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남매를 데리고 문구점에 왔다
조금 늦은 시간이라 직장을 마치고 나온 것 같은
아빠도
늦은 밤이어서 남매도 피곤해보였다
사야하는 물건이 문구점에 모두 있어서 아빠가
안도했다
미니각티슈를 사야하는데
아빠가 마음대로 고르지 않고 아이에게
색깔을 뭘 고를거냐고 물어봐 주었다
그 사이에 동생은 아마도 이 문구점에 처음 와서
주어진 짧은 시간안에 물건을 다 구경할 수 없어
정신없이 둘러보고 있는데
아빠가 계산을 하려고 한다
아빠가 계산하기 직전에 가까스로
동생은 아빠에게
저 천원짜리 <황금달걀>을 가지고 싶다고
조그맣게 말을 했다
아빠가 동생이 고른 황금달걀을 같이 계산해주며
누나에게 너는 뭐 갖고 싶은게
없냐고 묻는데
그야말로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이다
사람은 많고 소녀는 어리고 여기는 처음 와서
뭐가뭔지 모르겠고 수줍고
동생은 그래도 <황금달걀>을 하나 샀는데
지금 아빠의 카드는 벌써
계산대에 올라가 있는 것이다
소녀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눈앞에서 모든 순간들이 빠르게 흘러간다
계산하면서도 마음이 안타깝다
계산이 끝나자 아빠와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마음이 좋지 않겠구나 하고 문구점주인이 생각한다
그 상황에 어떻게
내가 물건을 고르도록 멈추고
잠깐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할 수 있겠어
나라도 못하겠어
아빠는 어쩌면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서야 그런 말을 하냐고 <버럭> 화를 낼지도
몰라
너무 많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야
동생이 <황금달걀>을 사버려서
더 마음이 안 좋겠어
황금달걀이라도 얼른 하나 집어들지 그랬어
생각하고 있는데 그 가족이 다시 돌아왔다
아빠는 미니각티슈의 색깔을 뭘할건지
아까 물어봤던 것처럼 너도 뭘 하나 사고 싶은지
다시 물어봐 주었던 것일까 밖에 서서
아니면 차를 타야하는 마지막 순간에
아이가 용기를 내서 나도 사고싶은 게 있다고
말을 할 수 있었던 걸까 이제 출발하면
정말 되돌릴 수 없으니까
아이는 용기를 냈는지도 모르겠어
아빠는 조금도 화내지 않은 채
아이들과 다시 돌아왔다
황금달걀 소년은 황금달걀이 있으므로
더이상 욕심내지 않고 누나가 고를 수 있게
차분하게 기다려주었다
소녀는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눈여겨 보았던
보석스티커를 가져왔고
아빠가 계산해주었다
가족은 돌아갔다
진정한 해피엔딩이 아닌가. 하고 마침내 문구점 주인은 생각했다
#새학기의 문구점
#늦은 밤 해피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