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추석, 구정때 시골에 가서 쌀을 가져와요.
항상 추수 끝난 논 볼 때마다 궁금한게 있었어요.
낫으로 추수하는 시대는 옛날 얘기고
요즘은 콤바인인가 하는 농기계로
추수와 동시에 탈곡까지 한다고 하던데
그럼 이젠 이삭같은게 안 떨어지는건가
아님 굳이 안 줍고 다 버리는건가 늘 궁금했어요.
오늘 다녀왔는데 농사지어주시는 분에게 여쭤봐야지 했더니
남편이 창피하니 물어보지 말라고 ㅋㅋㅋㅋ
그래도 꿋꿋이 여쭤봤는데 대답이 너무 놀라웠어요.
낫으로 벨때는 이삭으로 떨어져서 주울 수 있었는데
기계로 추수하면 낟알처럼 떨어져 줍기 힘들다면서
이젠 아무도 안 줍는대요.
그래서 제가 힘들게 농사 지으신건데
아깝지 않으시냐고 여쭤보니
그냥 놔두고 철새들 먹이라고 정부에서 지원금을
준다네요 ㄷㄷㄷ
구역마다 돌아가면서 지급한다던가 뭐 그랬는데
얼추 계산하면 일년에 백만원 정도 받으신다는 얘기 듣고
우리나라가 이정도로 잘 사는 나라가 됐구나
새삼 느꼈어요.
설명해주신 분도 추수 끝나고 나면 온갖 철새에
청동오리떼까지 새카맣게 몰려들어
실컷 먹고 가니 새들도 좋고 우리도 편하고 돈도 나와서
좋다고 하시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놀랍더라구요
쌀이 남아돌고 철새들 먹이라고 떨어진 낟알까지
보상해주는 경제규모와 사회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뜬금없이 계엄이라니 다시 한번 기가 막히더군요.
국민들 대부분이 문맹에 무학력 무지랭이들이고
먹고 살것 없는 처지에도 불구하고 내란 내전을
밥 먹듯 하는 나라에서나 하는게 계엄 아닌가요.
청동오리만도 못한 삶은 소대가리 같은 종자 때문에
심한 몸살을 앓고 있는 우리나라가
새삼 안쓰럽게 느껴진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