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시골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남남남 여여여 이렇게 낳았는데도, 외할머니는 또 아들이 아니라고 실망하셨대요.
엄마와 큰외삼촌의 나이 차이는 21살.
그 시절엔 결혼도 빨랐던 터라, 큰외숙모는 엄마와 같은 해에 아이를 낳았어요.
그러니까 엄마는 자기 조카와 동갑인 거죠.
하지만 외할머니는 나이가 많아 젖이 나오지 않았고, 결국 같이 사는 큰외숙모가 엄마에게 젖을 물렸다고 해요.
일종의 ‘동냥젖’을 먹은 셈이죠.
큰외숙모 입장에서는 얼마나 싫었을까요.
결혼하자마자 시집살이에, 시조카가 자기 자식과 동갑이라니.
엄마가 마치 ‘군식구’처럼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엄마는 평생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대요.
밥상을 쾅 내려놓거나,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뒤에서 궁시렁거리거나, 비아냥거리면서 말하기…
그런데 저는 어릴 때, 엄마에게 똑같이 당했어요.
제가 딱히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닌데, 엄마는 설거지를 하면서 쿵쾅거리며 혼잣말로 욕을 했어요.
그 욕도 “썩을 년”, “염병할 년”, “나가 뒤져라” 같은 거였고요.
제가 뭐 하고 싶다고 하면,
“니 주제에?” 하며 비아냥거리고,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일부러 그랬지?” 하며 화내고,
억울하다고 하면 “아니긴 뭐가 아니야” 하며 단정 지었어요.
조금 커서는 엄마한테 솔직히 말했어요.
“엄마가 그러는 거, 나 너무 상처받아.”
그러고 나서 조금 나아지긴 했어요.
그런데 얼마 전, 이모네랑 엄마랑 여행을 갔는데
비싼 식당에서 엄마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000이 돈 쓰니까 입이 아주 찢어지지?”
그 말을 듣고 이모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어요.
“너 참, 큰올케(큰외숙모)처럼 말한다?”
엄마도 이제 좀 조심하려고 하는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저도 가끔 엄마처럼 될까 봐 무서울 때가 있어요.
전 아직 자식이 없지만,
이 상처가 저한테도 대물림되는 것 같아요.
너무 우울하고, 엄마가 미워지기도 해요.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