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최초 선결제는 1898년 11월 만민공동회 대규모 집회

... 조회수 : 1,566
작성일 : 2025-01-17 20:31:25

https://m.facebook.com/story.php?story_fbid=9278248958899721&id=10000144128923...

(자부심 가집시다. 만민공동회 집회는 최초의 촛불집회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린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DNA가 있나봐요)

 

이번 12.3 내란 사태 국면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선결제 응원' 문화죠. 시위에 참가하는 시민들을 위해 커피나 핫팩, 간단한 식사류 등 다양한 물품을 대량으로 선결제해서 시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나눔 문화였죠.  

이걸 두고 2024년에 등장한 새로운 시위 트렌드, 라고 이야기했던 사람들이 많습니다. 세계적으로도 볼 수 없는 현상이라고도 했죠. 오죽하면 보수우파에서도 이런 현상을 보고 부러웠는지 선결제 비슷한 걸 시도했다고도 합니다. 컵라면 1천명 분을 선결제했다고 하던가요, 뭐 결제 직후 10분 만에 도로 취소했더라는 이야기도 들려오지만요.

그런데 사실 이게 갑자기 나타난 최신의 트렌드 같은 게 아닙니다. 우리가 잊고 있어서 그렇지, 사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아주 유구한 나눔의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사람들이 민주주의라는 말 자체조차 생소하던 시절, 공화국은커녕 아직 '황제'라는 존재가 버젓이 통치하고 있던 시절부터 형성되었던 전통이죠.
바로 1898년 11월, 만민공동회의 대규모 집회때부터입니다.

 

간단하게 배경만 짚고 넘어갑시다. 같은 해 10월의 관민공동회를 통해서 헌의 6조가 나오고, 이걸 바탕으로 최초의 의회인 '중추원'을 설립하기로 결정합니다. 하지만 당시 수구 관료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크게 경계했고, 결국 고종을 부추겨서 "독립협회가 황제를 폐하고 공화정을 세우려 한다"는 참언으로 독립협회 주요간부 17인을 전격 체포, 구속하는 사태가 벌어집니다. 

만민공동회는 이런 정변에 대응해서 간부들을 즉시 석방하고 약속했던 헌의 6조를 하루속히 시행하라는 요구안을 들고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게 되죠. 이 집회는 여러 날에 걸쳐서 철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걸 해산하려고 군대나 경찰을 동원하려는 시도도 있었지만, 이에 대응하는 당시 '시민'들의 발언이 예술입니다. 

 

"너희는 인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라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고용한 자들인데 어찌하여 인민에게 총칼을 들이대느냐?“

이런 시위의 와중에 탄생한 것이 바로 선결제 문화였습니다. 비록 만민공동회의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이들의 '충군애국'하는 마음에 감화되어 다양한 도움의 손길을 보내는 시민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이죠. 

 

"내 이름은 말할 것도 없지만, 협회원들이 충애하는 마음으로 밤을 새는 것을 보노라니 내 마음이 아프다. 장국밥 300그릇을 보내니 이걸로 추위라도 달래달라.“

황성신문 11월 8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바로 이 날 각 외국어학교 및 배재학당 학도들도 시위 대열에 참여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는 시위대를 대상으로 발포 명령을 받은 병사들 가운데 몇몇이 명령을 거부하고 군복을 벗어던진 채 도주해버리는 일까지도 벌어집니다.

 

그 뒤로도 '선결제'는 이어집니다. 어느 노파가 돈 2원을 내면서 말하기를, 자기 수중에 지금 3원이 있는데 이 중 1원은 협회원들이 마실 만한 신선한 물을 사 왔고 나머지 2원을 드리니 국가를 위해 충성을 멈추지 말아달라고 당부합니다. 영남 지방 유생들이 돈을 모아서 기부하기도 하고, 콩나물 장사 하던 여인이 하루 동안 콩나물 판 돈을 협회에 기부하기도 하죠. 장작을 파는 장수는 자신이 갖고 있던 10원어치의 장작을 기부해서 철야로 시위하는 만민공동회원들이 밤새 찬 기운이라도 덥힐 수 있도록 모닥불을 지피라고 당부합니다.

이런 식으로 각종 물품을 사서 후원하거나, 혹은 돈을 직접 보내거나 하는 등의 도움은 농성 기간 내내 이어집니다. 황성신문이나 독립신문, 제국신문과 같은 당시 언론들은 이런 상황을 매일 보도하면서 사람들이 시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력에 더욱 불을 지폈고요. 

