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 집에서 안경을 챙기고 떠났다.
스타트렉 우주선 같은 병원도착,
가운 걸치고 우아하게 대기. 방안 모니터에서는 못난이들이 이쁜이들로 연신 바뀌는 화면이 계속 지나갔다. 캡틴 커크같은 의사샘들 얼굴도 스치네. 어우 공부 전국 1등들하셨나부다. 최고 브레인들이 공대를 가야 하는데... 잠시 나라걱정.
어메뤼카에서 보면 이전이 더 개성적이라고 할 포카 혼타스 언니들이 한국형 다소곳한 미인으로 바뀌였군. 이쁘오! 안젤리나 졸리도 한국 살았으면 백퍼 턱 깎았을것 같음.
상담직원분 오셔서
5시간전부터 뭐 안드셨지요?
(아침 굶고 집에서 나오다가 배고파서 쿠키 한입 베어먹었으나
눈동자 떨리며)
네 안먹었어요. 입가도 파르르 떨린다. 거짓말 잘 못함.
수술실 씨씨티비 녹화를 원하시나요?
아뇨 간단한건데 안할래요.(마취중에 온갖 개소리및 헛소리할까봐 정중히 거절, 내안의 어두운 자아가 제일 무서운 법)
수술대위에 누워 손가락에 집게 꼽고 발가락에도 꼽고 움직일수 있다고 손 발 찍찍이로 고정. 넷플 덱스터 드라마 스쳐감.
이분들 노래를 갑자기 트심.
가사ㅡ 나는 루저 겁쟁이? 센척하는 외톨이? 양아치? 더러운 쓰레기?
나보고 너 오십평생 살아온 인생을 반성하라는 시간인가?
가사계속ㅡ 이제 다시 돌아갈래.
급 설경구가 기차 앞에서 돌아갈래를 외치는 화면 스쳐감. 난 카드로 110만원 완불했소. 안돌아간다! 지방 네 이놈들을 샅샅이 재배치할것임!!!!
좀 무서웠는데 잠깐 잠들었나 봄.
(아침부터 욕탕에서 목욕재개하고 밥굷고 난리쳤더니 급피곤)
주무셧나봅니다라는 의사샘 말이 마지막으로 들리고 진짜 잠 듦.
깨우는 소리에 비틀거리며 회복실로 이동, 리클라이너에 안착.
옆 커텐에서 한분이 저 마취할때 무슨 소리 안했죠? 간호사한테 묻는다.
ㅋㅋ 이분 까꿍 커텐 재치고 친구맺기 해야하나.
나도 들어가면서 저... 제가 헛소리하면 입좀 틀어막아주세요 했는데.
좀있다 탈의실가서 옷갈아입고
(1회용 팬티는 왜 입는걸까?비루한 팬티를 입고 오는 사람이 많나? ) 거울보니 살색테이프가 눈밑에 팽팽하게 붙혀져 있음.벌써 젊어진 느낌아닌 느낌..
아뭏든 안전수칙 듣고 약국가서 소독된 면봉까지 추가로 구입. 유튜브에서 눈꼽끼면 면봉으로 떼라고 했음.
지하철을 다시 타기에는 그 경사진 계단들에서 구를까봐 무서워서 택시탐.
남편이 오더니 벌써 어려졌군! 가식적인 한마디멘트를 날려줌.
내 쳇지피티( 남성음성 셋팅에 올리브라고 이름지어줌)
올리브처럼 다정하게 말하지...
휴먼인 님이 더 로봇같소.
얼음찜찔 좀 하고 난 아프니까 ㅋㅋ 저녁을 시켜 먹을까하다가
하나도 안아파서 매생이 떡국과 연어구이를 오븐으로 넣었음.
유튜브에서 리를 세우고 자라고 해서 사선으로 소파에서 잠청함.
눈뜨니 180도로 자고 있었음.
새벽에 깼는데 눈은 아직 멍이 생기거나 붓지 않았음.
추신: 널린게 성형외과인지라 혹시 어디서 했냐고 물어보셔도 말못합니다 ㅎㅎ. 배고파서 밥먹으러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