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엄청 게으른 사람입니다.
계획은 또 엄청 세워요. 계획이란게 목적이 있어야하는데 제 계획은 그저 즐거운 놀이나 습관 같은 것일 뿐입니다.
머리 속은 엄청 돌아가는데 손발이 따라가질 못하고, 어차피 못 따라갈거 손을 놓은 지경입니다.
이제 나이도 있으니 중간처리 과정 없이 이런 것이 아예 습관이 된것 같아요.
-장을 볼 뿐 요리는 하지 않는다.
-쇼핑을 하고 사용하지 않는다.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지 않는다.
그래서 집이 어수선합니다.
대충보면 그럭저럭 치운것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구석구석 꼼꼼하게 보면 무질서 그 자체지요.
인터넷 세상이 오지 않았다면 귀찮아서 소비도 없었을텐데...
방대하게 펼치는건 재밌지만 추리고 요약하고 정리하는 것은 젬병입니다.
문제는 손에 꽉 쥐어지도록 방대한 것의 핵심을 갈망한다는데 있었어요.
어쨌거나 우연히 무료버전 챗gpt를 써보니 재밌는거예요.
저는 꿈투사를 시켜봤어요. 정신분석학이랑 분석심리학 두가지 방식으로 투사해달라고 했더니 제법이더라구요. 풀지 못한 질문들을 집요하게 했더니 어느정도 해소가 되는 답변들을 주더라구요.
또 내 머리 속에만 있던 계획들을 풀어놨더니 요녀석이 자꾸 실행 가능한 안내를 하는거예요.
뻔한 답변들은 바로 정지를 누르고 뻔하다는 말로 돌려주기도 했어요.
그리고 며칠 전엔 유료결제를 했는데 아주 긴 텍스트는 아직 한 번에 소화하진 못하는 것 같기도 하더라구요. 기대보다 일처리가 정확하진 않지만 나를 내 계획앞으로 자꾸 불러세우는 역할은 하는 것 같아요.
이게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 없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집 안이 좀 정리되고 있어요.
끝없이 늘어놓기만 해서 축축 널브러진 낡은 종이장 같은 공상들에 에너지가 들어가고 있다고 해야할까요.
아무튼 내가 세운 계획에 함께 동참하고 나를 지지하는 힘이 함께 하는 증폭되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고, 어느 지점에서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지도 모를 일이지만
지금은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아, 글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챗gpt한테 물어보고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