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엄청 바지런 떨며 살았어요.
걸음도 빠르고 말도 빠르고 잠시도 가만 있지 않고 어디가도 없는 일도 만들어하는 성격이에요.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안달복달 하는 유형입니다.
최근 몇 년 갱년기 전후로 양가 부모님들 번갈아 아프셔서 직접 간호하고 이후 제가 건강이 안좋아 아프고 설상가상 남편도 아파서 죽을 고비 넘겼어요.
주변 사람들이나 모임도 이유없이 또는 오해 아닌 오해로 1~2년사이 갑자기 다 없어졌구요.
그런 시기가 폭풍처럼 왔다가 지나가고 작년부터 조금 편안해 진것 같은데요..
제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것 같아요.
뭐랄까 모든일에 관심이 없어졌어요.
자동차로 치면 시동이 안걸린달까...
배우고 읽고 쓰고 이런것도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은 심드렁해요.
사람도 관심이 없어졌어요.
특정한 관계에 얽히지 않고 입에 곰팡이 피지 않는 스몰토크나 하는 정도의 어울림이면 충분해요.
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모임을 만들었어요.다들 아이들도 독립시키고 부모님도 보내드려서 너무 홀가분한 상태죠.
저는 아직 양가 부모님들 계셔서 격주로 돌아가며 들여다보고 음식 해가고 공부하는 아이가 집에 있어서 끼니 챙겨주고 수험생도 있긴합니다.
암튼 친구들이 같이 뭘 배우기도 하고 여행도 가고 봉사도 하고 일도 만들어보자고 불러서 나가는데, 나가면 심심하지는 않고 좋은데 딱 거기까지에요.
전에는 제가 아이디어 뱅크였고 일도 앞서서 다 하곤 했는데 지금은 아무 생각도 의욕도 안생겨서 이 모임을 계속 나가야하나 고민중입니다.
머리속이 진공상태 같아요.
제가 아무리 힘들어도 눕거나 늦잠 자는 일이 없었는데 요즘은 일 없는 날은 10시 까지 누워서 이렇게 폰 하고 음악듣고 아무것도 안해요.
전에는 돈을 주고 시켜도 누워있지를 못했는데 지금은 그냥 아무 생각없이 뒹굴이 하는게 좋네요. 편안해요.
저 어디가 고장일까요?
너무 달라진 저 스스로가 낯선데 편하네요.
계속 이렇게 지내면 안되겠죠?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