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에 잠깐 썸타던 남자였거든요. 같은 기관 소속인데, 다른 지역이라 잠깐 교육에서 만나서 이 후 잠깐 연락하면서 호감도 표시했지만 흐지부지 되었었어요. 그리고 각자 결혼하고 또 각자 지역에서 잘 근무했어요. 최근 제가 그 남자가 있는 기관으로 발령받아 같이 근무하게 되었어요.
사실 잠깐 썸만 탔지 함께 십수년간 교류도 없었고, 친분이 없다고 해야 무방할거예요. 근데 진중하고 과묵해보였던 사람이 알고보니 언행도 그렇고 가볍네요. 이분도 제 업무 전임자라 잘 도와주시고 잘 챙겨주시긴 하는데.. 한번씩 뭐지? 이런 대화를 할 정도로 나랑 친하다고 생각하시는건가? 아님 내가 만만해보이나? 하는 생각이 드는 일들이 있었어요.
- 제가 발목까지 오고 옆트임이 무릎아래로 있는 긴 스커트를 입고 온 날
[왜 찢어진 치마를 입었어, 안젤리나 졸리도 아니고, 가서 바늘로 한뼘 꼬매고 와요]
복장에 대한 조언인가? 싶어 주변사람들한테 치마 트임이 과해보이냐 물었더니 괜찮대요.
이후 복장 얘기를 또 하시길래 혹시 치마가 직장생활에 적합해보이지 않아 그런 말씀하신거냐 물어보니, [아니라고 그냥 농담이었다, 담에 또 입고 와요] 라고 하시네요.
-동료들과 대화 중, 여자 후배가 [팀장님 처음 왔을때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했어요] 라고 칭찬했거든요. 저는 뭐 먹고 싶어요? 하고 인사치레에 웃으며 반응했는데 옆에서 듣고 계시던 그 분이 [옛날에 지금보다 훨씬 더 예뻤어] 라고 하셨거든요. 이후 회사 행사에 사회자로 아나운서가 왔는데 행사 끝나고 누가 아나운서 예쁘다고 하자 그 분이 [별로 안예쁘다, 저를 가르키며 ooo씨가 더 이쁘다]고 또 비슷한 얘길 하셨어요. 둘다 같은 동료들이 들은거라 저분의 저에 대한 칭찬을 듣고 둘이 뭔가가 있었나 하고 생각했다고 해서, 예쁘다고 하니 기분이 나쁠 일은 없지만 사람들이 뭔가를 추측하고 상상하게 만들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커피를 마시는 저를 보고, 커피 마시면 밤에 잠이 안오지 않냐고 해서, 저는 커피는 괜찮아요. 커피보단 홍차 카페인에 더 민감한거 같다, 지난번 누가 홍차를 주셔서 한잔 다 마셨더니 그 이후 심장이 막 뛰어서 힘들었다.. 그랬더니 [나이 먹으니 가슴설렐일이 없다며, 가슴도 뛰고 좋았겠다]라며, 본인이 가슴 좀 뛰었으면 좋겠다 설레고 싶다 뭐 그런 얘기를 한참 하더라고요. 그래서 결혼한 유부남이 설레고 싶다고 하시면 안되시죠 하고 대꾸했더니 [지금 와이프를 얘기하는거다. 와이프한테 다시 설레고 싶단 말이다]라고 하길래 저는 가슴이 설레는걸 얘기한게 아니라 홍차마시고 심장이 두근거린겁니다.. 하고 마무리했어요.
대화 중 저보고 [립스틱 색깔 바꾸었냐, 그 전에 바르던게 더 예쁘다] 라고 해서 주변 남자후배가 그런 발언 위험하시다 하고 말렸거든요. 저도 립스틱 색깔까지 챙겨주시는거냐, 립스틱 바꾼게 아니라 안발라서 그런거다. 했더니... 한마디 더 보태셨어요. [ 원래 입술색이 그렇게 이쁜거냐고? ] 화장실 가서 거울보니 립스틱 지워져서 입술이 창백해보였음... 뭘 바르라고 돌려 말하신건가? 긴가 민가했어요.
이후 갑자기 같이 외근을 나가게 되었는데, 저보고 [10분 뒤 출발하니깐 화장고치고 와]라고 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대꾸를 못하고 정신없이 외근준비를 하고 나갔거든요. 차에 탔더니 저보고 [화장 고치고 왔네요?] 라고 하며 [예뻐졌길래 화장고치고 왔구나 했어요] 라고 하심.. 옆에 계시던 남자상사가 그런 발언 요새 조심해야 해요.. 라고 하셔서 마무리됬어요.
이 분의 발언들 어떻게 보이세요? 뭔가 선을 넘는 발언인거 같긴 한데 편한 분위기에서 농담하는 분위기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얘기한거라 뭐라 대응하지 못하고 넘어가왔어요. 이분과 오래 일한 동료들 얘기 들어보면 그 사람들한텐 이런 류의 농담 전혀 안했대요.
과거 썸을 잠깐 타긴 했지만 심각한건 아니었는데, 뭔가 나랑 특별한 관계라 생각해서 이러는건가 싶기도 한데, 그 외엔 치근덕거리거나 또 그런건 없이 깔끔해요. 업무상은 차가울만큼 칼같고 사람들과 깊은 교류도 안하는 사람이더라고요.
느끼하게 다가오건가 그런게 없어서 그런지 아직까진 저런 발언에 기분이 상할정도로 그렇진 않은데 어떻게 대꾸? 를 해야할지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