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옛생각

... 조회수 : 1,405
작성일 : 2025-01-17 01:23:32

예전에 미묘한 기류가 있던 동갑 남자와 둘이서 술을 마신 적이 있어요.

우리의 처음이자 마지막 술자리였죠. 

제가 벽을 등진 자리에 앉았고 이 남자는 제 맞은편 자리에 앉아서 둘이 술을 마셨어요. 

한데 화장실에 갔다 와 보니까 이 남자가 벽을 등진 제 자리에 앉아 있는 거예요.

응? 

저는 당황해서 왜 제 자리에 앉아 계시냐고 했더니 

이 남자가 원래 여기가 내 자리 맞다는 거예요. 

거짓말 하는 거죠? 했더니 많이 취했냐고 대답했어요. 

엥? 에엥? 

어리둥절해서 내가 진짜 취했나 싶어서 그냥 맞은편 자리에 걸터앉았죠.

이번엔 남자가 화장실에 갔어요. 

그런데 기다리는 잠깐 동안 제 머릿속에 뭐가 반짝했고 원래의 제 자리인 벽을 등진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어요. 

남자가 돌아와서 저를 보고 당황하더라고요. 

자리가 왜... 하는 남자의 말에 전 시침 뚝 떼고,

뭐가요? 많이 취하셨나요? 했고요. 

그러고 둘이 실실 웃으면서 술을 마셨네요.  

 

거기서 술자리를 파했으면 좋았을 것을...

그 뒤 집에 가겠다는 말을 뒤집고 2차를 갔다가

2차 술집에서 일어난 일로 우리 사이는 파국으로 치닫고 미묘한 기류는 아주 혼란스럽게 끝나고 말았네요. 

10년 전의 이야기. 

요즘 그 인연이 자꾸 생각나는데 오늘은 그 남자가 너무 보고 싶네요. 

순진한 아이 같은 인상이었는데 알고 보니 거침없이 하이킥의 까칠이 이민용 선생처럼 한 마디도 안 지던 그 남자가. 

 

IP : 221.162.xxx.37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1.17 1:27 AM (59.19.xxx.187)

    재밌어요
    2차 술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파국으로 치달았는지 얘기해 주세요 ㅎ

  • 2. 아니아니
    '25.1.17 1:30 AM (211.234.xxx.168) - 삭제된댓글

    2차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 3. ㄴㄴ
    '25.1.17 1:37 AM (122.203.xxx.243)

    2차에서 술 진탕 미시고 원나잇 했다는거죠?
    남녀가 같이 술마시면 뭔일이 꼭 생기죠

  • 4. 그린티
    '25.1.17 1:40 AM (112.171.xxx.25) - 삭제된댓글

    글을 참 잘 쓰셔서
    한편의 영화를 본것 같네요
    표현은 파국이라고 하셨지만
    어쩌면 평생 잊을수 없는 추억이실듯
    살다가 다시 만난다면 재회장면은
    아델의 When we were young 노래의 가사처럼
    될것 같아요
    노랫알과는 반대로 해피엔딩이 되시길 바래요

    저는 태연이 부른 버전이 더 좋더라구요

    https://youtu.be/J3d5OkPxER4?si=TwohJ4NfEFyNBC5B

  • 5.
    '25.1.17 1:45 AM (223.38.xxx.146)

    원글님, 그런 남자가 왜 보고 싶어진 겁니까. 으윽.
    그냥 찍어 보자면, 원글님 문과 아니죠? ㅎㅎ
    왜 이렇게 질문하느냐면… 극 문과를 나온 저는 저런 놈들을 아주 한 트럭 알고 있거든요. 얼굴은 순하게 생겼거나 순진하게 생겼거나
    샌님 같거나 착한 교회 오빠 같거나 하여간 경계심 별로 안 들게 생겨 가지고

    처음엔 말이 잘 통하는 줄 알았는데
    말을 하면 할수록 자가당착에 빠져 가지고는
    문과 특성상 나불나불을 잘 해서 그게 말발인 줄 알고 ㅠㅠ ㅋㅋ 궤변만 늘어놓던 녀석들…
    그러다 내 논리에 발리면 벌컥 하거나
    얼굴 빨개져서 끝까지 우기거나 하던 녀석들.
    그나마 아, 내가 좀 잘못 말한 거 같아 라고 인정하는 사람들은 양반이었어요. 극히 드물어서 문제지.

