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동안 자식 자랑을 안 하고 살았어요. 자랑을 함으로써 저 자신이 설레발을 치거나 들 뜨는게 싫었던 이유가 제일 크고 그 다음은 인생 다 산 것이 아니라서 자식 일에 대해서는 말을 최대한 아끼면서 지내왔어요. 그리고 자식 자랑하는거 싫어한다면서요.
대신 남의 자식 자랑은 잘 들어주었어요. 저는 누구보다 같이 기뻐해주고 잘 들어주었어요. 원래 남과 비교를 잘 안하고 경쟁심 같은 것도 별로 없어요. 그래서 잘되면 잘 되는대로 축하해주고 잘 들어주니까 저에게 자식 자랑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저희 아이가 눈에 띈 성과를 내면서 제가 말하지 않아도 알려지게 되면서 부터예요. 저희 애가 공부를 잘한다는건 그 사람들도 다 알고 있었구요. 같은 학교라 아니라서 어느정도 잘하는지는 아마 가늠을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성과가 나오니까 그 정도였어? 하는 반응이 있었는데 한편에선 저에게 음흉하다고 욕을 하네요.
그래서 음흉하지 않으려고 어느정도 였는지 말을 했더니 네.... 남의 자식 잘되는거 싫어하는 얼굴 표정을 보았어요. 그 집 아이들도 잘 되었어요. 서로 다른 분야라서 누가 더 잘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데 그 부모들은 저희 아이가 더 잘되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에요. 아주 떨떠름한 얼굴에 저희 애 이야기는 더 묻지도 언급하지도 않습니다. 그 집 아이에 대한 자랑은 그 이후로도 끊임이 없구요. 저는 지금도 잘 들어줍니다.
저 자신은 저희 아이가 무척 자랑스럽고 생각하면 대견하고 뿌듯합니다. 그런데 저희 가족끼리 그런 마음이면 되고 남의 칭찬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아쉽지 않아요. 저는 말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도 말을 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음흉하다고 욕이나 하지 말든가 듣고 그렇게 표정관리를 못할 정도이면서 저보고 어쩌라는 걸까요?
말을 안 하면 음흉하다고 하고 말을 하면 듣기 싫어하고 ... 결국 우리 애가 잘된 게 싫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래서 전 오늘도 자식 일에 대해선 입을 꾹 다뭅니다. 자식 일 뿐만 아니라 저희 가정에 대한 일에 대해서도 말을 안해요. 알면 싫어할거면서 꼬치꼬치 캐 묻는 사람들은 뭔지 모르겠어요. 사실대로 말하기도 어렵고 말을 안하기도 어렵고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 묻는 사람들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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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패는 안 까고 남의 패만 봤다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상대방의 패는 제가 깐게 아니라 그쪽에서 스스로 기쁜 마음으로 보여준거예요. 제 자식 일 이야기 안 하는 것처럼 남의 자식에 대해서도 꼬치꼬치 캐묻지 않아요. 하면 듣고 안하면 묻지 않습니다. 스스로 자랑하고 싶어서 그동안 저에게 보여준거죠. 그래서 제 패는 안 까고 남의 패만 봤다는데 동의하지 않아요. 그쪽도 말 안했으면 저는 묻지 않았을거고 저에게 말했을 때 맞장구치면 좋아해주었기 때문에 본인들도 좋아했어요. 근데 욕은 저만 먹네요. 제가 먹는 욕은 제 자식이 잘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 뿐인 것 같아요. 제 자식이 그만 못했으면 욕 안했겠죠. 사람들의 속마음을 알게 된 것이 허무해서요.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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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님, 그 힌트를 어떻게 줘요? 공부 잘하냐고 묻길래 잘한다고 대답했으면 된거 아닌가요?
본인이 민망하다면 본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지 제가 민망할 상황을 만든게 아니잖아요. 본인들이 자식자랑을 할 때 저도 그 수준에 맞춰 같이 자랑했다면 관계 파탄나지 않았을까요? 그때부터 힌트 준답시고 구체적으로 말했으면 진작부터 욕하고도 남았을 사람들이니 지금 음흉하다고 욕하겠죠. 자기 스타일대로 말한 것일 뿐 이게 절 제 탓을 할 일인가요?
그냥 남의 자식이 자기 자식보다 잘된 게 몹시 불편하고 싫다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 나아요. 왜 남의 탓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