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도 얼마전에 강릉 다녀왔는데~

시다모 조회수 : 3,912
작성일 : 2025-02-18 10:56:51

얼마전에 강릉에 다녀왔어요.

저는 신자가 아니지만 초당성당에 가고 싶어서 미사시간에 맞춰 갔어요. 

초당성당은 원형으로 지어졌고,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설계 되어 환하더라구요. 

제대 오른쪽으로 성가대가 자리했고, 그 맞은편에 앉아서 미사를 드렸어요.

공간이 원형이라 그런건지 성가의 울림이 온 몸으로 퍼지는 것 같았어요.

신부님 강론도 굉장히 좋았고요.  

미사를 드리고 근처 텐동집에서 맛난 점심 먹고, 명주동으로 갔어요.

명주동은 그라피티가 있다는 기사를 어디서 봤기에 그걸 보러 간거였는데 못 찾고, 그냥 골목길을 어슬렁 걸었죠.  걷다가 대도호부관아 관아 구경도 잠시 하고, 길 건너 임당동 성당이 보이길래 갔지요. 성당 문이 닫혀 있는데 안에서 아름다운 성가가 흘러나오길래 문 앞에서서 들었어요.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에 따라 들어갔는데, 성당 2층에서 성가대가 연습을 하고 있는것 같더라구요. 자리에 앉아서 잠시 들었지요.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신자는 아니지만 은총이라고 해야할지 커다란 사랑이 쏟아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커피가 필요한 시간이 되어 다시 이동을 했지요.

어디로 갈 것인가 고민하다 박이추 선생의 보헤미안에 가기로 했어요.

대기가 꽤 있더라구요. 어쩔까 저쩔까 다시 고민하다 기다리기로 했어요. 

4,50분은 기다린것 같아요.  벽에 박이추 선생 신문 인터뷰 기사가 있길래 유심히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지요. 

기사에 이런 구절이 있었어요.

‘인생의 커피’가 뭐냐고 묻자 박 대표는 활짝 웃더니 ‘보헤미안 믹스’라고 했다. 자신이 만든 커피다.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케냐 네가지를 섞어 만든 이 커피는 진하면서 부드럽다. “화려하지 않고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고 할까요. 참 불쌍한 커피야 진짜. 하지만 잊어버리고 싶어도 잊어버릴 수가 없는 커피죠.”

인생의 커피가 불쌍한 커피라니, 그런 커피는 대체 어떤 커피일까 상상하게 했죠.

그 때 마침 카페 문이 열리고 한무리의 일행이 나오고 있었어요. 그 중 중년의 남자가 "에잇, 초심을 잃었네."라며 카페에 자리가 나오길 기다리는 손님들이 다 들리게끔 큰 소리로 말하며 계단을 내려가는거예요.  도대체 저 남자는 어떤 커피를 마신걸까 생각했지요.

 

우리는 그날 마지막 손님이었어요. 우리는 메뉴판을 정독하고 남편은 보헤미안 커피를, 저는 예전에 82에서 읽은 기억을 되살려 게이샤를, 고3이 되는 아들은 고흐가 즐겨마셨다는 마타리를, 초등 딸래미는 메론소다를 시켰어요. 

주문을 하고 카페 안을 구경하는데 박이추 선생이 나오시더라구요. 운이 좋게 그분이 내려주신 커피를 마시게 됐지요.

사실 고3아이는 커피를 마시진 않는데  그 날은 여기까지 왔으니 커피를 마셔보라고 했던 거였거든요. 앞으로 언제 우리가 함께 박이추 선생이 내린 커피를 또 마실 수 있겠냐, 정말 기쁜일이다 되뇌이며 커피를 마셨지요. 실은 저는 에디오피아 커피를 좋아합니다. 과일향이 잔향으로 퍼지는 그 맛을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커피를 맛으로만 먹는건 아니니까요. 

마감 시간까지 잘 머물렀지요. 박이추 선생이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큰 애한테 신문 인터뷰 내용을 이야기 해주었더니 카페를 나서면서 벽에 붙어서 기사를 찬찬히 읽더라구요. 

 

그렇게 강릉에 다녀왔습니다. 

IP : 61.77.xxx.114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고 싶네요.
    '25.2.18 10:58 AM (61.39.xxx.94)

    강릉 여행을 이런 식으로 할 수 있군요. 감사합니다.

  • 2. ㅡㅡㅡㅡ
    '25.2.18 11:02 AM (61.98.xxx.233)

    짧은 수필 한편 읽은 느낌.
    강릉 자주 가는데,
    또 가고 싶어지네요.

