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애가 사수끝에 대학을 가요.
아이는 조울증을 앓고 있어요
여기서 조울증 아이가 어떻네 저떻네 하는 글들을 볼때마다 마음이 아팠었어요
또 조울을 앓고 있는 큰애 때문에 둘째가 불쌍하네 이런 글을 볼 때마다 누나의 병세에 별 관심 없는 둘째를 생각하며 좀 괜찮은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제 아이는 고2때 조울이 시작 된 거 같은데
고1때까지는 전교 10등 정도 하던 아이였고 (강남서초에요) 워낙 똘똘하고 똑부러지는.
제 손을 딱히 타지도 않는 그런 아이였어요
고2때 애가 자기 방에서 밖으로 나오지도 않고 공부를 하는 건지 뭘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저는 우울증이라 생각을 어렴풋 했었어요
여러 일들도 있었고 성적도 조금씩 떨어지면서 제가 학교를 그만둬라 그럴거면 그냥 그만 두는게 훨씬 낫겠다고 한 적도 있었는데
그래도 그냥 어찌저찌 고3으로 올라갔고 고3때는 조증이 조금 보이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보였다기 보단 뭐랄까 뭔가 아이는 늘 기운차고 제가 매일 싸주는 도시락을 (학교밥 먹는 걸 워낙 싫어해서) 가져가서 친구랑 나눠 먹고 학원가서 공부를 꽤 열심히 하는 듯 했어요
이후 수능 보고 그게 다 거짓이었음을 알게 되긴 했지만.
그리고 재수를 하게 되는데 이후에 아이 상태가 좋아진 후의 전언에 따르면
매일 학원가서 가방 놓고 나가서 대치동을 주변을 잠실을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녔대요
안 간 곳이 없을 정도로
또 술 조그만 걸 사서 스타벅스에 가서 앉아서 커피에 술을 몰래몰래 타 먹으며 그렇게 울고 다녔대요
돌아다니면서는 이사람 저사람들에게 시비도 걸고 (본인은 시비는 아니었다 하는데 제가 듣기엔 시비 맞아요)
그렇게 다니다가 제가 정신과를 권했어요
우울증이든 뭐든 네 상태가 심상치 않으니 병원을 좀 가 보자.
아이는 병원에 가서 조울증을 진단 받았고 조울증 약을 꽤 좀 독하게 (저도 전공자라 잘 알아요) 쓰는 병원이었던 탓에 약 부작용등이 꽤 있었고 또 진단 받고 약 먹으면서 술도 또 마시고 뭐 그랬었대요.
그러다 재작년이 되었고 작년엔 제가 학원도 쉬고 그냥 동네 근처에 괜찮은 정신과를 찾아서 다니라 했어요
이 병원이 아이랑 꽤 잘 맞았던 거 같아요 약도 줄이고 종류도 약간 바꾸고 아이도 마음을 열고 선생님이랑 가끔 대화를 나누고 조금씩 나아지고 저랑 매일 저녁 산책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 자기의 충동적 행동들 그런 류들을 꽤 이야기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아이의 상태도 꽤 좋아지더라고요
그렇게 작년이 되었고 아이가 성형수술을 원해서 성형수술도 고민하다가 해 주고 (늘 자기는 외모 정병(정신병)이 있다고 하는 아이라) 수술결과도 꽤 좋게 나와서 만족한 채로 수능 공부를 적당히…하다가 올해 지거국 가게 되었어요.
대학을 보내는 마음이 짠 하긴 하네요.
저나 남편은 갖고 있는 면허 (이 면허 덕분에 우리는 이만큼 사는데…)도 없는
문사철 중 한 곳을 가게 된 아이가 그래도 대학 간 게 어디냐 싶으면서도 그냥 내 옆에서 전문대 가라 할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여튼 제 아이는 의사소견에 따라 운전도 가능하고 약도 많이 줄이고 대학도 가게 되었네요.
종종 아이 떄문에 힘들단 글 올리는 거 보면 아 저런 상태면 조울을 의심해도 괜찮을 거 같은데?싶은 글들이 있었는데 그런 글들 쓴 분들 혹시 읽는다면 얼른 병원 가서 진단 받고 하루라도 빨리 치료 시작하시길.
20대 전후해서 많이 진단을 받는 병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