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교님께서 저희 성당 오셔서
미사 집전해주셨는데요
미사드리는데 저는 오늘따라 눈물이 펑펑 나더라고요
근데 미사 마지막즈음 저희 본당신부님께서 공지사항 얘기하시길
대보름부럼 땅콩 밖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많이들 이용해주시라고.. 그리고
참고로 주교님께서 땅콩을 매우 좋아하시니 사드려도 좋을것 같습니다..하시면서 환하게 웃으셨어요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아 주교님께서 멀리서 오셨는데 돌아가시는 차안에서 좋아하시는 땅콩이라도 드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성당 마당에 나가니 땅콩은 큰 봉다리에 나누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거의 다 팔려서 마지막 남은 땅콩 한봉다리를 겨우 샀어요.
저는 사실 성당사무실 통해 주교님께 전달하려고 했거든요
사무실가서 주교님께서 땅콩 좋아하신다고 신부님께서 말씀해주셔서 드리고 싶은데 혹시 여기서 전달해주실 수 있냐고..
근데 사무실 분들이 막 웃으시면서 직접 전달하라고 계속 그러시더라고요
조금만 기다리면 나오실거라면서.. 저를 막 격려해주시는데..
그래서 이걸 어쩌나.. 난감해하는데
(참고로 저는 낯을 많이 가려요
신부님께도 맨날 인사만 겨우 하고 도망다님;;)
밖에 나가니 마침 주교님과 신부님께서
성당마당으로 나오시고 계셨어요
근데 적극적인 자매님 형제님들이 주교님과 사진찍겠다고
먼저 빠르게 움직이시고 분위기를 장악하셔서
저는 구석에서 땅콩봉지들고 있다가
제 순번이 되어서야 겨우 얼굴 붉히며..
저 안녕하세요 아까 저희 신부님께서
주교님께서 땅콩 매우 좋아하신다고 하셔서요.. 겨우 말씀드리니까
옆에 계시던 신부님 이하 성당 많은 분들이 빵 터져서 마구 웃으시더라고요
주교님도 엄청 웃으시고..
저는 갑자기 넘 부끄러워서;;;
맛있게 드세요~ 외치고는 언능 도망쳐 나왔어요
후.. 나이도 적지 않은데 저는 왜 이리 소심한걸까요
왜 주변에서 그리들 빵 터지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혹시 실례를 한걸까요?
주교님께 드리는 선물치고는 넘 약소하지요?
아까일 생각하면 쪼끔 민망해요
왜 잘못한것도 없는데 챙피한 느낌인지..
왜들 그리 웃으셨을까요?
다들 그냥 농담으로 한 이야기인데
저만 순진하게 그런건가.. 싶고..
아무튼 쥐구멍에 잠시 들어가고 싶었어요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글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