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네살 인도아기 기저귀글 보고 생각나서 찌끄려봅니다.
음슴체 양해부탁드립니다.
50년 넘게 살아오면서 딱히 자랑할게 많은 인생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남한테 자랑할게 뭐있을까 떠올려보면 제일 먼제 떠오르는게 내손으로 직접 내 기저귀를 뗀거. 그야말로 인생최초의 업적으로 기억됨.
돌이 되기전 처음으로 말문이 트이던 때 내입에서 제일먼저 나온 말은 엄마도 아빠도 아닌 똥이었다고 함.
물론 발음은 분명치않았을 것으로 생각됨.
지금도 신체감각이 피곤하게 예민하고 덥고 추운것에 취약한 한마디로 형편없은 신체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태어날 당시부터 그랬던듯 싶음.
어렴풋한 기억속에 모친이 아기였던 나의 두 발을 들어올려 기저귀를 갈아주면 뭔가 쾌적하고 개운한 기분이 들었음. 일회용 기저귀가 없던 시절 천기저귀를 여미는 노란색 튜브고무줄의 매듭이 튕겨지던 경쾌한 소리도 기억남.
바닥을 기어다니는 정도밖에 못하던 내가 아랫도리의 묵지근함을 견디지못하고 내뱉는 똥이라는 단어에 모친은 즉시 달려와 기저귀를 갈아주었음.
나는 응가를 할때마다 똥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변의를 느끼면 똥이라고 외치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고 함. 모친은 기저귀 빨래가 줄어서 몹시 편했다고 하심.
결국 나는 똥이라고 외치며 기저귀를 스스로 걷어내는 경지에 이르렀고 그때가 무려 돌이 되기도 전이었음.
첫돌 즈음에 똥오줌을 모두 가리게 된 나는 갑갑한 기저귀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일찌감치 인간다운 삶을 누리게 됨. 스스로 꽤 자랑할만한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입으로 해본적은 없는 그런 자랑, 여기서 한번 해봄.
이십수년이 지나 나는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게 되었음.
동물과 관련이 깊은 직업이라 수련기간 내내 직접 동물들을 돌보는 일을 했음. 상당한 덩치의 동물들이 온종일 똥을 싸지르는데 나는 새벽 6시반부터 저녁까지 그들의 똥을 치웠음. 종아리까지 오는 똥구덩이에 발이 빠지기도 했음. 그래도 사랑스러운 녀석들의 똥이라 행복했음. 행복한 한켠에서 어디선가 어렴풋한 못소리를 들은것 같음. 네 인생은 영원히 똥과 함께 할것이다.라고,
그것은 사실이었음. 이후로 고양이 여남은 마리를 수십년째 키우며 매일매일 똥을 치우고 있음. 회사에 가도 똥, 집에 와도 똥. 내밥은 굶어도 고양이 똥은 치워야 함. 그게 내 인생의 가장 루틴한 활동이 되었음. 내손으로 치운 고양이 똥을 일렬로 세우면 어디까지 갈수 있을까? 달까지는 못가겠지?
똥과의 나날이 평화롭게 흘러가던 어느날 모친이 중병에 걸리셨음. 운좋게 가정호스피스를 선택할수 있었고 나와 모친의 마지막 반년은 다시 똥과 함께였음. 병으로 의식이 혼미한 모친은 ㅅㅅ와 ㅂㅂ 사이를 끝없이 오갔고 나는 관장약 사용법을 달인이 되었음. 아기였던 내가 싸질렀던 똥의 총량과 비슷한 양의 변을 내손으로 처리하고 나자 모친은 나의 곁은 떠남. 내 인생의 마지막도 누군가에게 그일을 맡기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참.
아무튼 오늘도 내일도 나는 고양이 똥을 치워야 하고 심지어 잘쌌다고 칭찬도 해줘야 함.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음. 그냥 이상 똥과 함께한 나의 인생이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