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좋은날에 자기자랑-내인생 똥과 함께.

ㅁㅁ 조회수 : 741
작성일 : 2025-01-15 16:46:59

아래에 네살 인도아기 기저귀글 보고 생각나서 찌끄려봅니다.

음슴체 양해부탁드립니다.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딱히 자랑할게 많은 인생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남한테 자랑할게 뭐있을까 떠올려보면 제일 먼제 떠오르는게 내손으로 직접 내 기저귀를 뗀거. 그야말로 인생최초의 업적으로 기억됨.

돌이 되기전 처음으로 말문이 트이던 때 내입에서 제일먼저 나온 말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똥이었다고 함.

물론 발음은 분명치않았을 것으로 생각됨.

지금도 신체감각이 피곤하게 예민하고 덥고 추운것에 취약한 한마디로 형편없은 신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태어날 당시부터 그랬던듯 싶음.

어렴풋한 기억속에 모친이 아기였던 나의 두 발을 들어올려 기저귀를 갈아주면 뭔가 쾌적하고 개운한 기분이 들었음. 일회용 기저귀가 없던 시절 천기저귀를 여미는 노란색 튜브고무줄의 매듭이 튕겨지던 경쾌한 소리도 기억남.

바닥을 기어다니는 정도밖에 못하던 내가 아랫도리의 묵지근함을 견디지못하고 내뱉는 똥이라는 단어에 모친은 즉시 달려와 기저귀를 갈아주었음. 

나는 응가를 할때마다 똥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변의를 느끼면 똥이라고 외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함. 모친은 기저귀 빨래가 줄어서 몹시 편했다고 하심.

결국 나는 똥이라고 외치며 기저귀를 스스로 걷어내는 경지에 이르렀고 그때가 무려 돌이 되기도 전이었음.

첫돌 즈음에 똥오줌을 모두 가리게 된 나는 갑갑한 기저귀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일찌감치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됨. 스스로 꽤 자랑할만한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입으로 해본적은 없는 그런 자랑, 여기서 한번 해봄.

이십수년이 지나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었음.

동물과 관련이 깊은 직업이라 수련기간 내내 직접 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했음. 상당한 덩치의 동물들이 온종일 똥을 싸지르는데 나는 새벽 6시반부터 저녁까지 그들의 똥을 치웠음. 종아리까지 오는 똥구덩이에 발이 빠지기도 했음. 그래도 사랑스러운 녀석들의 똥이라 행복했음. 행복한 한켠에서 어디선가 어렴풋한 못소리를 들은것 같음. 네 인생은 영원히 똥과 함께 할것이다.라고,

그것은 사실이었음. 이후로 고양이 여남은 마리를 수십년째 키우며 매일매일 똥을 치우고 있음. 회사에 가도 똥, 집에 와도 똥. 내밥은 굶어도 고양이 똥은 치워야 함. 그게 내 인생의 가장 루틴한 활동이 되었음. 내손으로 치운 고양이 똥을 일렬로 세우면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달까지는 못가겠지?

똥과의 나날이 평화롭게 흘러가던 어느날 모친이 중병에 걸리셨음. 운좋게 가정호스피스를 선택할수 있었고 나와 모친의 마지막 반년은 다시 똥과 함께였음. 병으로 의식이 혼미한 모친은 ㅅㅅ와 ㅂㅂ 사이를 끝없이 오갔고 나는 관장약 사용법을 달인이 되었음. 아기였던 내가 싸질렀던 똥의 총량과 비슷한 양의 변을 내손으로 처리하고 나자 모친은 나의 곁은 떠남. 내 인생의 마지막도 누군가에게 그일을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참.

아무튼 오늘도 내일도 나는 고양이 똥을 치워야 하고 심지어 잘쌌다고 칭찬도 해줘야 함.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음. 그냥 이상 똥과 함께한 나의 인생이었음.

 

 

 

 

 

IP : 211.62.xxx.21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충분히
    '25.1.15 5:14 PM (220.85.xxx.165)

    자랑하실 만한 일 맞습니다. 아주 똑똑이 아기셨네요. 우리 모두 가게 될 길인데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원글님 고냥이들과 함께 행복하세요.

  • 2. ㅁㅁ
    '25.1.15 8:00 PM (211.62.xxx.218)

    네 모두가 가게 될 길!
    말씀 감사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75033 초록마을 매장은 개인이 차리는건가요? 2 ... 2025/01/17 1,337
1675032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대응 평가. 63% 잘못하고 있다. 11 nbs 2025/01/17 1,695
1675031 이정도 부자는.. 뭘 해야하는거까요 4 골드 2025/01/17 2,256
1675030 밥을 안먹으면 두통이 와요 2 2025/01/17 918
1675029 진짜 나오면 부정선거 운운 하려고 밑밥 까는 듯...? 1 ㅋㅋ 2025/01/17 628
1675028 김민전 제명청원 안하신 분!!! 21 ... 2025/01/17 898
1675027 이꼴저꼴 보기 힘들어 그냥 죽고싶다면 6 u.. 2025/01/17 1,299
1675026 농협카드 저만 안되나요? 2 ㅇㅇ 2025/01/17 827
1675025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52%돌파...사실상 55%로 계속 상승 .. 64 ㅇㅇ 2025/01/17 8,358
1675024 밥하고나면 보온 70시간씩해서,,, 18 ··· 2025/01/17 3,828
1675023 요새 부모님 오래 사는거때문에 무서운 이야기 많이 들어요 12 솔직히 2025/01/17 4,711
1675022 서울에 어복쟁반 사올 식당 어디? 11 ..... 2025/01/17 1,161
1675021 루이바오, 큰나무 또 올라갔대요 14 .. 2025/01/17 2,859
1675020 민주당이 만든 지도 - 남북한 같은 칼라인데 강원 영남은 15 wanaka.. 2025/01/17 1,296
1675019 주민등록등본 옮겨도 되나요? 1 ㅇㅇ 2025/01/17 779
1675018 윤석렬이 이해된다는 사장님... 안 하는게 아니고 못 하는거라고.. 2 ******.. 2025/01/17 1,887
1675017 백화점글 보니 직원 무응대가 편해요 17 .. 2025/01/17 3,447
1675016 며칠 갈 줄 알았는데‥너무 빨리 계엄 해제 10 2025/01/17 2,985
1675015 이불 밖은 위험한거 맞나요? 9 ㅇㅇ 2025/01/17 1,899
1675014 김건희일가의 내란배후..김충식? 9 도른자들!!.. 2025/01/17 2,371
1675013 설마 봉지갈이 하는건 아니겠죠? 8 ··· 2025/01/17 1,964
1675012 이제는 홍상수 와이프도 이혼을 해줄수 밖에 없을거 같네요 60 이혼 2025/01/17 12,295
1675011 윤석열 변호인 부정선거얘기 꼭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 .. 2025/01/17 2,287
1675010 내남편이 감기보다 무서워?하는것은 1 .... 2025/01/17 1,291
1675009 김문수보다 이재명이 더나빠요 27 하하 2025/01/17 2,2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