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 4050, 아이들 10대후반입니다. 아들이구요.
좀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성인자녀도 있지요.
이번 폭동에서 10대후반 20대초반의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착잡했어요. 저희도 꽤 진보적인 사람들이고 아이들도 그렇게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던 초등정도까진 몰랐는데 중학교를 가면서 또래집단의 분위기와 사회의 영향을 더 크게 받더군요. 실제로 또래 여자아이들에게 억울한 일을 당하면서는 더더욱 여자에 대한 반감에 페미 운운, 남자아이들이 말하는 일베성향의 말같은 거 웃으며 따라하고요. 남자 중학생들의 문화가 여기로 모이는구나 싶었죠.
확실히 선을 그었습니다.
일베, 디씨 들어가지 말아라.
그런 말하는 친구들과 멀리해라.
서로 맘에 안 드는 거 있어도 결국 여자남자가 어울려 살아야하는 세상이다. 잘 지낼 때 더 서로에게 좋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그냥 명령조로 했다면 사춘기 아이는 부모에 대한 반발심으로 더 저쪽으로 갈거란 생각이 들었고 최대한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조곤조곤 논리로 따지기 시작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나 인터넷 커뮤의 글도 아이가 이렇게 따지고 읽어야한다는 걸 가르치기 위해서요. 부모의 태도에 반발심이 안 들어야 설득력이 있겠죠.
그러면서 아이는 사안들을 조금씩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을 스스로 했고 그 과정에서 많이 외로워했습니다. 학교에서 일베성향의 친구들을 뭘 모르지만 목소리는 크기 때문에 듣고 있음 괴롭다고 했습니다. 거기에 반대되는 말을 하기가 어려운 게 또래문화의 현실이구요.
고등학교에 가면서 아이들이 입시에 바빠서 많이 조용해진 것 같지만 이 시기는 오히려 더 조심해야할 시기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부모도 공부공부 외는 시기이고 아이들도 압박감을 많이 느끼죠. 그러면서 부모가 말로는 온갖 파쇼적인 행태를 비판하면서 실제로는 아이들한테 인서울해야된다고 닥달하고, 공부 아니면 다 쓸데없는 거 취급하고... 이런 태도를 보이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싶어요. 우리 부모는 말로는 엘리트 비판하면서 나보고는 엘리트되는 것만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는 것처럼 군다면 이율배반적이라 설득력이 없겠죠.
그래서 저는 내 안의 엘리트주의, 주류중심적 사고, 돈에 대한 욕망 등등을 돌아보려 많이 노력합니다. 누구나 내 자식 남보다 잘되고 내 돈 남보다 많고 내 집값 오르고... 이런 욕망이 있지만 그래도 자꾸 성찰하고 아이들에게도 주류가 아니어도 네 자체로 괜찮다는 태도를 보여야 아이들이 파시즘적인 사고에 안 빠지지 않을까요?
다행히 저희 아이들은 저의 성찰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공부를 못해요...........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