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새학기 문구점의 늦은 밤

문구점 주인 조회수 : 2,197
작성일 : 2025-03-07 12:29:20

 

 

아빠가 남매를 데리고 문구점에 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직장을 마치고 나온 것 같은

아빠도

늦은 밤이어서 남매도 피곤해보였다

 

사야하는 물건이 문구점에 모두 있어서 아빠가

안도했다

미니각티슈를 사야하는데

아빠가 마음대로 고르지 않고 아이에게

색깔을 뭘 고를거냐고 물어봐 주었다

 

 

그 사이에 동생은 아마도 이 문구점에 처음 와서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물건을 다 구경할 수 없어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는데

아빠가 계산을 하려고 한다

 

아빠가 계산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동생은 아빠에게

저 천원짜리 <황금달걀>을 가지고 싶다고

조그맣게 말을 했다

 

아빠가 동생이 고른 황금달걀을 같이 계산해주며

누나에게 너는 뭐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묻는데

 

그야말로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다

 

 

사람은 많고 소녀는 어리고 여기는 처음 와서

뭐가뭔지 모르겠고 수줍고

동생은 그래도 <황금달걀>을 하나 샀는데

지금 아빠의 카드는 벌써

계산대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소녀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눈앞에서 모든 순간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계산하면서도 마음이 안타깝다

계산이 끝나자 아빠와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마음이 좋지 않겠구나 하고 문구점주인이 생각한다

 

그 상황에 어떻게

내가 물건을 고르도록 멈추고

잠깐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어

 

나라도 못하겠어

 

아빠는 어쩌면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서야 그런 말을 하냐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몰라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동생이 <황금달걀>을 사버려서

더 마음이 안 좋겠어

 

황금달걀이라도 얼른 하나 집어들지 그랬어

 

 

생각하고 있는데 그 가족이 다시 돌아왔다

 

 

아빠는 미니각티슈의 색깔을 뭘할건지

아까 물어봤던 것처럼 너도 뭘 하나 사고 싶은지

다시 물어봐 주었던 것일까 밖에 서서

 

 

아니면 차를 타야하는 마지막 순간에

아이가 용기를 내서 나도 사고싶은 게 있다고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이제 출발하면

정말 되돌릴 수 없으니까

아이는 용기를 냈는지도 모르겠어

 

 

아빠는 조금도 화내지 않은 채

아이들과 다시 돌아왔다

 

 

황금달걀 소년은 황금달걀이 있으므로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누나가 고를 수 있게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소녀는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눈여겨 보았던

보석스티커를 가져왔고

아빠가 계산해주었다

 

가족은 돌아갔다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닌가. 하고 마침내 문구점 주인은 생각했다

 

 

#새학기의 문구점

 

#늦은 밤 해피엔딩

 

IP : 220.119.xxx.23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ㅎㅎ
    '25.3.7 12:32 PM (106.101.xxx.9) - 삭제된댓글

    해피엔딩 좋아요.

  • 2. ㅇㅇ
    '25.3.7 12:39 PM (106.101.xxx.91)

    전에도 글 종종 올려주셨던 문구점 사장님,
    기다렷어요~~~~
    선댓글 후정독예정

  • 3. ll
    '25.3.7 12:42 PM (115.136.xxx.19)

    가족을 바라보는 원글님의 시선도 따뜻하고 큰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다시 돌아온 아빠도 다정해서 좋네요

  • 4. 000
    '25.3.7 12:42 PM (118.221.xxx.51)

    황금달걀과 보석스티커,,저도 갖고 싶네요 ㅎㅎ

  • 5. ㅇㅇ
    '25.3.7 12:42 PM (106.101.xxx.91)

    역시 오늘도 따뜻한 글~~
    어린손님들의 속마음을 예리하고도
    따뜻하게 읽어내는 주인님.
    어딘지 그 문구점 저도 가보고싶어요
    제가 고른 연필 한자루 스케치북 하나에서도
    제 마음을 읽이주실것 같아요

  • 6. 햇살
    '25.3.7 12:50 PM (118.235.xxx.156)

    뭔가.중학교 교과서 있을 것 같은 수필이에요
    방망이 깍던 노인ㆍ현이의 연극 느낌
    좋은 글 감사해요

  • 7. 주인님
    '25.3.7 12:50 PM (14.37.xxx.187)

    저런 가게 알바라도 하고 싶어요. 따스한 눈길로 함께 행복해질 것 같아요. 오늘도 모두 해피 데이.

  • 8.
    '25.3.7 1:02 PM (211.109.xxx.17)

    모두가 해피엔딩^^

  • 9. .....
    '25.3.7 1:09 PM (119.199.xxx.5)

    읽는 우리도 해피엔딩.^^

  • 10. ...
    '25.3.7 1:15 PM (121.65.xxx.29)

    지난 글들까지 보았는데 진짜 기가 막히게 글을 잘 쓰시네요.
    내가 문구점 계산대에 있는 것마냥
    그 공간, 시간...손님들 묘사가 간결하고 생생합니다.
    꼬마손님들의 귀여움과
    각자의 이유와 사연들로 드나드는 손님들 이야기
    문구점 주인님이 따뜻한 관찰기.
    훗날 꼭 수필집으로 내주세요!

