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추가합격으로 반수 끝에 인서울 대학 성공했네요.
딸아이가 공부를 잘해서 많은 기대를 하며 키웠죠. 초등-중등은 전교등수는 도맡아했고 각종 수행도 너무나 뛰어났고 선생님들도 관심을 가졌어요. 중학생 때 별명이 '전 전교1등'이었는데, 전교1등하던 애가 1등을 놓치자 애들이 1등 아닌게 신기해서 붙여줬다나요... ㅎㅎ
고등학교를 지역 명문고로 가서 이제 자기 꿈을 잘 펼칠 줄 알았지만, 대입 결과는 무너졌습니다. 소위 '등록금만 내면 가는 대학' 하나에만 겨우 붙었어요. 저도 실망했지만 본인은 얼마나 실망했을까요. 하지만 실망할 새도 없이 아이는 고교 졸업도 하기 전에 쿠팡야간알바를 뛰며 대학 진학할 자금을 스스로 마련했죠.
저는 아무런 화도 낼 수 없었고 할 말도 없었어요. 감수성 많은 십대 시절에 부모의 이혼을 지켜보고 친척집을 두 군데나 옮겨다니며 컸고, 탈선 없이 잘 자라준 것만도 고맙다고 생각했거든요. 아이도 이혼한데다 사회적으로 억울한 일을 겪고 직장마저 잃었는데 건강도 악화되어 요양생활하는 제 입장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았어요.
작년 여름, 산좋고 바다좋은 지방사립대에 다니는 아이를 갑자기 찾아갔어요. 이렇게 먼 거리를 그 몸으로 어떻게 왔냐고 놀라더군요. 요양원은 언제 나왔냐는 말도 함께요.
바닷가 횟집에서 소주 한 잔 놓고 오랜만에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정상가정도 무너지고 경제적으로도 곤궁해졌지만 아이는 성적장학금 받고, 국가장학금 받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용돈을 벌고, 기숙사에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지역 축제에 나가 합동공연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는데, 참 밝은 모습에 울컥 눈물이 나왔어요. 제 원망을 전혀 하지 않아서 고마웠구요.
반수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이는 괜찮다고 하더군요. 제대로 된 집도 없이 단칸방 생활을 하고 아르바이트하며 홀로 공부했어요. 학원 다니거나 인강 들을 돈도 없어 예전 과외선생님이 자기 아이디를 빌려줬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지방거점국립대학 두 군데와 인서울 한 곳 대학 합격증을 들고왔네요.
아이는 사립대학을 택했습니다. 명문대학은 아니고 그저 인서울일 뿐인 대학이지만, 저는 자기 힘으로 묵묵히 해준 아이에게 고맙고 또 미안하더군요. 내가 경제적 여력이 됐다면 입시공부에만 전념해 수능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줬을텐데… 아마도 평생 마음의 빚으로 남겠죠.
이번 주말에는 주변 스테이크 식당 좀 알아봐야겠습니다. 아이가 고급 스테이크 한번 먹고 싶다고 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