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만 드라마이기는 한데 드라마 <환혼>에서 이런 대사가 있었다고 한다.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
이 대사를 여러 분이 말씀하셔서 곰곰 뜯어보게 되는데..... 드는 단상 (이게 무협지 안에서 통하는 얘기면 모르겠는데 현실에서 구현되는 느낌이 있어서)
.
1. "그럼 악 해. 포기하면 편해." -> 북산고등학교 감독 할아버지 버전
2. 누가 선 잡은 건가. 그가 선이라고 누가 보장하는가.
절대적인 선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에 따라 '우리편'과 '저쪽편'은 나뉘겠지만 상황에 따라 경우에 따라 '저쪽편'을 끌어올 수도 있고 '저쪽편'에 동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편이 옳기만 한 것은 아니며, 되레 가장 위험한 건 내가 '선이다'라고 믿어버린 후에 오는 잔인함이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의 우익들이 탐욕스러워서, 성정이 더러워서 보도연맹 대학살을 벌인 게 아니었다. 그들이 선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그들 눈에는 '빨갱이 세상'은 지옥이었고, 그 지옥을 막기 위한 천군천사로 자처했다. 좌익은? 친일파 세상, 지주반동의 세상이 지옥이었고, 그 지옥을 타파하기 위해 얼마든 피를 흘릴 준비가 돼 있었다. 향후 100년 원한을 쌓을 전면전을 감행해서라도.
당시 좌익이건 우익이건 "이래도 되는 겁니까?"라는 질문을 받으면 공히 외칠 수 있었다는 뜻이다.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가!!!" 내친김에 말하자면 저 윤석열 내란범도 용산에서 술 퍼먹다가 저렇게 절규할 수 있다. 누구나 사람은 믿고 싶은 걸 믿고, 자기는 선하다고 믿고 싶어한다.
선(이라는 것이 있다면)은 남에게 증명할 필요 없다. 그건 비쳐지고 보여지는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물을 필요는 있다. 내가 맞는가. 이게 도리에 맞는 것인가. 이게 옳은 방향인가. 후일 부끄러움은 없겠는가. 내 과거에 비추어 이그러진 점은 없는가. 그렇게 계속 물어야 한다. 가장 암담한 풍경은 그 질문 없이 바깥을 향하여, "왜 내 선을 증명해야 하는가?" 울부짖는 일이다.
*펌글 김형민님