  • 11. ....
    '25.3.7 1:18 PM (115.21.xxx.164)

    어제밤 시가쪽의 암전이 소식을 듣고 우울해 하는 남편을 보며 힘들었는데 이글을 읽으니 마음에 빛이 들어오네요. 다음글도 기다릴께요. 82쿡의 작가님이세요.

  • 12. ...
    '25.3.7 1:29 PM (219.255.xxx.142)

    해피엔딩이라 기뻐요.
    보석스티커 반짝반짝 빛나길

  • 13. 원글님
    '25.3.7 1:32 PM (39.7.xxx.170)

    글을 읽을 수 있어 오늘은 참 좋은 날입니다.
    몰라도 될 일이 보여 괴로울 때도 있지만 이렇게
    좋은 순간을 읽어낼 수 있다면 기꺼이 감수하고
    싶어집니다.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어주셔서
    감사해요.

  • 14. 남매키우는 워킹맘
    '25.3.7 1:35 PM (218.55.xxx.250)

    원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아는 둘째 아들과
    머뭇거리다가 한발 늦는 첫째딸을 키우는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우리 아이들 보는 느낌으로 읽었어요.
    저 상황에서 나도 원글님처럼 큰애 마음 헤아려줄 수 있을까
    저 아빠처럼 화내지 않고 시간을 주고 기다려줄 수 있을까
    생각해보게 되네요.

  • 15. .....
    '25.3.7 2:20 PM (163.116.xxx.112)

    글 정말 재밌어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 16. 물어보는
    '25.3.7 3:00 PM (116.32.xxx.155)

    좋은 아빠네요

  • 17. ㅇㅇㅇ
    '25.3.7 3:48 PM (222.100.xxx.51)

    황금달걀과 보석스티커 같은 글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92092 오페라 덕후님 감사합니다 카우프만 공연 봤어요 6 우왕 2025/03/07 792
1692091 서로의 잘못이라 생각하고 있는 관계를 풀어 나갈 방법이 있을까요.. 2 허공 2025/03/07 1,068
1692090 내일 서초법원앞으로 가면 안될까요? 2 내일 2025/03/07 913
1692089 심우정 검찰총장 설마 내란에 20 ㄱㄴ 2025/03/07 5,120
1692088 위고비로 빼면 뭐하나요 14 ........ 2025/03/07 5,480
1692087 폭싹 속았수다 얘기해요 21 .. 2025/03/07 5,417
1692086 폭삭 속았수다 드라마는 어디서 하나요? 6 ... 2025/03/07 2,434
1692085 귀가 움직여지면 얼굴에 좋을까요? 6 2025/03/07 966
1692084 10시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ㅡ 계엄의 밤 그날의 비화3 계엄.. 1 같이봅시다 .. 2025/03/07 1,124
1692083 81세 어머니 간병보험 들까요 4 44년생 2025/03/07 1,795
1692082 고딩 셔들 5분 늦추기 18 제득맘 2025/03/07 2,252
1692081 민주, 윤구속취소에 국회 경내 비상대기 11 이런 난리가.. 2025/03/07 2,951
1692080 장례식장에 흰 운동화 괜찮나요 7 ㅇㅇ 2025/03/07 1,645
1692079 귀찮아서 연애 못하는분? 9 2025/03/07 1,583
1692078 이번 나솔 너무 기대되네요 1 ㅇㅇ 2025/03/07 2,337
1692077 22기영수와22기영숙 5 2025/03/07 3,287
1692076 홈플러스상품권 받아주나요? 4 홈플러스망 2025/03/07 1,916
1692075 다시 잠 못 잔다! 다시 살 떨리는 공포 왔다. 10 내란진행중!.. 2025/03/07 2,733
1692074 눈이 왤케 시렵나 했더니 톤업크림 8 Q 2025/03/07 2,448
1692073 올리브영 세일 마지막날 립밤추천이요! 1 올리브영 2025/03/07 2,261
1692072 새마을금고 여러지점에 예금한경우 다 보호받나요? 13 . . 2025/03/07 3,165
1692071 급한 불 껐지만…'홈플러스 파장' 금융권으로 번지나 7 마트 2025/03/07 2,651
1692070 김완선 너무 멋있어요 역대 국내 댄스 여가수 탑1인것 같아요 6 ... 2025/03/07 1,908
1692069 尹 구속취소 결정한 재판부, 내란수괴 형사재판 1심도 담당 4 .. 2025/03/07 3,539
1692068 미움에 중독되지는 않으셨나요? 3 .. 2025/03/07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