  • 3.
    '25.2.18 11:04 AM (211.108.xxx.76)

    박이추 커피 들어봤는데 한번 가봐야겠네요

  • 4. 동행
    '25.2.18 11:05 AM (124.28.xxx.72)

    동행한 것 처럼 느끼며 읽었습니다.
    강릉... 가고싶네요.

  • 5. ....
    '25.2.18 11:06 AM (174.91.xxx.100)

    어느 때 부터인지 시간이 나면 쇼핑몰을 돌아디는 게
    나의 한가로움을 채우는 방법이 되었다는 걸 느끼게 해 주는 글이네요
    앞으로는 저도 원글님 처럼 짧은 시 같은 여행을 해야겠네요

  • 6. 태초에디에네2
    '25.2.18 11:10 AM (175.124.xxx.91)

    잔잔하게 풀어주신 여행기 감사합니다
    글이 잘 읽히게 쓰시는 능력을 가지고 계세요

  • 7.
    '25.2.18 11:10 AM (61.75.xxx.202) - 삭제된댓글

    초당동 성당 신부님 말씀 너무 좋아요
    저는 강릉 자주 가서 남편 낚시 가면 혼자 버스 타고
    매일 미사 드리러 가네요
    박이추는 오픈 시간에 갔었는데 한적하니 나름 괜찮았고
    제가 추천하는 카페는 서지초가뜰과,과객,라카이샌드카페
    입니다 강릉은 스벅도 커피가 다 보통 이상은 되니
    분위기 좋은곳 추천해 봅니다

  • 8. 보헤미안 믹스
    '25.2.18 11:13 AM (211.250.xxx.65)

    보헤미안 믹스 저에게도 인생커피입니다. 처음부터 원두 드립커피를 보헤미안 믹스로 시작을 해서 커피입맛이 고급이 돼버렸다는... 지금은 너무 비싸져서 데일리로 먹지는 못하고 가끔 즐기는데~ 초심을 잃었다는 손님은 뭘 마셨을까 궁금하네요~ㅎ

  • 9.
    '25.2.18 11:14 AM (211.234.xxx.128) - 삭제된댓글

    초당동 성당 신부님 말씀 너무 좋아요
    저는 강릉 자주 가서 남편 낚시 가면 혼자 버스 타고
    매일 미사 드리러 가네요
    박이추는 오픈 시간에 갔었는데 한적하니 나름 괜찮았고
    제가 추천하는 카페는 서지초가뜰과,과객,
    라카이샌드파인 카페 입니다
    강릉은 스벅도 커피가 다 보통 이상은 되니
    분위기 좋은곳 추천해 봅니다

  • 10. 부럽습니다
    '25.2.18 11:16 AM (112.161.xxx.169)

    박이추선생님 연세가 있으니
    매장에 늘 나오는게 아니라서
    또 가고싶은데ㅜ
    원글님 부럽습니다

  • 11. 나무木
    '25.2.18 11:18 AM (14.32.xxx.34)

    잔잔한 여행기 재미있네요
    강원도는 언제든 좋은 것같아요

  • 12. 환자
    '25.2.18 11:19 AM (124.57.xxx.213)

    여행기 감사해요

  • 13. ㄴㅁㅇㅎ
    '25.2.18 11:26 AM (220.93.xxx.72)

    권성동 사라지면 감.
    그전까진 강릉 불매

  • 14. 강릉
    '25.2.18 11:38 AM (58.234.xxx.216)

    수필을 읽는듯 잔잔한 여행기에 강릉에 가고 싶어지네요.

  • 15. ㅇㅇ
    '25.2.18 11:44 AM (14.5.xxx.216)

    잔잔한 가족여행기 잘읽었습니다
    가족들끼리 참 화목한가봐요
    아름다운 그림이 연상되서 흐믓합니다

  • 16. 저는
    '25.2.18 11:47 AM (117.111.xxx.138)

    박이추 이 사람보면
    참 편하게 떼돈 번다 싶더라고요
    좀 유명하다 싶으면 신봉하는 심리

  • 17.
    '25.2.18 11:52 AM (211.211.xxx.168)

    와! 스토리가 있는 여행이네요

  • 18. 잘될꺼야!
    '25.2.18 11:57 AM (211.234.xxx.217)

    성당은 혼자 가셨나요?