이와 같은 일련의 노력들이 빛을 보게 되어 결국 고종은 기존의 입장을 철회하고 독립협회 간부 전원을 석방하면서 헌의 6조 시행을 약속하게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그저 평화적이지만은 않았고, 우리가 교과서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황국협회와의 무력 충돌도 거쳐야 했었죠. 이 과정에서 한 사람이 사망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무명의 의인이었던 그는 훗날 신기료장수 김덕구임이 뒤늦게 밝혀졌고, 모든 사태가 정리된 12월 초에는 그를 기리는 노제가 한성 시내에서 대단위로 벌어지게 됩니다. 한국 역사 최초의 '민주열사'가 탄생하는 순간이었죠.

 

이처럼 선결제 문화는 사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 속 가장 깊숙한 곳에 뿌리박혀 있는 전통입니다. 오랜 기간 우리가 그걸 잊고 지냈을 뿐이죠. 올바른 일을 하는 이들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나 또한 그걸 통해서 그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이처럼 뜻이 모이는 곳에 길이 생기는 법입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그런 과정을 통해서 발전해온 겁니다. 1960년의 4.19, 1980년의 5.18, 1987년의 6.10, 2024년 12.3, 그 이전에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면 1898년 11월의 그 날들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많은 분들이 잊은 채 살고 있지만요. 

 

기억에서는 잊었지만 마음은 기억하고 있는 그것, 그게 바로 100년을 넘는 역사 속에 뿌리를 둔 선결제 응원 문화였던 거죠.

IP : 118.235.xxx.102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1.17 8:34 PM (123.214.xxx.120)

    유전자가 기억하고 있나봐요.
    정말 감사합니다.

  • 2. .....
    '25.1.17 8:36 PM (122.36.xxx.234)

    좋은 글 고맙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 배우네요.

  • 3. ㅇㄴㅇ
    '25.1.17 8:37 PM (118.243.xxx.186)

    어머..원글님 감사해요
    저 이 글 카톡방에서 보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퇴실을 해서..
    다시 들어가도 그 글을 볼수가 없어서 아쉬워 했었어요
    그 글 다시 올려달라고 하기도 뭐해서 혼자서 아쉬워 했었는데
    역시 82 입니다
    감사해요

  • 4. 우리민족은
    '25.1.17 8:39 PM (115.164.xxx.216)

    죽은자가 산자를 사리는 민족인거 같아요.
    너무나 감동입니다.

  • 5. 좋은 글
    '25.1.17 8:40 PM (114.203.xxx.133)

    감동이에요
    우리 국민 멋지고
    대한민국 자랑스러워요

  • 6. ..
    '25.1.17 8:40 PM (211.251.xxx.199)

    옴마나 세상에
    그 머언 조상님들이 선결제를 선문화로 행해주신거군요

  • 7. 와우~
    '25.1.17 8:48 PM (218.147.xxx.249) - 삭제된댓글

    장국밥 300그릇이..1원은 협회원들이 마실 만한 신선한 물이..나머지 2원을 드리니 국가를 위해..콩나물 판 돈을 협회에 기부..자신이 갖고 있던 10원어치의 장작을..이런 식으로 각종 물품을 사서 후원하거나, 혹은 돈을 직접 보내거나 하는 등의 도움은 농성 기간 내내 이어집니다.

    이것이 오늘 날..
    김밥으로..샌드위치로..어묵으로 떡볶이로..커피로..후원금으로..핫팩으로..담요로..난방버스로..에너지바 간식으로..기타 등등등.. 으로..

    이런 국민을 갖은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정치 너네 잘해라.. 우리 국민들 귀한 줄 알고..!!

  • 8. 좋은글
    '25.1.17 8:56 PM (223.38.xxx.42)

    정말 잘 읽었습니다.
    자랑스런 선조님들 유전자 덕분이네요.
    감사해요.
    82 최고!!!

  • 9. 와우~
    '25.1.17 8:56 PM (218.147.xxx.249)

    "장국밥 300그릇이..1원은 협회원들이 마실 만한 신선한 물이..나머지 2원을 드리니 국가를 위해..콩나물 판 돈을 협회에 기부..자신이 갖고 있던 10원어치의 장작을..이런 식으로 각종 물품을 사서 후원하거나, 혹은 돈을 직접 보내거나 하는 등의 도움은 농성 기간 내내 이어집니다."

