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사실로 결과는 이미 아는 것이지만 안다고 하기에는
그저 국사책에 한 줄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곳 이정도 알고 있는 정도면서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죠.
상대적으로 안중근 의사에 대해서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한국에 남아 있는
안의사 관련 유적지도 별로 없다보니 이름과 장소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그때 그 시대를 살았던
독립군들의 시각에서 그 곳을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영화적으로 말하면 스토리가 짜임새 있고
제가 처음으로 극본을 누가 썼는지 궁금하다고 생각하게 된영화였어요.
그 정도로 극본이 훌륭하다 생각하는데 이유는
안의사를 단지 민족의 원수, 적국의 우두머리를 사살한
내지는 소위 어떤 이들이 말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평화주이자이자 그 엄혹한 상황 하에서도 원칙을 생각하는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임을
보여주는 영화였어요.
그리고 영화가 한 점을 향해서 가는데 지루함이나 군더더기가 없었어요.
아쉬운 점은 주인공 현빈이 구현해 낸 안의사가 별로 캐릭터를 잘 살리지 못해서
현빈이 거기서 동동 떠 있는 느낌이라 아쉬웠어요.
그런 역사적 인물을 표현할 영화적 주인공의 얼굴로는 현빈이 어울렸는지 몰라도
캐릭터를 살리는데는 오히려 송중기가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의사 캐릭터가 좀 밍밍하게 느껴졌어요. 부드러운 가운데 정신적으로는 강하고 성숙한
카리스마로 사람으로서 멋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런 인물로 살리기에는
어려운 상황에서 말투도 말의 높낮이도 말의 끝처리도 눈길도 행동도 그렇게 느껴지진 않았어요.
차라리 거기서 먼저 죽는 어떤 이가 있는데 그 인물이 훨씬 더 당시의 남자상, 더구나 독립군으로
살다간 저런 남자가 있을 법하다 싶게 캐릭터를 잘 살렸고 기억에 남고요
현빈은 그저 현빈.
마지막으로 그 영화를 보면서 역사에서 그저 한 가지 사건으로 기억하는 그 일을
위해서 사실 그 어려운 때에 그 일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방해와 시련이 많았을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고 그럼에도 거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여자고 남자고 각자가 자기 위치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서 돕고 믿고 협력하기
때문이었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각자는 보잘 것 없고 일제의 시찰 대상이고 언제든지 고문과 살해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독립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그 상황에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죠.
감독도 영화를 잘 만들었다 싶은게 배신을 알았을 때의 안중근의사의 심리묘사가
참 탁월합니다.
그건 영화를 보시면서 찾아 보시고 아마 보다 보면 알게 될 거에요.
그리고 영상미! 아름다운 장면이 곳곳에 있어요. 돈들인 느낌 팍팍나는데
그 중에서도 마지막 그 배신자의 반전 장면에 나오는 영상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그 장면을 찍고 싶은 걸 해늗폰만 만지작거리며 참느라 힘들었어요.
포스터 나오면 사고 싶을 정도네요.
블라디보스톡은 이미 구도시의 모습이 없어져서
실상은 라트비아에 가서 찍었다 하더라구요.
꼭보시기를 추천합니다.
그때와 같이 놈들이 모여서 이렇게 핏값으로 지켜낸 나라를 거덜낼 생각으로
오랫동안 계획을 짜고 짜고 또 짯다니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