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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계획과 다른 여행지에서 만난 선물

ㅁㅁㅇ 조회수 : 942
작성일 : 2025-02-26 16:18:43

결혼하고 보니 우리 부부가 난임이더군요.

크게 고민하지 않고 아들을 입양했습니다.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였거든요.

너무나 영특하고, 외모도 귀엽고 어디서든 붙임성이 좋아서

데리고 다니는 곳마다 사랑받고

인기가 말도 못했어요. 

 

그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무렵부터

뭔가 다른 곳이 보이더군요.

그렇게 영특하던 아이가 난독이 심했어요.

그러니 글을 못떼고 학습장애가 심했고요

충동성이 강하고 규율을 잘 못지키니

여기저기서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죠.

말하자면 학교에서 제일 공부 못하고,

또래 관계가 어렵고,

뭘 가끔 훔쳐나오기도 하고

흥분해서 다른 아이를 후려치기도 하는 문제행동을 하는거죠.

대학병원가서 검사하니

adhd 학습장애 난독 난산 경계선 지능

 

이런 아이가 집에서 생활은 어떻겠어요

여기저기 불 다켜고 화장실 바닥에 수건, 쓰레기, 

소변 다 흘리고 안닦고 양말 옷가지 사방팔방

책장에 양말 음식물 그릇 다 섞여있고 

폰 규제하면 어느새 뒤로 가서 보고있고 거짓말하고..

먹을걸 절제 못해서 비만으로 변해가고...

노는 친구들은 다 학교 주변에 있는 소위 관심가져야 하는 아이들..

몇년간 너무나 어지러웠어요

특히 모범생이었던 남편은 절제의 아이콘인데

아이를 절대로 이해못했고요

우리집은 전쟁터로 변했고

톰과 제리가 되어 쫓고 쫓기는 싸움이 지속되었습니다.

 

중간 생략하고,

이런 싸움으로 수년이 흘렀고 저는 살아내기 위해 몸부림쳤습니다.

공부하고,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얼마나 편견이 심한 사람이었나 알게되었습니다.

내가 자유롭고 유연한 사람인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도전적 상황을 만나보지 않아서였어요.

가장 가까운 사람이 비만, 공부열등생, 낮은 인지기능, 왕따가 되어보자

진짜 내가 생각하는 바가 드러났어요.

아이가 저런 모습을 보일 때

내 깊은 바닥에서 혐오, 무시, 불안이 올라오면서

아이가 가치없이 느껴지고 보기 싫고 심지어

아이와 우리 가정 전체의 미래가 망할거란 생각에

두려웠어요.

 

저는 아이를 다시 보기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운동하고 명상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며

사람을 존재로 보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러다보니 아이의 어릴때 그 예뻤던 모습 아직 안에 있구나 싶어

요새는 아이가 참 예쁘고 고맙습니다.

니가 이렇게 살아내기 까지 얼마나 힘들었겠니 싶어서

안타깝고요. 
아이는 청소년기를 지나고 있어요

아침마다 안아주며 잘잤어, 고마워. 하고
저녁에도 안아주며 사랑해, 네 덕분에 엄마 오늘도 행복했어. 하고요. 

아이가 날 키웠어요. 

내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운 마음을 밝혀줬고,

지금 현재 더 사랑하며 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해줬거든요. 

미래를 걱정하는 대신요. 

 

저는 아이와 분투하는 동안 심리학 공부를 시작해서

몇년 지나 박사학위를 땄고

대학에서 강의하는 겸임교수가 되었고요.

 

죽은 자가 산 자를 살릴 수 있나

과거가 현재를 구할 수 있나....

네...그럴 수 있어요..

전교 꼴찌가 박사를 구할 수 있나...

네,,, 그렇습니다. 

우리 아이가 저 공부도 시켜주고 사람 공부도 시켜주고 그러네요. 

 

아, 아이는 지금은 여전히 공부 못하고 찐따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해맑게 별 사고 안치고 살아요. 

제가 안아주면 배시시 너무나 좋아하고요. 

특히 갱년기인 제가 기운없어 무기력할때

기운뻗치는 저 에너지쟁이 아이가 부산하게 저지레하는걸보면

이제 웃음이 나오고 고맙네요. 비타민 같아서.

저는 이 아이는 아이대로 살아가는 방법이 있을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이에게 세상에 누릴 것이 많다.

선하게 살며 그것을 누려보자고 가르치고 싶네요.

큰 울타리 안에서 그것만 넘지않도록

안내하는 역할...하면서

아이와 남편과 하루 하루를 사랑하며 살아가면 되겠지 싶어요.

인생이 성취가 목표가 아니고

풍성하게 경험하고 누리는게 목표라고 생각하면

저는 쓴맛 단맛 고소한맛 시큼한맛 골고루 맛보며 

잘살고 있는듯 합니다. 

IP : 222.100.xxx.51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그럼요
    '25.2.26 4:20 PM (175.208.xxx.185)

    학교성적이 다가 아니죠
    님 너무 훌륭하셔요. 앞으로도 더 잘하실수 있어요
    자식을통해 세상을 배우는게 맞더라구요.

  • 2. ..
    '25.2.26 4:20 PM (14.32.xxx.242)

    어머 실화인가요
    문학작품 같은 스토리네요..!

  • 3.
    '25.2.26 4:24 PM (220.125.xxx.134)

    원글님 내공이 대단한 분이네요.
    그게 가능한가요.

  • 4. ..
    '25.2.26 4:26 PM (222.105.xxx.237)

    한편의 문학작품을 읽은 기분입니다.
    선물처럼 얻은 행복을 오래오래 누리는 평안한 가정 되시길.

  • 5. 아~
    '25.2.26 4:27 PM (180.68.xxx.158)

    어머니…
    진정 대단하세요.
    아이 존재자체로 인정하고 사랑하기…
    참 어머니이십니다.

  • 6. “”“”“”
    '25.2.26 4:40 PM (211.212.xxx.29)

    큰걸음으로 뚜벅뚜벅 앞서 나아가는 어른 같으세요
    저 같은 사람은 감히 좇아갈 수도 없는

  • 7. ...
    '25.2.26 5:02 PM (182.221.xxx.38) - 삭제된댓글

    아이가 10대인데
    박사학위까지? 거기다 강사까지

    아이덕분에 공부 시작한분 지인들이 몇분 있는데
    서울권 3대 명문대나와서 지방대 석사과정에
    박사학위까지는 10년이상 걸렸어요 애들 20대 중반돼서야 가능하죠 상담, 임상심리까지는 하진 않으셨는지 심리학 강사까지한다니

  • 8. 저도
    '25.2.26 5:28 PM (222.100.xxx.50) - 삭제된댓글

    학위따기까지 여러해 걸렸어요.
    여기 아는 사람 있어서 상세하게는 쓰고싶지 않지만요. 초점은 학위는 아니라는 점.

  • 9. uri
    '25.2.26 7:53 PM (60.94.xxx.99)

    인생이 성취가 목표가 아니고

    풍성하게 경험하고 누리는게 목표라고 생각하면

    저는 쓴맛 단맛 고소한맛 시큼한맛 골고루 맛보며

    잘살고 있는듯 합니다.

    좋은 말씀이네요
    훌륭하세요
    저도 잘 살고 싶어요

  • 10. ㅇㅇ
    '25.2.26 9:00 PM (180.69.xxx.156)

    원글님 멋진 분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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