    이것이 오늘 날..
    김밥으로..샌드위치로..어묵으로 떡볶이로..커피로..후원금으로..핫팩으로..담요로..난방버스로..에너지바 간식으로..기타 등등등.. 으로..

    "시위대를 대상으로 발포 명령을 받은 병사들 가운데 몇몇이 명령을 거부하고 군복을 벗어던진 채 도주해버리는 일까지도 벌어집니다."

    역시 DNA~!!!

    이런 국민을 갖은 나라가 또 어디 있을까??
    정치 너네 잘해라.. 우리 국민들 귀한 줄 알고..!!

  • 10. 이리 멋진 민족
    '25.1.17 9:00 PM (123.111.xxx.222)

    우리에게 이리 멋진 유전자가 있군요.
    자랑스럽습니다.

  • 11. 좋은글
    '25.1.17 9:02 PM (49.168.xxx.85)

    이런글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 12. 역시
    '25.1.17 9:12 PM (180.68.xxx.158)

    유전자의 힘은 세네요.
    감사합니다.
    조상님들~

  • 13. 신기해라
    '25.1.17 10:40 PM (61.105.xxx.165)

    지금하고 똑같네요.

  • 14. ㄴㄱㄷ
    '25.1.18 4:59 PM (124.50.xxx.140)

    와 멋지네요.
    좋은 글 감사해요.

  • 15. ㄴㄱㄷ
    '25.1.18 5:00 PM (124.50.xxx.140)

    이런 자랑스런 조상들의 전통은 널리 소문 내야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6565 여행자보험 어디거 들으시나요? 6 지혜 2025/02/21 982
1686564 서울 재활의학과 잘하는곳 추천해주세요 1 미미 2025/02/21 341
1686563 부딪힌 곳 통증에 냉찜질이 맞나요 4 2025/02/21 534
1686562 90대 할머니 성폭력 때 저항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 25 음.. 2025/02/21 7,660
1686561 나쁜남자에게 끌리는 심리 2 ㄴㄴ 2025/02/21 1,185
1686560 요즘은 좋아하는 노래들 들으려면 월결제 방법뿐인가요? 9 세월 2025/02/21 719
1686559 근데 결혼때 해가는건 직업, 수입에 따라 다르지 않나요? 5 2025/02/21 894
1686558 신ㅎ은행 이 은행치고 연봉이 젤 높나요? 13 얼마지 2025/02/21 2,495
1686557 호프집 아르바이트 어떨까요? 6 ..... .. 2025/02/21 895
1686556 달면 삼키고 쓰면 바로 뱉는 사람 2 2025/02/21 959
1686555 사주에 물이 많은 사람 특징 15 00 2025/02/21 3,888
1686554 화장실 누수 천정교체 하려는데 타일 공사 1 ..... 2025/02/21 574
1686553 서울시청 근처 사주나 타로 추천해주세요 키토 2025/02/21 166
1686552 돈 아껴쓰는 사람들 욕하는 심리는 뭔가요? 7 ddd 2025/02/21 1,917
1686551 인천대는 어떤 학교인가요? 15 ㅇㅇ 2025/02/21 2,434
1686550 요즘은 결혼할때 반반인가요 31 아침 2025/02/21 2,139
1686549 이직이 현명한 걸까요? 남는게 나을까요 11 현명 2025/02/21 900
1686548 예비사위가 7억 전세 해오면 어느정도 해줘야 하나요? 41 그럼 2025/02/21 5,870
1686547 김건희 마약 연루설이 있던데 왜 조사 안하나요? 8 ㅇㅇ 2025/02/21 1,994
1686546 인덕션과 하이라이트 9 궁금이 2025/02/21 1,103
1686545 오늘 비행기타야하는데 8 ㅠㅠ 2025/02/21 1,653
1686544 가슴이 조일듯 아프고 숨쉬기가 힘든데 심장 어떤 검사를 받아야할.. 10 .... 2025/02/21 1,582
1686543 갤럽_ 국힘 34%, 민주당 40%, 무당(無黨)층 18% 15 ... 2025/02/21 1,176
1686542 비만인 운동 추천 부탁드립니다 7 .. 2025/02/21 882
1686541 다이어트가 잘 안되는 체질도 있어요 30 ... 2025/02/21 2,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