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니 집집마다 물먹는 문화도 참 다른거같아요.
저희집은 밥먹을때 따로 물을 꺼내놓은적없고 다 먹고나면 아버지가 물을 찾으셔서 항상 엄마가 마지막에 숭늉물을 떠다 드렸거든요.(연세 많으신 옛날 시골분이세요) 주택이라 식사는 거실이나 방에서 상펴서 먹었고 아버지는 부엌자체를 잘 안들어가셨으니 엄마가 떠다 드리곤 했던거 같아요.
그러다 숭늉이 아닌 보리차를 먹기시작하면서부터 큰 유리병에 담긴 보리차랑 컵을 상 옆에 놓고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 각자 가족이 식사를 마치면 마시고싶은 사람들은 알아서 따라서 마셨던거 같아요.
지금은 보리차도 안끓이고 그냥 부엌에 있는 정수기 물을 마시는데 저도 은연중에 아버지는 식사끝나면 물 드셔야한다가 머릿속에 박혀서인지 지금도 친정가면 항상 아버지 물은 챙기게 되더라구요? 연세드시니 식사후 먹어야하는 약이 많아서 지금은 부모님 두분다 떠드립니다만.
암튼 그러다가 결혼해 시집을 가니 시어머니가 꼭 식사차리면 온가족 물을 한컵씩 떠서 처음부터 식탁에 놓으시더라구요. 저는 원래 물을 안먹어서 굳이 왜 저렇게 놓으실까 생각했어요. 근데 시어머니 본인이 식사중에 물을 엄청 드시더라구요.
지금도 가끔 시어머니가 같이 저희집에서 식사하시면 애 물갖다주라고 그렇게 안절부절하세요. 애 물 떠다줘라 몇번을 말씀하셔서 제가 먹고싶으면 ㅇㅇ이가 가져다 먹을거에요 하면 기어코 본인이 가서 떠와서 애(고딩입니다)앞에 놓으세요. 물이 굉장히 중요한가봐요 시어머니한텐 ㅎㅎ
물이나 음료수를 마실때 꼭 물어보는것도 저희 남편이 그래요. 저는 살면서 한번도 다른 가족에게 물어본적은 없었던거같은데(아마 집구조가 주택은 부엌이 아예 분리되어있고 아파트는 코앞에 냉장고가 있으니 그런 영향도 있겠다 싶어요) 남편은 꼭 자기가 물이나 음료수를 마실때 옆에있는 저나 다른가족들한테 물어봐요. 저는 처음에 그게 오히려 성가시더라구요? 그냥 내가 알아서 마실건데 뭘 매번 저렇게 물어보나 싶어서. 아마 반대로 남편은 안물어보는 내가 서운하다고 느꼈을수도.
오래 살다보니 저나 남편이 서로에게 동화되어서 남편은 이제 서너번에 한번씩 물어보는거같고(제가 귀찮아한다는거 아니까요) 저는 반대로 서너번에 한번은 남편에게 물어봐 줍니다. ㅎㅎ
물 음료수 마시는것에 대한 문화도 참 집집마다 다르겠구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