  • 19. ...
    '25.2.18 12:07 PM (14.39.xxx.56)

    위에 ㄴㅁㅇㅎ

    커피 한잔 마시면서도
    정치색을 입히니 참 딱하다

  • 20. ...
    '25.2.18 1:41 PM (218.51.xxx.95)

    옆에서 함께 다닌 듯한 기분이 들어요.
    수필 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대 병원 안암동 쪽에 보헤미안 카페 생각나서 찾아보니
    박이추 님 제자가 운영중이라고 하네요.
    강릉은 못가지만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렵니다.

  • 21. .......
    '25.2.18 1:47 PM (210.96.xxx.45)

    강릉여행 글 잘 읽었습니다
    같은 코스로 한번 다녀보고 싶네요

  • 22. 강릉
    '25.2.18 4:31 PM (39.7.xxx.143)

    강릉여행중 유영하다니 함 가보자싶어 좁디좁은 언덕길 올라가며 여기맞어? 찾아 갔더랬죠
    운좋게 박이추 그분이 내리는 커피 테이크아웃해 먹어봤어요
    저렴한 하우스블랜더 던가 커피로..
    커피 즐기지 않고 사실맛도 잘 몰라요
    그런데.. 끝까지 이 작은 커피가 이렇게 나를행복하게 하다니
    감동이라고 까진 아닐지 몰라도 가본거 너무잘했다 생각했네요
    그날 선생님 커피내리는거 한명이 동영상찍기시작하니 우르르.. 별스럽지 않게 내리는거 같은데도 맛이 다르더군요

  • 23. 제가
    '25.2.18 4:51 PM (211.235.xxx.151)

    인생커피라고 많이 댓글 달았었어요.
    파나마게이샤 먹어보구 그 오묘한 맛이요.
    좀 비싸긴한데 꼭 드셔보시라구요.
    남편도 너무 좋아해서요. 두번 가봤는데
    그때마다 운좋게 박이추옹께서 해주셨네요.
    같은 커피라도 드립하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다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7854 한동훈 책 나왔어요 .안철수책 다음으로 기록이라고... 37 보수임 2025/02/19 3,409
1687853 등에 담오고 결리는데 뭐해줌 좋아요? 6 코난 2025/02/19 1,004
1687852 급질) 소화제 먹고 정로환 먹어도 되나요 2 2025/02/19 345
1687851 자취하는 대학생 데스크탑 컴퓨터 필요할까요? 10 질문 2025/02/19 871
1687850 내일 서울 날씨 코트 입기엔 추운가요? 17 ... 2025/02/19 3,762
1687849 며칠전 사과 구매 알려주신분.... 24 ㅁㄱㅁㅁㄱ 2025/02/19 5,727
1687848 결혼 후 친정집가면 거주하는 형제가 싫어하나요? 26 ..... 2025/02/19 5,439
1687847 진짜 증거가 차고 넘쳐도 수사를 안하네요 3 ㅇㅇ 2025/02/19 970
1687846 숙면에 좋은 차 있을까요? 5 .. 2025/02/19 1,678
1687845 카레에 어떤고기 넣으세요? 30 카레 2025/02/19 2,768
1687844 올해 정시모집 4 올해 2025/02/19 1,478
1687843 자승스님건은 간단한 일이 아닌가 봐요. 4 ******.. 2025/02/19 3,938
1687842 내란 정리되고 정권교체 되면 국회에 간 시민들에게 표창장 수여 .. 6 나중에 2025/02/19 923
1687841 올리브 오일 그냥 먹는 분 질문 있어요 8 ㅇㅇ 2025/02/19 1,655
1687840 中 로봇청소기 한국서 엄청 팔렸는데…"터질 게 터졌다&.. 13 ㅇㅇ 2025/02/19 4,349
1687839 집에서 식용유 어떤 기름 쓰세요? 13 .... 2025/02/19 2,203
1687838 2025년에 55세라는 나이 74 문득 2025/02/19 22,750
1687837 아보카도를 참치회처럼 먹을 수 있네요 5 ........ 2025/02/19 2,112
1687836 집에 있는 남편 5 지나간다 2025/02/19 2,500
1687835 빵순이였는데 밥으로 갈아탔어요 6 ㅇㅇ 2025/02/19 2,315
1687834 남도장터 전복 14 감사해요 2025/02/19 1,791
1687833 이마가 넘 답답하게 생겼어요. 6 2025/02/19 1,196
1687832 당근에서 물건을 팔았어요 환불 요청 14 ㅇㅇ 2025/02/19 3,062
1687831 핫딜 알려주신분덕에 2 프로쉬 2025/02/19 2,239
1687830 코인육수 대신 육수를 진하게 우리면 맛이 나려나요? 9 코인육수 2025/02/19 1,7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