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애는 이제 곧 초 고학년되요.
제 기대와는 다르게 책 안좋아하더라고요.
제가 아이를 아주 늦게 낳았는데
제 주변에 친구 아이들부터, 조카들까지 공부 잘하는 애들은 다 책 좋아했고
책 좋아했던 애들이 다 공부 잘했답니다.
저는 그런거 다 봤으니까 진짜 진짜 내 자식한테 다른건 못해줘도 책 좋아하는 애로 키워야 겠다.
(이것도 책 있는거 아세요? ㅋㅋㅋ 책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방법서 ㅋㅋ)
제가 읽었네요 그런건 열심히 ㅋㅋ
저는 학창시절때 공부 잘하지 못했고요. (근데 열심히는 했죠. 우직하게. 등교도 성실히 하고, 숙제도 열심히 하고)
근데 아이 태어나고 집에서 책 한권 제대로 읽은 적 없네요. 부끄럽지만. 근데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정신머리도 없고.
애한테는 촛점책부터 시작해서 아기 신문지 아세요? ㅋㅋ 바스락 소리나는 무의미한 장난감 같은거.. 그외 아기때부터 유명했던 전집, 유아때꺼, 한글 막 깨우칠때쯤거랑,
그림 위주로 된거, 글밥 점점 늘어나는거, 수학머리 길러주는거, 명작동화, 전래동화, 인성동화
킨*랜드, 프뢰*, 웅진*니어, *백과, *람 등등...
애가 반항 없는 3살때까지는 그래도 제가 앉혀놓으면 제가 읽어주는거 좋아하고 오!!!! 하면서 감탄도 하고 웃기도 하고.
이야기 이어서 더해달라하고.
정말 그때까지는 너무나 사랑스러웠어요.
근데 한글 알고나서부터는 오히려 책을 안좋아하네요.
초1때 저한테 대드네요.
아침에 바쁘게 준비해서 학교가고, 학교끝나고 태권도 가고.
집에 오면 밥먹고 씻고 책이 머릿속에 안들어온다.
이러길래 한대 맞은듯 입벌리고. 맞네.. 그래버렸네요.
저도 일어나기 싫은거 억지로 일어나서 아침에 애 깨우고 밥해먹이고
저 씻고 화장하고 짧게 집안일하고
출근하고
퇴근하고 저녁밥차리고 하면
책은 커녕 82도 들어오기 귀찮아요. 핸폰 보면 눈이 시려서 피곤해서 잠들어요.
애 말도 맞길래 그러네~~
하고
그래도 책 읽게 하고 싶은 마음을 포기 못해서
재밌다는 전래동화 전집 사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척 하면서 동화 얘기하면서 어떤때는 읽어주기도 하고
애가 좋아하는 게임 (마인크래프트, 포켓몬) 관련 책도 사서 보여주고
애가 맨날 저녁때마다 보면서 배꼽잡는 유튜브 (흔*남매) 책도 진짜 힘들게 도서관에서 구해다 보여주고
어느날은 전*당 읽고 싶다해서 그것도 도서관
저희 동네 도서관은 애기들이 많아 빌리기 힘들어서 일부러 같은 시 먼 도서관가서 빌려다주고
아이 데리고 도서관도 들락날락.
근데 안좋아해요 ㅋㅋㅋㅋㅋㅋ
인정할 수 밖에 없어요.
저희 애 공부 싫어하고 책 싫어하고 읽는거 싫어하네요
남편은 아무 생각 없어요.
난 얘 나이때 곤충 잡으러 다녔다
애들하고 농구했다, 피구했다.
(뭔 소린지.)
근데 오늘 아이랑, 남편이랑 먼저 시댁 시골에 내려간 김에
제가 새벽부터 벌떡 일어나 집청소를 하는데 말이죠.
책 정리를 안하면 도저히 답이 없는거에요.
좁은 집구석에 애 전집만 10종이 넘게 있으니
애 방에, 서재방 책장에, 안방에
심지어 옷장 안쪽에 노끈으로 묶어둔 유아전집 등등..
저 오늘 뭐에 홀린듯이
이 책들 다 버렸어요
눈은 펑펑 쏟아지는데, 집에 수레도 없이 ㅋㅋ
박스에 담고 끈에 묶어서 눈 펑펑 맞아가면서
몇번을 오며가며
다 갖다 버렸어요.
당근할 수도 있고 아파트 나눔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동네가 워낙 외져서 당근해봤자 우리 동네고,
여기 애 많이 키우는 동네라 책 나눔 , 저 아니어도 많고
사용감이 있니 없니 뒷말 나오는거 봤어서
그냥 막 버렸어요.
어차피 사용감도 많고 애가 낙서한 것도 있고
제가 중고로 산것도 있어서 (변명 주절주절 &^^;;_
근데 안입는 옷 갖다버릴때는 속이 다 후련하던데
아이 책 갖다버리는데 왜 속이 이렇게 죄책감 느껴지고 무거울까요???
앞으로 읽을수도 있을텐데 한번은 펴볼수도 있을텐데 이런 생각인지 ㅋㅋ
아니면 다른것도 아니고 멀쩡한 책을 이래 버리나 하는 그런 마음인지.
암튼 왔다갔다 하면서 많이많이 버렸어요.
어차피 저희 애는 책 버린지도 모를거에요.
오히려 집 깨끗해졌다고 좋아할듯요.
저의 이 속상하고 알수없는 헛헛한 기분은 뭘까요.
잘했다고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