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에 대해 내가 들은 반응 중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할 거면 제대로 하지”였다. 피 흘려 민주주의를 얻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진보·보수를 떠나 군사독재만은 허용하지 않으리라고 나는 철석같이 믿었다. 그런데 강압적 질서에 대한 소망이 여전히, 다시금 고개를 드는 것에 나는 소스라쳤다. 지난 대선 때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명태균씨가 “대구·경북에서는 보수 후보 이미지를 각인시켜”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게 헛소리가 아니었음을 비로소 알았다. 계엄 이후 매일 공포스럽게 우리 안의 극우 정서를 실감한다.
나라가 결딴나든 말든 내 잇속 챙기기에만 충실한 내란 동조세력이 해낸 일이 바로 이런 것이다. ‘탄핵을 남발한 민주당은 잘했냐’며 계엄을 합리화하고 ‘이재명도 구속하고 시작하라’며 대통령 구속이 부당하다고 항변하면서 법치가 실종되고 나라가 극우에 잡아먹힐 위험을 함께 키웠다. ‘반 이재명 정서’를 자극해 정당 지지율 끌어올리기에 급급한 동안 내전을 방불케 할 분열을 만들었다. 탄핵심판이 나와도 승복하지 않거나, 집회가 과열돼도 약탈은 없다는 안도감마저 실종될 판이다. 이 사악한 사리사욕을 용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