출연해서 압축 전달했습니다. 그 내용은 아래에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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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임찬종 기자와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Q. 구속기간 계산법 적용 논란…새로운 기준?
[임찬종 기자 : 앞서 리포트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번 구속 취소 결정은 구속기간 계산법에 대한 판단과 공수처 수사권 문제 등에 대한 판단, 이렇게 두 부분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재판부는 구속기간 계산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측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습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논란이 되는 대목은 구속영장 심사 때문에 기록이 법원에 제출됐다가 검찰청으로 반환될 때까지의 기간에 대한 계산법 문제입니다. 이 기록 제출 기간은 기소 전에 수사 기관이 피의자를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는 기간 즉, 구속 기간 열흘을 계산할 때 포함하지 않는 것이 법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서 기록 제출 기간이 이틀이면, 구속 수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간은 열흘에서 12일로 늘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이 기록 제출 기간을 '일 수'로 계산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간'으로 계산해야 하는지가 이번에 쟁점이 됐습니다. 사실 검찰 등은 지금까지는 통상적으로 기록이 왔다 갔다 한 날의 수 즉, 일수 기준 계산법을 적용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3월 7일 오후 5시에 기록이 법원에 제출됐다가 3월 8일 새벽 3시에 반환이 됐다면, 기록이 오고 간 일수를 기준으로 계산해 구속 기간에 총 이틀이 추가되는 식입니다. 하지만 이걸 시간 기준으로 계산하면 이틀이 아니라 10시간만 구속 기간에 추가됩니다. 이번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시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사실상 처음으로 판단을 한 건데, 왜 이번 윤석열 대통령 사건부터 이 기준을 적용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겁니다.]
Q. 공수처 수사권 논란, 재판부 판단 의미는?
[임찬종 기자 : 정확히 말하자면 재판부는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단정적인 결론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공수처가 직권남용 혐의에 직접 관련 범죄로서 내란죄를 수사하는 문제 등에 대해 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없어서 논란의 소지가 있으니까, 이럴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위법하다고 결론을 낸 건 아니지만, 공수처 수사권 위법성 논란 등이 앞으로 본안 재판에서 주요 쟁점이 될 거라고 예고한 것으로는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재판부는 결정에 대한 설명 과정에서 김재규 재심 사건까지 언급했는데 특히 이 같은 역사적인 사건의 경우 결론과 별개로 절차적 문제 때문에 시간이 아주 많이 지난 후에라도 판결 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으니 재판 초기부터 절차 논란 소지 자체를 차단해야 한다는 뜻으로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Q. 구속취소 결정, 탄핵심판에 영향 미칠까?
[임찬종 기자 : 법률적으로는 탄핵 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없어 보입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된 이후 공수처나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서 수집한 증거가 있고, 이 증거가 탄핵 심판에 제출됐다면 위법 수집 증거에 따른 증거 능력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지만, 구속 이후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실질적으로는 진행된 것이 없어서 위법 수집 증거 논란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법률적 효과와 별개로 여론 동향이 선고 시기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겠습니다.]
https://youtu.be/YDds8YO_WPI?si=d1My42WNnLBAbR-A
sbs 임찬종 법률전문기자 페북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