    덜 자란 남자애들의 못난 특성일지도 모르지만(즉 철이 들면 나아지는 걸지도…)
    그 애들보다 똑똑하고, 궤변과 논리를 구분하고, 누군가를 왜 꼭 바득바득 이겨야 하는지 모르겠는 많은 문과녀들에게 남자에 대한 환멸을 안겨 주던 녀석들 ㅋㅋㅋㅋ 하…

    만약 원글님이 문과라면

    반전.

    어쨌든 저는 그래서
    작가 김영하 급 아니면
    어지간하면 그냥 말이 좀 덜 통해도 곰돌이 같은 착한 공대남이 낫다~ 는
    편협한 결론에 이르렀답니다.
    뭐, 사실 중요한 건 문과인지 이과인지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선량한 사람인가이지만.


    죄송해요, 추억 얘기하는데 딴소리만 잔뜩 해서 ㅋㅋ

    근데 사실 원글님도 제가 무슨 얘기 하는지 알 것 같지 말입니다~

  • 6.
    '25.1.17 1:48 AM (223.38.xxx.146)

    원나잇 전혀 아닐 거 같은데요.
    제가 보기엔
    누군가 본의 아니게 상대방 약을 올리게 됐거나 열을 받게 했거나 하고
    작은 불씨가 생각보다 커져서
    크게 말다툼을 했거나
    말다툼까진 아니어도 서로 어이없어 하거나… 그러면서 자리가 파했을 거 같아요.

  • 7. ㅇㅇ
    '25.1.17 2:20 AM (223.62.xxx.35)

    저도 으님 의견에 한표요. 공대남 결론까지 구구절절 공감합니다
    좋은 추억이 아니라 개쌉소리남인데 ㅠㅠ
    오랜 세월이 흘러 기억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왜곡되신듯

  • 8. ㅇㅇ
    '25.1.17 2:22 AM (223.62.xxx.190)

    솔직히 저는 작가 김영하도 으님이 말하는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해요
    옛날에 어디 프로에서 순해보이던 남자 지망생한테 엄청 꼽주던 모습 보고 큰 실망을 ㅠㅠ

  • 9.
    '25.1.17 10:03 AM (49.163.xxx.3)

    원글도 댓글도 너무 재밌어요. 이런 분들과 만나 술한잔 하면서 수다떨고 싶네요.

  • 10. 나무
    '25.1.17 10:16 AM (147.6.xxx.22)

    2차 얘기도 안해주시고...ㅠㅠㅠ

    원나잇이라도 하셨나요?

  • 11. 쓸개코
    '25.1.17 11:41 AM (175.194.xxx.121)

    2차에서 싸우셨나본데.. 얘기를 더 해주셔야죠.

  • 12. ...
    '25.1.17 8:25 PM (221.162.xxx.37) - 삭제된댓글

    반전인데요... 제가 술 마시고 꽐라 돼서 사고쳤어요ㅠㅠ
    자세히 말하기엔 너무 창피한데 그 즈음 저한테 멘탈 문제가 있었는데 술 많이 마시고 그게 발동...
    화장실에서 마주친 그 술집의 다른 남자분에서 불똥이 튀어서 그분을 팼어요ㅠㅠㅋ
    그러고 전 기억도 못했는데, 그 뒤로 남자가 저한테 왕년에 남자 싸대기 좀 갈겨봤을 것 같다며 틈틈이 갈구면서 선 긋더라고요.
    뜬금없이 누구 닮았다고 둘이 잘 맞을 거 같다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빴거든요.
    알고보니 그 누구는 성적으로 세고 좀 여왕캐릭터 식으로 자유분방하기로 그쪽 동네에서 소문난 여자분이고ㅠㅠ;

    문과 여자도 저예요... 그분은 예체능계.
    제 젊은 날 너무 부끄럽네요ㅠㅠ

  • 13. 개망나니
    '25.1.17 8:28 PM (221.162.xxx.37)

