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엔 엄마를 한 인간으로 보지 못하고 내게는 산처럼 커다란 존재이다보니 엄마를 판단할 생각조차 못하고 커왔죠.
처음으로 내엄마가 좀 뭔가 이해가 안간다 생각됐던 때가 중학생이 되고 나서였던거 같아요.
아버지가 큰아들이라 명절이면 작은아버지 가족들이 왔었는데 갈 때 작은아버지께서는 저희 3남매에게 용돈을 손에 쥐어주고 가셨어요. 그럼 작은 아버지네 가족이 채 골목어귀를 돌아나가기 전에 엄마는 저희가 받았던 그 용돈을 아주 날카로운 손길로 낚아채가며, 입으로는 그 작은집 식구들에게 년,놈이란 육두문자 섞어가며 흉보기 바빠습니다. 제가 뭔가 이상하다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그 부분이였는데... 그 내용이... 할머니 가게 물려받아 먹고 살만한 것들이 우리 애들 등록금 한번 안내준다, 먹고 살만하면서 가진거 좀 안나눠준다 ...
저희 아버지 박봉이긴해도 공무원 이셨고, 엄마가 할머니 못모시겠다 난리쳐서 분가하고 할머니는 갓 시집온 작은엄마가 뫼시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할머니 가게를 같이 운영하게된거죠.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난 신체 건강한 부모가 다 있는데 왜 우리들 등록금을 다른 사람이 내줘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우리집은 그당시 평범한 중산층 이였고 만약 자식 등록금이 없을 정도라면 엄마가 집에서 전업으로 있지말고 허드렛일 이라도 해서 자식 키우는게 맞지 않나 싶더라구요 하지만 제 생각을 입밖으로 꺼낸적은 없었어요 그런 생각을 한다는게 왠지 아주 부모의 은덕도 모르는 천하의 불효녀 같았거든요.
재혼해 외국 사는 고모가 한번씩 한국에 돌아오면 사온 선물들을 보고 양이 적다고 고모 가고나면 욕하기 바쁘고,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저주를 퍼붓고, 없는 말 만들어서 흉보고 예를들면 고모가 데리고 재혼한 딸이 자는 방에 재혼한 고모부가 몰래 들어온다고... 마치 본사람처럼 말하기도 하고(엄마는 한번도 고모집에 가본적이 없는 사람이예요)
제가 외국 살다보니 한번씩 한국들어갈 때 트렁크 두개 가득 선물을 챙겨도 막상 한집,한집 나눠주다보면 오히려 제가 손 부끄러울 때가 생기게 작은 양이 되더군요 그럴때 몇 십년 전 고모가 생각나고는 해요
미국살던 사촌언니가 성인이 되어 한국에 왔다 백화점 란제리 매장에서 브라를 착용할 수 있겠냐고 직원한테 물어봤다고 걔가 재혼가정에서 자라서 머리가 돌았다고... 미국은 속옷도 원하면 시착해보고 살 수 있어서 사촌언니가 돌은게 아니였어요ㅠ
매사가 그런식이였어요
남 흉보고, 없는 말 만들어서 교묘하게 퍼뜨리고, 상대방 저주하고...
이제 자식들이 커서 가정꾸리고 경제력 생기니 그 대상이 자식들이 되었어요.
저희 시부모님께서 IMF때 하시던 사업 정리하시고 그당시 살고 계시던 큰집을 팔아서 노후자금으로 사용하느니 저희에게 미리 상속해주시면서 생활비를 보조해달라 하셔서 매달 조금씩 용돈 드리는걸 알게되고나선 친정은 생활비 안준다고 다른 자매에게 욕을 욕을 했다더군요. 친정은 아버지 공무원 연금 나와서 두분 생활은 하실 정도였거든요 ㅠ
제 아이가 좋은 대학에 붙자 그것도 샘이 나셔그랬는지... 다른 자매에게 전화해서 제가 손주가 명문대 합격했으니 입학금 달라했다고 또 없는 말만들어 퍼뜨리고...
제가 이제사 엄마의 삶을 돌아보니 입으로 할 수 있는 나쁜건 다 한거 같더라구요
제가 아주 어릴땐 엄마랑 아빠랑 싸우고나면 꼭 제게 와서 매서운 눈길로 노려보며 너때문에 부모가 싸우게 되었다고, 그럴 때마다 얼마나 무섭고 슬펐는지 울음을 참느라 콧등이 시큰해졌던 느낌이 아직 남아있어요. 그 너.때.문. 이란 이유가
제가 일주일전에 재수없게 울어서 라든지, 종이인형만들고 놀면서 정신사납게 종이쪼가리 제대로 안치워서 라든지, 아님 어제 저녁밥을 꾸물거리고 늦게 먹어서 라든지... 그런 행동들이 재수 없어서 부모끼리 싸우게 된거라고 어린 저는 정말로 저 때문에 부모가 싸우고 이혼하게 될까봐 밤되면 이불 뒤집에 쓰고 소리죽여 울다 잠들곤 했어요.
저는 남들이 볼 땐 아무~걱정없이 보이는 삶이지만, 지금도 불안도가 꽤 높아서 사는게 버거울 때가 많아요 이건 제가 평생 안고가야 할 숙제일것 같습니다.
평생 악하게 살았던 엄마는 지금은 뇌병변장애로 언어장애와 치매로 말을 듣고, 말하기가 안되고 있어요
엄마가 저러면 마음아파야 하는데... 덤덤한 내자신이 무서울 때가 있어요
이런 저 자신을 이해해보려 도서관에 다니고 관련서적과 여러 유튜브로 공부하다보니 부모로 보지말고 한 인간으로 보는게 맞다는 결론이 나더군요.
오늘도 차 한잔 앞에놓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곱씹어보다 생각을 풀어놔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