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민이 이겼습니다. 대한민국을 지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린 15 일 오후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 일대는 우뢰와 같은 시민들의 함성으로 뒤덮였다. 시민들은 서로의 손을 맞잡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동시에 예정된 광주 금남로 인근 천변로에는 이날 오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온 관광버스 수십여대가 모여들었다. 버스에서 내린 이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를 외쳐댔다. 비슷한 시각 거대한 스피커가 달린 검은색 차량이 도심을 누볐다. 차량에선 ‘빨갱이’ 등 혐오성 발언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같은 시간 보수단체 무대를 등지고 50m 쯤 뒤에서는 광주지역 170 여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역 광주비상행동’이 주도하는 탄핵 찬성 집회는 준비가 한창이었다. 오후 4시 본 집회를 불과 몇 시간 앞두고 있었지만 자리를 지키는 시민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위기감을 느낀 광주비상행동은 ‘광주시민께 드리는 호소’란 주제의 긴급 성명을 내고 집회 참여를 독려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 80 년 오월 광주의 마지막 날은 도청을 사수하던 이들의 죽음이었지만, 그 죽음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살찌우는 자양분이 돼 부활했다”며 “다시는 ‘불법 내란이 불가능한 나라’를 위해 금남로를 시민들의 함성으로 뒤덮자”라고 말했다. 금남로는 1980 년 5월 계엄령 철폐와 신군부 독재 퇴진을 요구한 시민들의 계엄군에 맞서다 희생된 장소다.
오후 3시 30 분쯤이 되자 금남로 일대 상황은 급변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무대에서 5·18 민주광장까지 400m 거리를 가득 메웠다. 오후 4시 30 분에는 시민 2만여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북구 용봉동 주민 박선미씨( 44 )는 “금남로에서 계엄을 옹호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다는 아이들과 함께 왔다”고 밝혔다.
탄핵 찬성 집회에는 거대한 태극기가 펼쳐졌다. 시민들은 ‘님을 위한 행진곡’을 목놓아 불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5·18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기우식 비상행동 대변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광주 시민들의 함성으로 내란 지지 세력의 목소리를 뒤덮었다”라며 “광주시민의 위대한 승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