    반전인데요... 제가 술 마시고 꽐라 돼서 사고쳤어요ㅠㅠ
    자세히 말하기엔 너무 창피한데 그 즈음 저한테 멘탈 문제가 있었는데 술 많이 마시고 그게 발동...
    화장실에서 마주친 그 술집의 다른 남자분한테 불똥이 튀어서 제가 그분을 팼어요ㅠㅠㅋ
    그러고서 기억도 못했는데, 그 뒤로 남자가 저한테 선 긋더라구요.
    왕년에 남자 싸다구 좀 갈겨봤을 것 같다는 둥 틈틈이 갈구면서...
    뜬금없이 누구 닮았다며 둘이 잘 맞을 거 같다는 말을 던지는데 묘하게 기분이 나빴거든요.
    알고 보니 그 누구는 성적으로 세고 여왕캐릭터 식으로 자유분방하기로 그 동네에서 소문이 있는 여자분이고ㅠㅠ;

    문과 여자도 저예요... 그분은 예체능계.
    제 젊은 날 너무 부끄럽네요ㅠㅠ
    망나니 반전 죄송ㅠㅠ

  • 14. 쓸개코
    '25.1.17 11:12 PM (175.194.xxx.121)

    ㅎㅎㅎㅎㅎㅎㅎㅎ 원글님 사고 크게 치셨네요.
    생각지도 못한 반전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90096 분당은 왜 갑자기 오르죠? 10 ........ 2025/03/06 5,787
1690095 명태균 TV 유튜브 채널 열어서 12 ........ 2025/03/06 3,930
1690094 기독교... 3 .... 2025/03/06 1,064
1690093 노후에는 제주도에 예쁜 독채 펜션 지어서 살고싶었어요 7 lll 2025/03/06 3,620
1690092 중학생아들- 새로운 반에 친한친구가 한명도 없어 너무 우울하대요.. 25 ㅇㅇㅇ 2025/03/06 5,054
1690091 심 프렌드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경호빠아이러.. 2025/03/06 2,232
1690090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면 좋을지 단순하게 생각해보기로 했어요(f.. 34 심플 2025/03/06 3,386
1690089 고3 3 고3 2025/03/06 1,261
1690088 전세보증금 안줘서 경매진행중인데 3 ㅇㅇ 2025/03/06 3,016
1690087 학원 필요 없다는거 미인은 성형이 필요없죠 1 2025/03/06 1,968
1690086 박선원 : 오동운과 심우정의 OK목장에서의 결투 22 .. 2025/03/06 4,796
1690085 오룡차 잘 아시는 분 계시면... 2 냠냠 2025/03/06 892
1690084 오늘자 라디오스타 ㄷㄷㄷjpg 23 나문희.김영.. 2025/03/06 23,277
1690083 이재명 많이 성장했네요. 62 ... 2025/03/05 5,600
1690082 홍준표, 한동훈 겨냥 "당 이렇게 망쳐놓고…양심 있어야.. 7 ㅇㅇ 2025/03/05 2,009
1690081 돔형 스텐뚜껑을 잘 쓸까요? 6 돔형 2025/03/05 1,718
1690080 참나물 무침 잘하시는분 계시겠죠? 10 .. 2025/03/05 1,962
1690079 나 답답해 죽겠어요... 이런 남편.... 41 ... 2025/03/05 14,101
1690078 좋은 학원 좋은 샘 찾을 필요가 없어요 아이가 잘하면 19 비밀 2025/03/05 4,703
1690077 아들 덕분에 미역국 먹네요 7 111 2025/03/05 2,449
1690076 '끌어내라' 첫 폭로 전날 곽종근 육성 입수…"살려면 .. 22 .. 2025/03/05 5,822
1690075 누룽지 닭백숙 하는 방법 12 2025/03/05 2,523
1690074 정신과약 석달넘게 처방하면 보험 못넣을까요 3 자낙스요 2025/03/05 1,096
1690073 보험관리공단에서 전화 오나요 7 ., 2025/03/05 2,178
1690072 결정과당이나 액상과당이나 같은가요 1 ........ 2025/03/05 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