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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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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조회수 : 2,000
작성일 : 2025-02-09 00:19:19

저는 어릴 때부터 저 스스로도 좀 이해할 수 없는 마음이 있었어요. 

수양대군 이유를 아주 싫어했어요. 

그리고 늘 단종이 안타까웠어요. 

그가 그런 불행을 겪고 어린 나이에 비참하게 삶을 마친 것을 늘 되새기면서 마음 아파했어요. 

제가 어릴 적에 타임 머신을 타고 싶어했는데 그 이유는 

문종 치세 말기로 가서 이후에 벌어질 모든 흉사를 막아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영월...저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곳인데 한번도 가 본 적이 없어요. 

왜냐하면 한번 그곳에 가서 단종의 능을 참배하고 나면 돌아올 수가 없을 것 같았어요. 

진짜 임금님이 그곳에 홀로 계신데 제가 어떻게 그냥 두고 돌아올 수 있겠어요. 

그곳에 뿌리를 박고 그를 지키는 나무 한 그루가 되든지 아니면 망부석이 되어서라도 

제가 그곳에 남아야만 한다고 생각했어요. 

참배가 끝나면 돌아와야 하는데 그건 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생각하면 참 이상한 마음이죠. 저하고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수백 년 전의 사건인데 

늘 이렇게 이 사람들과 그 일들을 생각하면 저는 이성과 판단력을 다 잃어버리고 마는 거예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이요. 

며칠 전에도 방 안에서 맴돌면서 밤을 새웠어요. 그 모든 일들이 원통하고 분해서요. 

 

이제 몇 년 있으면 제게도 절명운이 와요. 

죽으면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하늘로 가기 전에 제가 할 일이 있어요. 

제 영혼은 천 마리의 새가 되어서 광릉 수목원의 나무마다 내려앉은 거예요. 

그래서 수양대군 그 자의 영혼을 불러내는 거죠. 

그자가 일어나서 광릉의 재실을 나올 때마다 저는 달려들어서 

그자의 영혼을 쪼아 피투성이 걸레로 만들고 갈기갈기 찢어줄 거예요. 

양녕대군의 영혼도 함께 도륙낼 거예요. 

이 작자는 지가 임금이 되지 못했다는 원망 때문에 조카를 꼬드겨서 패륜하게 만든 장본인이거든요.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나면 저는 이제 다음 생을 준비할 거예요. 

나의 임금님인 단종은 그 때 그 시절에 그렇게 뼈아프게 떠났지만 

다음에 이 세상에 올 때에는 그렇지 않을 거거든요. 그에게도 못 다한 꿈을 펼칠 권리가 있어요. 

그때 그 시절에는 제가 불운하고 불충해서 제대로 해내지 못했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저는 나의 임금님을 곁에서 도울 거예요. 

높은 관직이 아니어도 상관 없어요. 운전기사나 가사도우미여도 좋아요. 

다시 만나게만 되면 제 뼈를 갈아서라도 그를 돕고 싶어요. 

 

50년 가까이 살면서 한번도 누군가에게 이 마음을 말해보지 못했는데 여기 고백하고 가요. 

IP : 210.204.xxx.55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2.9 12:32 AM (223.38.xxx.5)

    이성적으로 보면 :
    원글님 왜 그러세요… 무셔워요.
    역사에 너무 몰입하시는 거 아닙니까.

    감성적으로 보면 :
    원글님은 어쩌면 그 시절에 못다 바친 충정 때문에
    다시 태어난 신하일까요.
    단종을 어릴 때부터 돌본 궁녀였나요…?

    과학의 눈으로 보면 전생 같은 건 없지만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일들이 아는 일보다 훨씬 많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모를 일이죠.
    원글님의 군주를 나중에 다시 만나면 그땐 로봇이 날아다니는 미래겠지만
    알아봐야 할 사람을 잘 알아보시길 바랄게요.

  • 2. 첫댓님
    '25.2.9 12:35 AM (1.225.xxx.193) - 삭제된댓글

    최고예요.

  • 3. ..
    '25.2.9 1:07 AM (117.111.xxx.66) - 삭제된댓글

    사육신? 생육신? 어느 쪽이셨을까요?

  • 4.
    '25.2.9 1:09 AM (211.235.xxx.104)

    이성계가 쿠테타를 일으킨
    역성혁명이 정당하다 생각하시는걸까요..?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
    이 말을 정당화한 군부 독재는 어떤 마음이세요..?

  • 5. 탄핵인용기원)영통
    '25.2.9 1:37 AM (116.43.xxx.7)

    님이 전생에

    단종의 시신을 몰래 거두어 준 그 분인가 봅니다.

    세조 명을 내려 아무도 단종 시신을 거두지 말라고 했는데

  • 6. ..
    '25.2.9 2:09 AM (37.171.xxx.145)

    원글님의 임금님을 꼭 다시 만나세요

  • 7. ooooo
    '25.2.9 3:09 AM (211.243.xxx.169)

    전생이 있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영웅까지 사무친 어떤 감정들이 남아 있을지도요.

  • 8. 전생에
    '25.2.9 4:07 AM (121.200.xxx.6)

    금부도사 왕방연이셨나 봅니다.

  • 9. ...
    '25.2.9 5:38 AM (118.235.xxx.43)

    원글님 살짝이해는 가요. 고딩때 사도세자 뒤주 이야기 샘이 해주실때 눈물이 뚝뚝 흘렀어요. 너무 분하고 슬프고 원통한마음이 들었어요. 18세였는데...
    그뒤에 유아인 나온영화 보면서도 눈물이 뚝뚝
    그렇게 맴찢일수가 !저는 전생에 궁녀였을까요?ㅋㅋ

  • 10. --
    '25.2.9 8:50 AM (27.113.xxx.124)

    신기하게도 단편적인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실에 나혼자만이 느끼는 깊은 공감이나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심하면 꿈으로도 나타나 비슷한 경험을 계속하지만 자신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아주 가끔 그런 꿈을 꾼다고 기억할 뿐입니다.
    과거에 내가 있었고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를 느낄 수 있다고 그냥 뇌의 장난이라고 생각하지만 원글님의 세세한 묘사와 감정이 그대로 느껴져 저는 그 마음을 믿고 싶습니다.

  • 11. ..
    '25.2.9 9:03 AM (39.115.xxx.132)

    원글님은 충직한 신하였을까요?
    어머니 였을까요?
    전생을 기억하진 못하지만
    마음이 움직이는거 같아요

  • 12. ..
    '25.2.9 2:02 PM (37.169.xxx.132)

    아직 너무 젊으신데 벌써 절명운이라니요?
    더 오래오래 건강하게 현생을 누리시고
    다음생에서는 꼭 원글님의 임금님을 만나세요 !

  • 13. 댓글 주신 분들
    '25.2.9 10:31 PM (210.204.xxx.55)

    다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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