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살고 있지만 비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나아지기는커녕 끝없이 더 큰 혼란의 소용돌이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지난 한 달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내란을 일으킨 수괴에게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탄핵 소추 결의로 직무 정지를 시키기는 했지만, 이후 윤 대통령의 태도와 행보를 보고 있으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까지 하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그는 당당하기 그지없다. 경호인력들을 마치 자신의 사병처럼 부리면서 관저를 철옹성으로 만들었다. 자신을 마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핍박받는 영웅이라도 된 듯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
방어에만 몰두하는 것도 아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변호인단이나 SNS 등을 적극 활용해 틈틈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일종의 공격 무기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런 식으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생각보다 무능하지 않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는 권력도 능력도 오직 사익을 위해서만 쓰고 있다.
국민에게 총부리까지 겨눈 윤석열은 이미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 그의 무력시위를 무력하게 만들 확실한 묘책이 필요하다. 제발 야당과 수사기관들이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았으면 한다. 각자의 계산기는 잠시 내려놓고, 온 힘을 모아 그를 끌어내려야 할 때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완전히 속였고 배신했다. 명백한 내란죄다. 그런데 그는 절대 내려오지 않겠다며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동원해 자신의 안위를 지키고 있다. 이토록 치밀한 배신자를 계속 놔둔다면 역사는 바로 오늘을 그리고 우리를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길 수밖에 없다.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었을 때 한숨 돌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가 이 정도로 끝판왕일 줄은 몰랐다. 더 이상 그가 시간을 끌게 해서는 안 된다. 처벌받지 않을 거라고 탄핵당하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는 윤 대통령의 생각부터 파괴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 법을 전혀 지키지 않으며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검찰 총장 출신의 대통령은 탄핵으로 심판함이 마땅하다.
이런 와중에도 기가 막힌 뉴스가 있었다. 공수처 1차 체포를 시도하던 날 미상의 인물이 대통령 관저에서 개 산책을 시키는 모습이 한 유튜버의 카메라에 잡혔는데, 해당 유튜버는 그 인물이 김건희 여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대통령실은 해당 유튜버를 불법촬영 혐의로 고발했다. 해당 인물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상황에 누군가 태연하게 개를 산책시켰다면, 그건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그리고 그들에겐 단 1분 1초도 대한민국을 맡겨서는 안 된다.
이제는 분노를 넘어 모멸감까지 느껴진다. 진전이 되지 않는 상황을 보고 있는 것이 국민으로서 가장 참기 힘든 부분이다. 매일 뉴스를 수도 없이 확인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현대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지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 대통령을 보면서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된다. 절대 자리가 사람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격을 갖춘 자만이 그 자리에 앉을 때 사람다운 정치를 하게 되는 것이라 믿는다. 스스로의 장점과 한계를 명확히 아는 자, 그런 자가 마땅히 그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는 사람이다.
전 국민이 생방송으로 내란을 저지르는 광경을 보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추운 광장에서 울려 퍼지는 정의의 외침이 있다. 그들이 안쓰러워 각종 위문품과 간식으로 지원하는 따뜻한 국민들도 함께 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민의 편이길 거부한 이상, 우리 역시 당신의 편은 될 생각이 전혀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우리 국민들도 끝까지 간다. 부패하고 추악한 자의 권력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유정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